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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 실패한 'XR헤드셋' 시장, 애플에 이어 삼성·구글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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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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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출시한 애플 '비전프로', 판매량 50만대 미만
높은 가격에 킬러 콘텐츠 부족하고 편의성도 떨어져
삼성전자, 구글과 손잡고 XR 기기 '무한' 출시 예정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 비보 등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확장현실(XR) 기기를 선보임에 따라 디바이스·폼팩터의 전장이 XR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킬러 콘텐츠를 연동해 자사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층을 넓히는 생태계 확장 수단으로 XR 기기를 선택한 것이다. 다만 높은 가격에 콘텐츠 부족 등의 한계로 해 XR 기기 시장이 3분기 연속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어 해당 기업들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비보도 XR 기기에 도전

6일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2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S25 시리즈와 함께 XR 헤드셋의 티저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은 코드명 '무한'으로 불리는 XR 기기로, IT 업계를 이끄는 공룡 기업 세 곳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 1위 구글과 애플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 분야의 선도기업인 퀄컴이 2년 여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한 제품으로 구글이 지난달 12일 공개한 XR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이 탑재될 예정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도 XR 기기 출시를 공식화했다. 비보에 따르면 올해 9월 시제품으로 공개하고 연말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에는 이미바이트댄스의 자회사 피코와 DPVR 등 XR 기기 업체가 있지만 현지 스마트폰 제조사가 XR 기기를 출시하는 사례는 비보가 최초가 될 전망이다. 비보의 XR 기기는 애플 비전프로 같은 고글형 헤드셋 형태로 성능 역시 비전프로 수준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안드로이드 OS를 쓰는 만큼 삼성전자의 무한과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글로벌 XR 시장은 메타의 '메타퀘스트'가 주도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애플이 자사 최초의 XR 기기인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독점 구조에 균열이 생겼다. 2023년 75%가 넘었던 메타의 시장 점유율은 애플 진입 직후 60%대로 떨어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XR 기기 시장의 글로벌 점유율을 보면 메타(64%), 애플(16%), 피코(7%), 소니(4%) 순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애플, 삼성, 비보 등 스마트폰 제조사의 참전이 그동안 메타가 홀로 주도해 온 XR 시장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프로젝트 무한 이미지/사진=삼성전자

애플 비전프로 '성장통', 고가 논란 속 실적 부진

삼성전자와 비보에 앞서 지난해 2월 출시한 애플 비전 프로의 경우 시장의 기대와 알리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비전프로의 판매량이 50만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 매년 2억 대 이상 판매되는 아이폰이나 연간 수천만 대씩 팔리는 아이패드, 맥북, 애플 워치 등 애플의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2분기에는 비전프로가 중국·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출시되며 초기 마케팅 효과로 판매량 증가했지만, 반짝 성장에 그쳤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 "XR 기기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애플이 올해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리서치 회사 엔더스 애널리시스는 "2024년은 애플이 킬러 신제품 라인을 출시하지 못한 또 다른 해"라고 정의하면서 "XR 등 미래형 플랫폼을 안착시키지 못하면 그 여파가 꽤 오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도 미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도 비전 프로의 초기 성과를 두고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애플은 비전프로의 부진에 대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도전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해 2월 비전프로 출시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진보된 소비자용 전자 기기로 공간 컴퓨팅의 미래를 열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에는 "이 제품은 얼리 어답터용 제품"이라며 판매 부진에 대한 비판 앞에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비전프로는 '내일의 공학'으로 애플의 기술적 혁신을 이끌어 갈 것"이라며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사용되는 플랫폼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비전프로의 실패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 꼽힌다. 비전프로의 가격은 3,500달러로 경쟁 제품인 메타의 퀘스트3(499달러), 퀘스트 프로(999달러)와 비교해 상당히 높다. 높은 가격에 비해 활용 용도가 적고 출시된 앱도 부족한 것도 문제다. 앱피규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 비전프로용 앱 스토어에 추가된 앱은 10개에 불과했다. 리서치 회사 테크스포넨셜은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킬러 앱이나, 사용자가 '비용이나 편안함은 잊어버리고 이 기기를 반드시 가져야겠다'고 느낄 만한 앱 세트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애플 비전 프로/사진=애플

새 캐시카우 'XR' 노리는 게임사들도 동력 잃어

비전프로의 부진은 게임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게임사들은 비전프로의 등장으로 게임업계에 'XR 대전환'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며 XR을 새로운 캐시카우로 삼기 위한 적극적 행보를 펼쳐왔다. 하지만 애플이 킬러 콘텐츠 부족, 비싼 가격, 무게 등으로 시장에 안착하는 데 고전하면서 게임업계의 전망도 힘을 잃었다. 실제로 비전프로가 출시 이후 역성장하며 XR 기기 시장도 축소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VR 헤드셋 출하량은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4%, 전 분기 대비 16% 줄면서 3분기 연속 감소했다. 

국내 게임 이용자 가운데 VR 게임을 해봤다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VR 게임 이용률은 2023년 7.4%에서 지난해 7.3%로 줄었다. 이는 지난 2019년 이용률인 7.7%보다도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모바일게임 이용률이 91.7%를 기록하면서 3년 만에 90%를 돌파한 것과 대비된다. 다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VR 헤드셋 시장의 정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AR과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에 나서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인 전망에도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 계획대로 VR 게임 출시를 강행하고 있다. 일례로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메타와 공동 개발한 XR 팀 대전 FPS(1인칭슈팅게임) '스트라이크 러시'를 '메타퀘스트 스토어'에 출시한 데 이어 XR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프룸 온라인'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게임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VR게임 자체가 일부 유저를 위한 마니아틱한 장르라 큰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며 "향후 시장 성장을 대비해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지금 당장 매출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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