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화장품, 재고 관리 용이하고 마진율 높아 쿠팡·무신사, 럭셔리뷰티에 이어 PB 출시 컬리는 화장품 전문관 '뷰티컬리'에 주력
이커머스 업계 1위 쿠팡이 스킨케어 중심의 자체브랜드(PB)를 출시하며 뷰티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지난 2023년 오픈한 럭셔리뷰티 전문관에 이어 PB까지 보유하면서 무신사, 컬리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회원 수를 기반으로 뷰티 시장에 진출한 쿠팡이 무신사의 성장세를 흔들고 나아가 올리브영의 경쟁 상대로 자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쿠팡, 기초화장품 중심 PB '엘르파리스' 출시
13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쿠팡의 자회사 씨피엘비(CPLB)는 지난 8일 PB 엘르파리스를 통해 스킨케어·앰플·크림 등 기초화장품 18개 제품을 출시했다. 제품 가격은 할인가 기준 4,900원에서 11,900원이다. 엘르파리스는 그동안 여성 캐주얼 의류 브랜드로 운영돼 왔으나 이번에 화장품 라인을 추가해 브랜드 확장에 나섰다. 쿠팡은 지난해 7월부터 국내 중소 제조사와 협력해 상품 개발을 진행해 왔다. 제조사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맡고 쿠팡은 마케팅과 유통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화장품 PB 진출은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PB는 NB(제조업자 브랜드) 제품과 달리 브랜드 로열티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데다 독점 판매로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는 점에서 브랜드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또 화장품은 신선식품과 비교해 보관·재고관리·운송 등의 과정이 간단하고 원가율도 20~30% 수준이라 이윤이 많이 남는다는 강점이 있다.
쿠팡은 이번 화장품 출시를 통해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부터 중저가 PB 제품까지 아우르는 뷰티 사업의 퍼즐을 완성했다. 2023년 고급 화장품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오픈하며 뷰티 시장에 진출한 쿠팡은 지난해 10월 '알럭스'를 선보이며 뷰티 사업을 한층 강화했다. 현재 조말론런던, 설화수, 에스티로더, 헤라 등 30여 개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점한 알럭스는 100% 직매입 방식으로 정품성을 보장하고, 여기에 쿠팡의 강점인 로켓배송을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무신사, 오드타입에 이어 신규 PB 출시 준비
쿠팡이 화장품 PB를 런칭함에 따라 앞으로 뷰티 분야에서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업계 1위 올리브영을 추격하는 업체 중 PB와 럭셔리뷰티 라인을 동시에 보유한 곳은 쿠팡과 무신사 두 곳뿐이다. 무신사는 2021년 11월 '무신사 뷰티' 전문관을 운영하며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입점 브랜드 수가 1,700여 개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상반기 기준 무신사 뷰티의 구매 고객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2023년 4월 색조 화장품 PB '오드타입'을 출시하며 뷰티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오드타입은 출시 1분기 만에 누적 거래액이 전년 대비 10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해 현지 라이프스타일숍 로프트와 프라자 200여 매장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현재 무신사는 오드타입의 성과에 힘입어 뷰티 사업에서 추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뷰티 PB '위찌'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컬리는 론칭 2년 만에 거래액 5,000억 원을 돌파한 '뷰티컬리'의 육성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컬리 전체 매출에서 뷰티컬리 비중은 10% 수준으로 2023년 상반기 기준 뷰티컬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입점 브랜도 1,000여 개에 달한다. 올해는 오프라인 뷰티축제 '뷰티컬리페스타' 등을 통해 브랜드의 외형 성장과 인지도 제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컬리 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률 달성을 예상한다. 다만 현재 기획 중인 PB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 CJ올리브영은 온라인 채널 강화
쿠팡, 무신사, 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가 뷰티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올리브영이 주도하는 국내 화장품 시장의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CJ올리브영은 2010년대 말 로드샵의 쇠락화 함께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화장품을 포함한 국내 헬스앤뷰티(H&B) 시장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 중이다. CJ올리브영의 장악력이 커지면서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 등이 차례대로 시장을 떠났다.
2011년 시작한 PB 사업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웨이크메이크, 라운드어라운드, 필리밀리 등 PB를 순차적으로 출시하면서 영향력을 키웠고, 일부 브랜드는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등 회사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다. 올리브영의 성공 비결은 강력한 유통 네트워크와 마케팅에 있다. 전국 1,3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소비자 접근성을 극대화했고 분기별로 진행되는 '올영세일'과 같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통해 뷰티 트렌드를 주도해 왔다.
이커머스 업계의 공세 속에 CJ올리브영은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온라인 채널 강화에 나섰다. 퀵커머스 서비스인 '오늘드림'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8년 처음 선보인 오늘드림은 전국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고객이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당일 1시간 이내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CJ올리브영은 내년까지 주요 광역시와 지방 도시에 오늘드림 서비스를 제공하는 MFC(도심형 물류 거점)를 20개까지 늘려 전국적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