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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폐기물 수입 금지로 유럽 ‘쓰레기 문제’ 심화 EU 폐기물 수출 금지가 ‘쓰레기 피난처’ 만들 가능성 회원국 간 “환경 기준 일치부터”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2017년 중국이 플라스틱 포함 수종의 폐기물 수입 금지를 발표하면서 글로벌 폐기물 거래 시스템이 출렁거렸다. 영향은 전 세계에 미쳤는데 특히 대중국 폐기물 수출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회원국에 대한 유럽연합(EU) 자체 수출 규제로 인해 유럽과 OECD 국가들 내에서 폐기물 처리를 해결하느라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EU가 ‘폐기물 출하 규정’(Waste Shipments Regulation)의 개정을 앞둔 상황에서 해당 사례는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중국 수입 금지로 유럽 폐기물 처리 ‘복잡성 가중’
금지 조치 전까지 중국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수입했고 유럽 국가들 역시 폐기물 수출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 갑작스러운 조치로 유럽 국가들은 폐기물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든지 다른 유럽 및 OECD 국가들에 재배분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우려가 속출했다. 현재 EU가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 규제를 앞둔 상황에서 중국의 수입 금지 사례는 당면할 문제를 예견하게 한다.
EU 폐기물 수출 금지, ‘폐기물 피난처’ 조성 우려
EU는 2026년 5월~2029년 5월 기간 OECD 비회원국에 대한 플라스틱 폐기물 수출을 금지하고 이후 엄격하게 규제할 예정이다. 경제 이론에 따르면 해당 정책은 처리 비용이 낮고 환경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국가들 중심으로 과거 중국과 같은 ‘폐기물 피난처’(waste haven)를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현상은 금지 조치 전 중국에서 목격됐는데 폐기물 수입 이후 환경 관리 규제가 느슨한 지역 위주로 오염 수준이 높아진 바 있다.
이와 비슷하게 처리 비용이 낮은 유럽 내 국가들에 폐기물 유입이 급증해 지역 오염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크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폐기물 수입 금지로 쓰레기 매립량이 증가한 사례가 있는데 유럽이 규제를 시행한다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정책이 당초 목표한 재활용 촉진보다 더 높은 매립 증가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 수입 금지 조치가 유럽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폐기물 처리 비용이 높은 국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 폐기물 수출을 늘리는 ‘폐기물 피난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폐기물을 제외한 다른 재화의 교역량에 변화가 없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 등의 경제 요인들을 변수에서 제거해도 동일한 점을 고려할 때 중국의 조치가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 또한 폐기물 처리 시설이 부족한 국가에서 넉넉한 국가로 수출이 늘어난 점을 볼 때 재활용 대비 매립 및 소각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도 예견할 수 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한 ‘부정적 외부 효과’ 우려
여기에 수출 폐기물의 품질도 점점 떨어지고 있어 수입국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튀르키예의 유럽 폐기물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유럽 지역 내 환경 관리 격차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대부분의 폐기물 피난처가 낮은 환경 기준을 갖고 있어 특정 지역 오염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EU의 폐기물 수출 금지는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OECD 비회원국에 대한 폐기물 수출 규제를 통해 피난처가 만들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당초 목표였는데 오히려 그 범위가 유럽과 OECD 국가들로 좁혀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 규제 당국은 먼저 EU 회원국 간 환경 기준을 일치시켜 저비용 국가에 대한 폐기물 처리 위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역 격차를 해소해 피난처 생성을 원천 차단하자는 얘기다. 또한 제품 내 최소한의 재활용 소재 포함(content requirement for recycled material)을 강제하는 것도 재활용 시장을 활성화해 매립 및 소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콘스탄틴 소머(Konstantin Sommer) CPB 네덜란드 경제정책 분석국(CPB Netherlands Bureau for Economic Policy Analysis) 이코노미스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Chinese plastic waste import ban: Lessons for EU polic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