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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에너지,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주역으로 등장 아시아 태평양, ‘수소 생태계 1번지’ 가능성 충분 국가 간 협력과 시장 통합이 관건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태평양의 수소 생태계는 탈탄소화를 앞당기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대를 실현하려면 응집력 있는 지역 내 협력이 필수적이다. 일본, 호주 등이 수소 전략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각기 다른 정책과 높은 생산 비용이 발전을 막고 있다.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고 협력을 다변화하려는 통합된 노력만이 경쟁력 있는 수소 생태계를 만들어 지역의 에너지 체계 전환을 앞당길 수 있는 길이다.
아시아 태평양 ‘산업용 수소’ 수요, ‘글로벌 절반 수준’ 예상
제29차 유엔 기후 변화 연례 회의(COP29)의 ‘수소 선언’(Hydrogen Declaration)은 탈탄소화의 초석으로서 수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전통적 탄소 저감 조치를 수용하기 어려운 화학, 제강, 장거리 운송 등의 산업에 적용된다. 2023년 기준 글로벌 저탄소 수소 생산은 1백만 톤을 넘지 못했지만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이하 IEA)는 2030년까지 연간 4천9백만 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산업용 수소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 등 산업화 국가들의 탈탄소화 계획이 이러한 수요 증가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탄소 수소는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주요국의 국내 생산 역량이 제한적이어서 보다 활성화된 수입-수출 체계와 국가 간 투자가 절실하다.
국가 간 협력 통한 ‘시장 통합’과 ‘생산비 절감’이 핵심
또한 야심 찬 목표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정책은 불분명하고 연계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린 수소’(green hydrogen,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생산되는 수소)나 ‘그레이 수소’(grey hydrogen, 천연가스를 분해하여 에탄을 생성할 때 나오는 수소)처럼 기준 없는 모호한 용어들이 사용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IEA의 권고대로 배출량 기준에 따른 명확한 정의부터 확립돼야 규제 일관성과 시장 통합이 가능하다. 일본의 2023 기본 수소 전략(Basic Hydrogen Strategy)도 그렇고 호주의 2024 수소 전략(Hydrogen Strategy)은 ‘재생 가능 수소’ 생산과 수출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모호함을 줄인 사례다. 호주의 원산지 보증(Guarantee of Origin, 에너지 생산 방식에 대한 증명) 계획도 시장 표준화 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은 국가 간 정책의 미통합이 투자와 인프라 개발을 막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높은 생산 비용도 수소 생태계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인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nternational Renewable Energy Agency, IRENA)에 따르면 ‘발전소 균형’(balance of plant, 발전소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지원 시스템)으로 불리는, 연료 전지(fuel cell)와 전기 분해 장치(electrolyser system) 가동에 필요한 보조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것은 높은 수준의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수소 처리(hydrogen processing) 및 수처리(water treatment) 등 핵심 공정도 경제적 실행 가능성을 갖추려면 개선이 필요하다.
상기한 문제 해결을 위해 뜻을 함께하는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생산 과정에서의 병목 현상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전기 분해에 필수적인 고순도(high-purity) 물 공급 문제는 담수 부족 지역에서 처리된 산업 및 도시 폐수를 활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만 반도체 산업 성장과 함께 발전한 ‘이온 제거 기술’(deionised water technologies)도 호주의 재생 가능 수소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으며 지역 내 수소 생산 및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동아시아, 수소 생태계 조성 ‘1순위 후보’
동아시아의 첨단 정보기술과 인공지능 기반 기상예보 시스템도 수소 생산에 필수적인 전력망 안정화(grid stability)와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러한 역량을 통합하는 것이야말로 지역 내 존재하는 자원 이용을 최적화해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자생력을 갖춘 수소 생태계는 참여국들의 고유한 역할을 찾아 연결하는 다국적 협력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여기에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기계공학과 전자공학의 복합 기술), 수자원 재활용(water recycling), 수소 처리 등을 포함한 산업 분야 간 연계도 중요하다. 새롭게 등장한 ‘아시아 제로 배출 공동체’(Asia Zero Emission Community, AZEC)는 수소를 포함한 ‘무공해 기술’ 발전을 위한 지역 내 노력의 통합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블루 수소(blue hydrogen,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력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 등 화석 연료 사용 기술 의존도가 높아 석탄 및 액화 천연가스 사용을 영속화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이러한 약점을 바로잡기 위해 지역 내 협력은 ‘화석 연료 제로’ 기술을 목표로 기존의 협력 모델을 초월하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전통적 무역 동맹을 넘어서는 파트너십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보다 포괄적이고 유연한 수소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탄소 수소는 글로벌 경제의 탈탄소화는 물론 에너지 안보와 지정학적 갈등 해소에까지 차원이 다른 가능성을 제공한다. 아시아 태평양이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려면 우선 생산력 문제의 해결과 공급망 협력 다변화가 필요하다. ‘브라운 경제’(brown economy, 화석 연료 사용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유연하고 포괄적인 지역 회의체를 통해 다양한 국가들의 역량을 묶어 자생력 있는 수소 생태계의 도래를 촉진해야 한다. 단결된 노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저탄소 미래를 앞당길 최선의 수단이다.
원문의 저자는 차이잉 루(Tsaiying Lu) 민주주의·사회·신기술 연구소(Research Institute for Democracy, Society and Emerging Technology) 연구원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Regional partnerships can power a resilient Asia Pacific hydrogen ecosystem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