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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남성 23%, 여성 11% 미혼
결혼 부정 인식 전 연령에서 증가
비전통적 가족 형태 대해선 긍정
20년간 40대 미혼자 비율이 5배 이상 늘어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0대 미혼자 또한 50%에 육박하는 만큼 이와 같은 추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갈수록 감소세를 거듭 중인 미혼자의 결혼에 대한 긍정 인식은 최근 들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동일한 양상을 보이는 모습이다.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생애 미혼’ 늘어
19일 통계청이 발간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4’에 따르면 40대 미혼자 비율은 2020년 기준 남성 23.6%, 여성 11.9%로 집계됐다. 이는 20년 전인 2000년과 비교해 남성은 6.7배, 여성 5.7배로 증가한 수준이다. 통계청은 “혼인 시기가 전체적으로 미뤄졌을 뿐만 아니라 평생 한 번도 결혼하지 않는 ‘생애 미혼’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육 및 가치관 등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보다 선명히 드러났다. 미혼 남성은 배우자가 있는 남성보다 대졸자 비율 및 고용률(‘주로 일하였음’ 응답 비율)이 낮은 반면 여성은 미혼자일수록 대졸자 비율과 고용률이 높았다. 이 같은 대졸자 비율의 격차는 남성과 여성 모두 40대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19~34세 미혼자는 배우자가 있는 사람보다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낮았다.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 또한 20대에서 40대로 갈수록 점차 낮아졌다. 다만 혼인하지 않고 동거 또는 출산을 하는 비전통적 가족 형태나 가사 분담에 대해서는 19~34세 미혼자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비혼 동거 및 비혼 출산에 대해서는 40대 미혼자들의 긍정 인식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향후 결혼 의향이 있다고 답한 19~34세 미혼자는 남성이 80.2%로 71.1%를 기록한 여성보다 9.1%p 높았다. 성별을 불문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교육 수준이 높고, 주관적 건강 상태가 양호할수록 결혼 의향이 컸다. 결혼 의향이 있는 미혼자는 결혼 의향이 없는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 지표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30대 ‘구직 활동·자산 형성’에 집중
전문가들은 40대 미혼자 비율 증가세가 향후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30대 미혼자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만큼 5년 후, 10년 후 40대에 들어서는 이들 미혼자가 일부 이탈하더라도 전체 미혼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 확대 공표 주요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18세 이상 내국인 4,294만1,000명 중 미혼 인구는 1,267만5,000명으로 29.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30대 미혼율은 51.3%로 전체 미혼율의 1.7배에 달했다. 30대 내국인 2명 중 1명은 결혼을 하지 않은 셈이다. 시도별로 보면 서울의 30대 미혼율이 62.8%로 가장 높았으며, 세종은 34.4%로 미혼율이 가장 낮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직 활동과 자산 형성에 대한 고민 등으로 여유를 쉽게 갖지 못하는 30대의 실정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소년 10명 중 7명 “결혼 필수 아냐”
문제는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10대 청소년 사이에서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진행한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에서는 설문에 참여한 초5∼고3 재학생 7,718명 중 29.5%만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앞서 2010년과 2012년 진행된 동일 조사에서 각각 응답 청소년의 72.2%와 73.2%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짙게 드러났다. 결혼이 필수라고 답한 남학생은 39.5%, 여학생은 18.8%로 집계됐다. 결혼 후 여성에게 출산과 가사 및 돌봄 노동 부담이 전가되는 현실이 학생들의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결혼하면 자녀를 출산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 또한 전체의 19.8%에 그쳤다. 반면 응답 청소년의 60.6%는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출산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도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청소년은 절반이 넘는 52.0%를 기록했다. 설문을 진행한 연구진은 “최근의 청소년들은 ‘결혼은 필수’라는 생각에서 성인들보다 자유롭고, 비혼 출산이나 동성결혼 등에 대해서는 훨씬 더 수용적인 가치관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