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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점 외 직원들도 모두 출근 전망
내부 반발에 한 차례 무산 전례도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출근 문화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가 직원들의 일부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주 5일 출근을 선언할 전망이다. 2023년 상반기부터 직원들의 재택근무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온 JP모건이지만, 내부의 강력한 반발로 한 차례 무산된 전례도 있어 이번 결정이 불러올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1만4,000여 직원 모두 사무실로
7일(이하 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일부 직원에게 허용해 왔던 하이브리드 근무를 종료하고 모든 직원의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JP모건이 이달 내 정식 사무실 복귀를 발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하는 직종에만 주 5일 출근을 의무화해 왔다. 영업점 직원의 약 60%가 주 5일 출근 대상이며, 여타 직원들은 주 3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근무했다. JP모건이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에 60층짜리 고층 빌딩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약 1만4,000명에 달하는 모든 직원을 수용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미국 내부에서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차기 미 행정부의 기조를 의식해 재택근무 종료를 검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연방 공무원들이 계속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조처를 강하게 비판하며 새 행정부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상으로 자리 잡은 재택근무 및 하이브리드 근무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셈이다. 이후 기자회견에서는 “(연방 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들은 즉각 해고될 것”이라고 반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업무 효율화 위해선 사무실 출근해야”
다이먼 CEO 또한 사무실 출근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원하는 곳에서 근무하는 것이 괜찮은 직군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우리 직원들은 주5일 사무실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023년 4월 간부급 직원들에게 전면 출근을 촉구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당시 다이먼 CEO는 이들 직원에게 보낸 통지문에서 “관리자급 직원들은 우리의 직장 문화와 비즈니스 운영에 결정적인 임무를 수행한다”고 강조하며 “그들은 현장에 나와 고객과 함께 있어야 하며, (부하직원들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또는 부하직원들이 필요로 할 때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함은 물론, 급작스러운 회의가 소집됐을 때도 즉각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다이먼 CEO의 설명이었다.
“분열 조장” 주장한 직원들, 2년 만에 출근하나
간부급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낸 JP모건은 이후 그 대상을 모든 직원으로 확대하려 했다. JP모건 운영위원회는 관리자급 직원들의 주5일 출근을 통지한 직후 ‘함께하는 것의 중요성(The importance of being together)’이라는 제목의 글을 회사 내부망에 게시하고 “주 3일 출근 규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향후 성과 평가에서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직원들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조치”, “분열을 조장한다” 등 비판적 댓글이 줄을 이었고, 결국 운영위원회는 하루 만에 댓글 기능을 차단했다. 이번 주 5일 근무제가 현실화할 경우, 다이먼 CEO는 무려 2년 만에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내는 셈이다.
이와 같은 재택근무 종료 시도는 미국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직원들이 원격근무를 ‘전혀 또는 거의 하지 않았다’고 답한 사업장은 72.5%에 달했다. 이는 3년 전인 2021년 60.1%와 비교해 12%p 증가한 수치다. 해당 조사는 지난해 8~9월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미 노동부는 최근의 정상 출근 비율은 이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직장인의 출근 문화가 팬데믹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