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두산에너빌리티, 반 박자 느린 호재 “미 테라파워 SMR 주기기 공급 계약 체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미국 주요 SMR 개발사 3곳과 모두 계약
지분 투자 전무, ‘기술력’으로 인정받아
SMR 60기 수주 목표에는 먹구름

두산에너빌리티(이하 두산에너빌)가 미국 테라파워가 진행하는 첫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주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두산에너빌의 기술력이 높이 평가됐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서도, 사업 재편안 무산에 따른 투자 축소가 수주를 늘리는 데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분위기다.

내년 주기기 3종 제작 본격 착수

19일 두산에너빌은 미국 테라파워와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등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계약으로 두산에너빌은 테라파워 초도호기 SMR 기자재의 제작 가능성 검토와 설계 지원 용역을 수행한다. 이후 내년부터는 원자로 보호 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 주기기 3종에 대한 제작에도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이로써 두산에너빌은 미국 주요 SMR 개발 기업 3곳과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앞서 두산에너빌은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와도 테라파워와 유사한 형식의 SMR 주기기 제작 관련 계약을 맺었다. 이 가운데 가장 앞선 것은 뉴스케일파워와의 프로젝트로, 두산에너빌은 뉴스케일파워 SMR의 제작성 검토를 끝내고 지난해부터 소재 제작에 한창이다. 엑스에너지와는 2021년 맺은 계약에 따라 제작성 검토 및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 원자력BG 부사장은 “세계 시장에서 우수한 제작 역량을 인정받아 테라파워의 초도호기 SMR 사업에도 참여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제작 역량을 고도화하는 데 힘쓰고, 신규 제작공장 건설을 추진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건설되는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사진=테라파워

테라파워, 정권 불문 적극적 행보

2008년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는 “탄소 연료를 쓰지 않는 청정·안전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차세대 SMR 개발에 속도를 높여 왔다. 게이츠는 올해 상반기 CBS 방송 ‘페이스더네이션(FacetheNation)’에 출연해 “나는 지금까지 테라파워에 10억 달러(약1조4,000억원)을 투입했고, 앞으로도 수십억 달러를 더 쏟아부을 것”이라고 말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피력했다.

테라파워가 보유한 대표 기술로는 차세대 SMR의 한 유형인 소듐(나트륨) 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SFR) 설계 기술을 꼽을 수 있다.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식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증기로 전기를 생산하는 SFR은 현재 가동 중인 3세대 원전과 비교해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에서 월등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6월에는 미국 와이오밍주 케머러에서 차세대 SMR 착공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완공 및 가동을 목표로 하는 해당 SMR 원전은 인근 지역 25만 가구가 사용할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건설 사업에는 최대 40억 달러(약 56조원)의 비용이 소요될 예정이며, 절반가량을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원한다.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기점으로 DOE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게이츠는 “나는 많은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는데, 두 정당 모두 차세대 원자력 발전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다”며 “공화당은 에너지 안보와 전력 수출 면에서, 민주당은 청정 에너지원이란 점에서 원자력 발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테라파워의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는 뜻이다.

1조원 실탄 목전에서 놓쳐, 자금 조달 차선책 절실

업계는 두산에너빌이 테라파워와 맺은 계약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SMR 개발사들은 지분투자 등 관련이 있는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 두산에너빌의 투자를 받지 않은 테라파워가 이번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만큼 테라파워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두산에너빌의 SMR 투자가 애초 계획보다 상당 부분 축소되면서 대규모 수주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두산에너빌은 올해 들어 회사를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 분할한 뒤, 신설 법인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 재편안을 추진해 왔다.

약 7,000억원의 차입금을 로보틱스에 넘겨주는 등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SMR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두산에너빌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 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설비 투자를 통해 5년간 대형원전 10기와 SMR 60기를 수주하고, 가스터빈 엔진은 2038년까지 100기 이상 따내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주주들과 금융감독원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업 재편 속도가 늦춰졌다. 두산에너빌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약속된 주가에 주식을 매입하는 주식매수청구권, 합병 비율 수정안 등을 제시하며 양사 주주들의 반대를 무마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사이 계엄 사태에 따른 주가 폭락 여파에 모든 청사진이 빛을 잃게 됐다. 결국 두산에너빌은 이달 12일로 예정돼 있었던 임시 주주총회를 철회하고, 사업 재편안 또한 거둬들였다.

이후 두산에너빌은 뚜렷한 자금 조달 차선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회사채 발행 등 대안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동원할 수 있는 규모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두산에너빌이 사업 재편을 통해 1조원 상당의 자금 실탄을 마련했다면, 이번 테라파워와의 계약을 발판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 것이란 업계의 안타까움이 짙어지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