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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팩트체크 기능 중단’ 이어 ‘정치 콘텐츠 추천’ 허용 애플, 오픈AI, 아마존 등도 기부금 내며 '친트럼프' 행보 2기 행정부 실리콘밸리 인사 대거 영입하며 기대감 상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 수장들이 잇달아 ‘친트럼프’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그와 대립했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페이스북의 팩트체크 기능을 중단한다고 밝힌 데 이어 자사 소셜미디어(SNS)의 정치 콘텐츠 추천도 허용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해 오픈AI, 아마존, 애플 등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거액을 기부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테크 기업들 역시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
구글·MS 수장들, 트럼프 찾아 협력 논의
9일(현지 시각) 경제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구글과 MS는 트럼프의 취임위원회 기금에 각각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구글의 글로벌 대정부 및 공공정책 책임자인 카란 바티아는 성명을 통해 "구글은 유튜브의 라이브스트리밍과 홈페이지 링크 제공을 통해 2025년 취임식을 지원하게 돼서 기쁘다"며 "자사는 취임위원회에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 측은 과거 대통령 취임식 때도 유튜브 생중계와 구글 홈페이지에 취임식 링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MS도 트럼프의 취임펀드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CNBC는 "MS가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국이 인공지능(AI) 정책을 자사에 유리한 방향을 추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래드 스미스 MS 부사장은 최근 블로그를 통해 "미국에게 전 세계에서 미국의 AI를 신속히 지원할 수 있는 현명한 국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S는 2017년 트럼프 1기 취임식과 2021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도 각각 5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취임식 기부금 외에도 구글과 MS 수장들이 별도로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가졌다. 앞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직후 공개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세르게이 브린 전 알파벳 회장과 함께 트럼프를 찾아 면담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미 트럼프와 여러 차례 만났다. 두 사람은 2020년 틱톡의 미국 사업 인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고 나델라는 2017년 트럼프가 주최한 미국 내 주요 기술기업 경영진 간담회에도 참석했다.
앞서 지난해 말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메타는 지난해 말 트럼프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후 아마존과 팀 쿡 애플 CEO도 100만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위원회를 구성해 개회식, 갈라, 퍼레이드와 같은 행사를 계획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후보자의 선거 캠페인과 달리 개인, 기업 또는 노동단체의 기부금 규모가 제한되지 않는다. 지난 9일 기준 모금액은 2억 달러로 2017년 첫번째 취임식에 모금액 1억1,700만 달러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한 때 대립각 세웠던 기업들도 '친트럼프' 선회
업계는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구애에 나서고 있다고 본다. 빅테크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첫 번째 재임 시절부터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빅테크는 수년간 가장 혁신적인 분야의 경쟁을 억압하고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수많은 미국인과 리틀테크의 권리를 억압해 왔다"고 지적하며 빅테크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갔다.
그와 대립했던 기업들은 각종 압박에 시달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자신에 대한 정보를 검열당했다며 '구글과 메타를 공격하라'고 지지자들을 자극했고 아마존의 경우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가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하자 '아마존이 세금을 덜 낸다'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특히 반독점법 집행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는데 이는 미 법무부와의 검색 시장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한 구글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구글은 이와 별도로 광고 시장 독점 소송도 진행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트럼프 1기 시절 트럼프 당선인의 페이스북 계정을 없애는 등 대립각을 세웠지만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각)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이 앞으로 정치 콘텐츠를 추천할 수 있도록 기본 설정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지난해 2월 인스타그램·스레드 이용자가 팔로우하지 않는 계정의 정치 콘텐츠를 추천 피드에서 볼 수 없도록 설정했는데, 1년도 되지 않아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저커버그 CEO는 전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제3자의 팩트체킹 기능을 폐지하고 사용자 참여형 모델인 '커뮤니티 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커뮤니티 노트는 일론 머스크가 SNS X를 인수한 이후 콘텐츠 중재 정책을 완화하며 도입한 기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메타의 팩트체크 기능이 표현의 자유 원칙에 위반된다며 비판해왔는데 메타가 차기 행정부에 운영 정책을 맞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러한 메타의 행보에 찬사를 보냈다. 또 저커버그가 과거 트럼프가 가한 위협에 직접 대응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마도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AI 규제 완화 기조 속 균형 모색
오는 20일 출범을 앞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테크계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장악했다. 트럼프는 경험 많은 정치인·관료 출신을 다수 기용했던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신기술·투자에 능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정부 곳곳에 대거 영입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신기술 규제를 풀고 지원은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다. 이런 트럼프의 기조엔 대선 캠페인 때부터 거액을 기부한 실리콘밸리 갑부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막강한 자금력과 탄탄한 인맥을 발판으로 미 정계의 실세로 부상한 테크계 인사들은 AI, 가상 화폐, 우주 기술,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트럼프 2기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는 "테크 생태계 내에 규제 완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에 동조하는 이들이 생기면서 공화당과 실리콘밸리의 협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기 당시 틀을 깨는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거는 정통 관료·정치인에게 실망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돈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실리콘밸리 인사들이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트럼프 당선인이 새 연방거래위원회(FTC) 의장으로 지목한 앤드류 퍼거슨은 AI 규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빅테크에 대한 일정 수준의 규제를 시행하며 균형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은 "퍼거슨 AI 혁신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규제가 빅테크 독점을 강화하고 AI 스타트업의 해외 이탈을 촉발해 미국의 기술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며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반대하며 미국 내 혁신 환경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퍼거슨은 AI 규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기타 온라인 규제의 필요성을 옹호해 왔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인터넷 사용자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무기한 저장하는 상황을 두고는 '위기'로 지적하며 규제 필요성을 옹호했다. 다만 데이터 활용 기반 광고 규제에 대해서는 온라인 경제의 균형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퍼거슨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 검열 정책도 문제로 삼았다. 그는 플랫폼이 '허위 정보'나 '증오 발언' 등 모호한 기준을 적용해 사용자 신뢰를 저버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며 보다 투명한 정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