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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의 사회적 비용’, 탄소 배출에 따른 경제적 손실 핵심 지표 새롭게 산정한 사회적 비용, 기존 수치의 3배 이상 탄소세 포함 강력한 기후 변화 대응 정책 필수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social cost of carbon, 이하 SCC)은 이산화탄소 1톤 배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나타내는 핵심 단위다. 최근 개발된 새로운 SCC 계산법은 비교적 간단하게 경제적 생산성에 대한 피해는 물론 반복되는 기후 재해와 재앙적인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거대한 기후 변화)가 가져올 손실을 수치화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탄소세 도입과 시장 원리에 기반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수 있다.
‘탄소의 사회적 비용’, 기후 정책의 이정표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임기 초반 경제학자들에게 미국 정부의 기후 정책 기준이 되는 SCC 계산법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의뢰했다. 역사적으로 이 측정법은 탄소세와 탄소 배출 허용 기준을 정하는 지침이 돼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 1톤당 SCC를 185달러(약 26만8천원)로 산정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가 발표된다. 해당 수치는 톤당 51달러(약 7만원)였던 이전 기준의 세 배를 넘는 것으로, 발전한 기후 과학의 성과를 수용하고, 지구 온난화와 심화하는 기후 재해 등 회복 불가능한 기후 위험을 반영한 결과였다.
SCC는 단순한 추상적 숫자가 아니라 정책 수립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지표다. 탄소 배출로 인한 실제 피해가 이전의 믿음보다 훨씬 크다면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실행해야 하는 경제적 근거도 명확해진다. 탄소 배출량 감소의 이점이 비용을 초과한다는 것으로 탄소세 시행을 비롯한 강력한 규제가 정당성을 얻는 것이다.
SCC 산정, 기후 패턴 불확실성으로 난이도 높아
SCC 계산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피해 규모를 예측할 수 있는 경제 및 기후 모델을 구축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미래 기후 조건과 연쇄적이고 불가역적인 티핑포인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난이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새로 개발된 계산법은 SCC 산정을 위한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을 제시했는데 ‘경험칙’(rule of thumb)에 의거해 세 가지 필수 요인에 집중했다. 먼저 경제적 생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지구 온난화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활동을 위축시켜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 일정량의 투입물에서 얻어지는 생산량)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반복되는 기후 재해가 추가된다. 허리케인, 홍수, 산불 등은 시간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력해지고 있으며 경제적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 또한 기후 티핑포인트는 빙산 소실과 같이 되돌릴 수 없는 기후 변화를 의미하는데 지구 온난화를 가중하고 이후의 완화 노력을 의미 없게 만든다.
이렇게 정확성과 실용성을 감안해 단순화된 계산법은 정책 입안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동시에 기후 변화 방관 시 야기될 결과를 명확히 보여준다.
새롭게 산정한 SCC, 기존 수치보다 3배 이상 높아
먼저 이산화탄소 1톤 배출로 인한 생산성 손실 25달러(약 3만6천원)에, 반복되는 기후 재해로 인한 위험을 반영하면 SCC는 톤당 139달러(약 20만원)로 크게 증가한다. 여기에 지구온난화가 티핑 포인트에 이르러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민감도(temperature sensitivity) 급변 등의 위험을 감안하면 SCC는 톤당 182달러(약 26만원)로 또 한 번 증가한다. 이 결과는 SCC의 86%가 기후 위험으로 인한 피해임을 보여줘 대응 정책의 필요성과 긴급성을 입증한다.
한편 동일한 계산법을 사용한 SCC의 미래 증가 추이는 다음과 같다. 먼저 탄소 배출로 인한 생산성 영향만을 고려하면 SCC 평균값은 현재 톤당 25달러(약 3만6천원)에서 2050년 80달러(약 12만원)로 증가한다. 하지만 반복 기후 재해와 티핑 포인트를 감안하면 SCC는 현재 182달러(약 26만원)에서 2050년 600달러(약 87만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단의 왼쪽 그래프는 2040년과 2050년경 기후 변화와 상관없는 거시경제 위기로 인한 SCC의 급격한 하락을 가정한 예시(점선)를 보여준다. 또한 오른쪽 그래프는 2020년부터 기후 티핑포인트가 높은 기후 민감도를 불러 SCC의 상승으로 연결되는 상황(점선)을 가정한다. 기후 재해가 닥치면 경제 규모가 줄어들고 SCC 역시 이에 맞춰 하락하지만 경제는 곧 정상을 회복한다. 하지만 티핑포인트 때문에 급격히 상승한 SCC 곡선은 상향 추이를 장기간 유지한다.
새로운 SCC에 맞는 정책 실행 시급
결국 더 높은 탄소세와 배출 규제의 강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이 모두 정당화되는 것이다. 정부는 새로운 SCC 결과에 정책 방향을 일치시켜야 탄소 배출의 실제 비용을 해결하고 기후 위험을 경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에 대한 무대응이 불러올 위험은 2019~2020년 호주 산불을 위시해 극심해지는 허리케인과 유례없는 폭염 및 홍수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이미 보여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들을 SCC에 반영해야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환경적 비용을 정확히 산정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톤당 185달러(약 26만8천원)에 이르는 새로운 SCC는 즉각적이고 과감한 정책 실행의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랜 논란을 지속하는 탄소세 실행 문제 역시 새롭게 경제적 정당성을 획득한다. 이 숫자들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글로벌 정책상의 최우선 순위임을 알리는 비상 신호이기 때문이다. 정책 입안자들과 세계 시민들은 높은 탄소세가 탄소 배출로 인한 실제 피해를 바로잡아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필수 조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원문의 저자는 크리스토프 함벨(Christoph Hambel) 틸버그 대학교(Tilburg University) 조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 new way to price carbon: Understanding the social cost of carb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