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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HBM4 ‘로직 다이’ 조기 생산 돌입, HBM 주도권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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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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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 다이 4나노 공정, 시제품 생산에 돌입
1c D램·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공정 활용
기술 주도권 되찾기 위해 양산 일정 앞당겨

삼성전자가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통해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로직 다이'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적층되는 일반 D램에도 기존 모델보다 한 세대 앞선 10㎚급 6세대 D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연내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설비 투자에 착수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동안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삼성전자가 올해 HBM4에 앞선 공정을 대거 투입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파운드리 동시 운영하는 장점 살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최근 HBM4의 로직 다이 설계를 마치고 4㎚ 파운드리 라인에 설계도를 전달해 시험 생산을 시작했다. 로직 다이는 D램을 적층해 만드는 HBM의 가장 아래 위치하는 핵심 부품으로, 다른 칩과 전기 신호를 연결해 데이터 전송의 효율성을 높인다. 겹겹이 쌓인 D램을 제어하는 '두뇌'의 역할을 하며 AI와 같은 데이터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에서 성능 향상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HBM4 개발에 있어 중요한 기술적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D램을 이어 붙여 고객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과 연결하는 5세대 HBM(HBM3E)와 달리 HBM4부터는 최하단에 탑재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돼 고객사가 요청하는 설계 자산(IP)과 응용처에 최적화된 형태의 맞춤형 HBM 제작이 가능하다. 자체 파운드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SK하이닉스는 TSMC의 5㎚ 공정을 통해 로직 다이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 이 점을 활용해 SK하이닉스와 TSMC의 연합에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전력 효율 개선과 성능 향상을 위해 보다 진보된 4㎚ 공정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BM4 로직 다이 제작에 7㎚ 또는 8㎚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HBM 제작에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하는 것은 HBM4가 처음인 만큼 무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양산을 시작한 7㎚는 이미 5년 이상 활용 경험이 쌓인 덕분에 안정적인 공정으로 꼽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의 성능을 끌어올려 경쟁사를 압도하는 HBM을 생산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안정' 대신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4㎚는 지난 2023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공정으로, 난도가 높고 투입되는 자원도 구형 공정의 두 배가 넘는다. 하지만 고성능·저전력 칩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확실한 만큼 고객사의 까다로운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엔비디아, AMD 등 AI 가속기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에 "저전력 HBM을 개발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1c D램 적용하고 하이브리드 본딩 등 기술력 총동원

삼성전자는 로직 다이 외에도 HBM4에 각종 첨단 공정을 도입했다. 먼저 HBM에 적층되는 일반 D램에도 10㎚급 6세대(1c) D램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상용화된 가장 최신 세대인 5세대(1b) D램을 적용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2025년 본격적인 상용화를 목표로 1c D램 개발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3분기에는 처음으로 1c D램의 '굿 다이'(Good die,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칩)를 확보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다.

지난해 말에는 관련 협력사에 1c D램 양산을 위한 제조설비를 발주했는데 해당 설비는 올해 2월경 설치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서는 1c D램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4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인 만큼, 제품을 적기에 양산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램리서치 등 주요 장비업체의 설비가 올해 1분기부터 반입될 예정이다. 다만 전체 D램 생산량 대비 그리 크지 않은 수준으로 삼성전자 안팎에서 추가 투자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HBM4 16단 제품 적층에는 새로운 공법인 코퍼 투 코퍼 본딩(Copper to Copper Bonding), 이른바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기존 칩을 연결하던 범프 없이 구리를 통해 칩을 쌓아, 칩 사이즈를 줄이면서 성능까지 높일 수 있는 혁신적인 공정이다. 삼성전자는 12단 HBM 제품까지는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인 '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TC-NCF)' 기술을 활용해 왔으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도입해 전기 저항과 열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삼성전자 HBM 로드맵/출처=삼성전자 뉴스룸

5세대 HBM에서 밀린 삼성전자, HBM4에 화력 집중

이같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총동원해 앞선 공정의 HBM4를 개발하는 삼성전자의 전략은 SK하이닉스와의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선점에 실패한 기존 5세대 HBM 대신 6세대인 HBM4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일찌감치 HBM4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구체적인 HBM4 개발 로드맵을 공개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애초 목표한 2026년보다 6개월 가까이 일정을 앞당긴 셈이다.

AMD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신형 AI 칩 'MI325X'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MD의 MI325X는 경쟁사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인 블랙웰 H200과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블랙웰과 비교하면 메모리 용량이 1.8배 더 크고 대역폭은 1.3배 더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AI 칩 경쟁에서 엔비디아의 독점 체제가 무너지고 시장 경쟁이 심화한다면 AI 칩에 필요한 HBM 공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HBM4에 승부를 건 삼성전자가 저력을 발휘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4를 선제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그간 부정적이었던 평가를 한 번에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이미 굵직한 고객사를 확보해 HBM4 샘플을 주요 기업에 가장 먼저 전달할 수 있는 만큼 당분간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속해서 갖고 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2.5%로 1위에 올랐고 삼성전자(42.4%), 마이크론(5.1%)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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