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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채·회사채 등 9,000억원 조달 이마트, 신세계건설 상장 폐지 추진 ‘구멍난 곳’에 돈 더 부어야
신세계건설의 영업손실 규모가 2024년 3분기에만 전 분기보다 6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1,100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선 신세계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의 분양 성과가 제고되지 않으면 미수금 발생 등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3분기 누적 1,090억 손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신세계 건설의 영업손실 규모는 528억1,400만원으로, 전 분기(329억4,800만원)보다 60.2%(198억6,600만원)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1,090억8,800만원이다.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졌다면 2024년 연간 기준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1,500억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2022년 120억4,200만원, 2023년 1,877억8,1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2분기 동안(별도 기준)에만 총 9,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에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 2분기 7,934억원으로, 전 분기(510억원)보다 7,400억원 이상 늘었다. 9,000억원의 자금 중 6,500억원은 모회사인 이마트의 자금보충 약정을 받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마련했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2023년 말 기준 976.2%)을 줄이고 운영 자금도 늘렸다. 6,190억원 규모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총액이 같은 기간 1,170억원에서 7,316억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떨어졌다. 신종자본증권 6,109억원은 기존 6,500억원에서 증권 발행비용을 뺀 금액이다.
나머지 자금 중 2,000억원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신한은행은 특수목적법인(SPC) 에스프로젝트뉴월드를 통해 제1회차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 500억원을 조달해 신세계건설에 넘겼다. 또 자산유동화대출(ABL)로 1,500억원을 제공했다.
영업 부진에 빚으로 자금 조달
한국신용평가의 '구조화금융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기존 차입금 등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 자금을 빌렸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2분기 기업어음(CP) 550억원과 SC제일은행의 단기차입금 500억원을 갚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분기 42억원이었던 장기차입금 규모는 2,042억원으로 불어났고, 단기차입금 규모는 같은 기간 1,670억원에서 62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4월 29일에는 500억원의 사모사채를 발행했다. 신세계건설은 같은 해 1월에도 사모사채로 1,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이에 신세계건설의 전체 회사채 규모는 지난해 1분기 2,700억원에서 2분기 3,200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회사채 중 약 1,300억원은 올해 4월~8월 만기가 도래한다.
신세계건설이 빚을 통해 현금을 조달하는 건 극심한 영업 부진 때문이다. 건설업계 후발주자인 신세계건설은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다. 지난 2018년 자체 주거브랜드인 ‘빌리브’를 선보이며 주상복합·오피스텔 건설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으나, 대구에 건설한 빌리브 헤리티지, 라디체, 루센트 등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다.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만 1,878억원으로, 이마트의 사상 첫 연간 영업손실도 이 때문이었다.
신세계건설은 2022년 3분기 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7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같은 기간 순유출을 보였다. 여기에 빚이 늘어나는 만큼 이자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이자비용은 1년 넘게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해 100억원을 넘어섰다. 설상가상으로 회사채 발행 금리도 갈수록 오르고 있다. 지난해 1월 발행한 700억원 규모 사모사채의 금리는 7.50%였고, 300억원 규모 사채의 금리는 7.60% 정도였지만, 같은 해 4월 350억원을 조달할 당시 금리는 7.68%였다.
영구채 이자 부담만 年 460억
문제는 신세계건설이 오는 2월 상장폐지 후 이마트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다는 점이다. 이마트는 올해 2월 4일 이마트가 보유한 신세계건설 지분(684만5,302주‧88.21%)을 제외한 나머지 91만5,252주를 1주당 1만8,300원의 현금으로 모두 사들일 계획이다. 이마트는 현재 신세계건설 지분의 70.5%를 보유하고 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자발적 상장폐지를 하려면 자사주를 빼고 대주주가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신세계건설의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되지 못하면 이마트 그룹 전체의 재무 상황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마트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5월 29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빌린 영구채 6,500억원에 대한 이자도 지급해야 한다. 올해 첫 이자 지급일은 2월 28일로, 현재 금리(7.078%)를 기준으로 할 때 신세계건설의 연간 이자 부담은 460억700만원에 달한다.
영구채 발행 3년이 되는 2027년 5월 29일부터는 매 이자 지급일에 영구채를 조기 상환할 수 있다. 그러나 상환하지 못하면 매년 대출금리가 높아지는 스텝업 조항이 적용된다. 2027년 5월 29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는 기존 금리에 연 2.5%포인트(p)를 가산한 9.578%가 적용되고 2028년 5월 29일부터 2029년 5월 29일까지는 최초 이자율인 7.078%에 3%p를 가산한 10.078%가 적용된다. 이후 매년 0.5%p씩 금리가 높아진다. 현재 이마트는 신세계건설 영구채에 자금 보충 약정을 체결해 상환 자금이 부족하면 자금을 대여하는 의무까지 진 상태다. 신세계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PF 우발부채는 2,500억원(본 PF 300억원+브릿지론 2,20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