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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어 日도 열연강판 덤핑, 韓 철강 생태계 붕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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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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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소에도 수입산 열연강판 유입 지속
中·日 열연강판, 올해 전체 수입량 96% 차지
수익성 악화에 중국산 후판 이어 반덤핑 카드

현대제철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AD) 제소에 나섰다. 해외 저가 열연강판의 물량 공세로 국내 업황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자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다. 현재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에 이어 일본마저 덤핑식으로 물량을 밀어내면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철강 산업 '속수무책'

2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입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열연강판은 쇳물을 얇게 펴 만든 철판 형태의 반제품이다. 자동차 구조용, 강관용, 고압가스용기용 등으로 제조돼 자동차·건설·조선·파이프·산업기계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연간 철강재 수입량의 20~30%를 차지할 만큼 비중도 커 철강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이번 제소 대상에는 중국, 일본산 열연강판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현대제철은 중국산 제품만 제소할 예정이었으나, 일본산 제품도 범람하자 양국 제품 모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11월 누적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 톤으로 이 중 중국이 153만 톤, 일본은 177만 톤으로 전체 물량의 96%를 차지했다. 2020~2022년만 해도 200만 톤 안팎을 유지하던 수입량이 두 배 가까이 불어난 것으로, 자국 내 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열연 제품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 국내로 수입되는 중국산 열연강판의 유통가는 톤당 50만원대를 보이고 있는데 약 8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포스코·현대제철 제품보다 30% 가까이 저렴하다. 국내 철강업계가 저가 수입산에 대한 관세 부과 필요성을 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여온 이유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의 덤핑 행위는 알려진 지 오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관세 조치가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져 다른 사업에 피해를 줄까 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며 “하지만 국내 철강시장이 무너질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오자 현대제철이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산업부에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를 제기한 바 있다. 후판은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배를 만들 때 사용하는 두꺼운 철판이다.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사들의 후판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값싼 중국산 수입제품이 밀려들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액이 불어나고 있다. 이에 산업부 산하 무역위원회도 현대제철의 제소를 받아들여 지난 10월부터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산업부는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철강 산업에 불어닥친 차이나쇼크

글로벌 철강 산업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덤핑 공세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철강이 소비되지 못하고 있음에도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보조금 등을 지원하며 공장 폐쇄를 막고 있다. 세계 각국의 경쟁업체들이 문을 닫을 때까지 ‘버티기 작전’에 들어간 셈이다.

이에 각국 정부는 선제적인 대응을 통해 피해를 줄여가고 있다. 중국의 막대한 보조금과 정책 지원으로 인해 철강 분야에서 과잉생산 구조가 고착화되고, 저가 공세로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돼 공장 폐쇄 및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국가의 기간산업인 철강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다.

미국만 봐도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중국 철강에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를 발동하고,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현행 7.5%에서 3배 수준인 25%까지 올리도록 조치했다. 중국산 저가 철강이 시장에 넘치면서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들이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2000년에서 2010년 사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만 1만4,000명에 달한다.

수입산 철강재에 무릎꿇은 US스틸, 구시대 거인으로 전락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도 같은 이유다. US스틸은 한때 세계 최초로 자본금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돌파한 가장 큰 기업(1901년 설립 당시),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를 세계 최고 부자로 만든 기업, ‘미국 산업화의 상징’이란 수식어로 불렸지만, 지금은 경쟁력을 잃은 '구시대 거인' 취급을 받고 있다.

US스틸은 현재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24위로, 현대제철(18위)보다 작은 철강회사로 전락했다. 미국에서도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중국과 일본 철강기업의 공세에 밀린 결과다. 전성기 당시 30만 명에 달했던 US스틸 미국 내 직원 수는 이제 1만5,000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그중에서도 피츠버그 본사에서 일하는 인원은 3,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일본제철이 이런 US스틸을 매수하겠다고 나선 건 지난해의 일이다. 일본제철은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감소가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해외 생산능력과 공급망 확충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해 일본의 산업 성장력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일본제철은 특히 수요 성장 시장에서의 전기자동차 등 고급강재 시장 확보와 더불어 철광석 광산 및 직접환원철용 펠릿 제조설비, 전기로 미니밀 확보, 기술적 진보로 친환경 사회 구축에 기여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와 철강업계의 경제안전보장 차원에서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규제에 대응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내 공급망 확보와 더불어 아세안, 인도 등지에서의 사업 강화 기반 구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US스틸은 한 세기가 넘도록 상징적인 미국 철강회사였으며 국내에서 소유하고 운영하는 미국 철강회사로 남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히며 US스틸을 일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화당 의원들도 제동을 건 상태다. 공화당 의원들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매각을 막아야 한다고 요청했고, 이에 민주당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역시 "우리는 일련의 세제 혜택과 관세 조치들로 US스틸을 다시 강하고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지를 피력했다. 민간 기업의 해외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인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본제철은 US스틸 인수를 위한 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제철은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US스틸 인수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기존 사업을 강화해 미국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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