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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길 막히기 전 최대한 비축” 중국 반도체 수입 1년 사이 10.4%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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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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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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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및 장비 수입에 562조원가량 지출
내재화율 더딘 고성능 반도체 집중 매입
제재 허점 파고들어 기술 자립에 속도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수출 통제가 압박의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와 첨단 반도체 장비를 대량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종료 직전까지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의 고삐를 바짝 쥐고 있는 가운데,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와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美 압박 수위 높아지며 中 불안감 증폭

15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격)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3,850억 달러(약 562조원)로 전년(3,502억 달러·약 468조원) 대비 10.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입량(3,250억 달러·약 475조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물량 기준 가장 큰 증가 폭을 그린 품목은 반도체 집적회로(IC)로 5,492억 개가 수입돼 2023년보다 14.6% 늘었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에 따른 중국 업체들의 불안감 증폭이 첨단 반도체 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전 세계적 수요 증가세인 인공지능(AI) 반도체부터 차량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 차세대 기술 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둔 시점에도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안을 추가로 내놓는 등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가로막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과 백악관은 미국산 AI 반도체와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수출과 재수출, 국가 내 이전 등을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추가 규제안을 발표했다.

그간 제3국을 우회하는 형태로 미국의 수출 규제를 회피해 온 중국은 이처럼 우회로를 차단하는 규제안까지 나오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과거 미국이 반도체 첨단 장비 규제를 예고하자, 중국이 ASML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장비를 대거 사재기했던 것과 유사한 양상”이라며 “아직 내재화율이 더딘 AI 서버용 고성능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 그밖에 차세대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에의 반도체를 비축해 두려고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대선 직후 반도체 제조 필수품 주문 급증

오는 20일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통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60%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기업들이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반도체 소재 확보에 열을 올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의하면 듀폰과 엔테그리스, 케무어스 등 미국 내 공급업체들에 대한 주문이 지난해 11월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 주문 품목은 화학 및 기계 연마 패드, 필터, 특수 용기, 고급 윤활제, 검사·테스트용 전구 등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모품들이다. 한 칩 유통업체는 “중국이 자국 내에서 대체재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공급업체의 제품이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월등히 앞선다”고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은 1기 행정부 당시에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들일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한 바 있다. 이는 중국이 AI 반도체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기술 발전에 한계를 맞도록 한 효과적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드웨어 성능 한계 효과적으로 극복

미국 정부의 제재가 갈수록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동안 중국은 ‘사재기’로 확보한 첨단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를 활용해 기술 자립을 서둘렀다. 제재 규정이 갈수록 촘촘해지면서 종국에는 공급망 차단에 이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는 2017년 “2030년까지 전 세계 AI 선두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자국 IT 업체와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강화해 왔다.

이와 같은 노력은 일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9일 “알리바바와 텐센트, 딥시크 등 중국 IT 기업에서 선보인 AI 모델들이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최신 기술과 맞먹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 가운데 딥시크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엔비디아 고성능 AI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기 1년 전부터 약 1만 개의 물량을 사들여 데이터 서버 및 슈퍼컴퓨터를 구축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반도체를 공급받고 있는 텐센트 역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텐센트가 선보인 초거대 AI 모델 훈위안(Hunyuan)은 벤치마크 성능 검사에서 경쟁사 메타의 가장 앞선 기술과 비등한 수준을 자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타임은 “텐센트가 해당 모델을 엔비디아 저사양 제품인 H20 반도체로 이뤄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중국 기업들은 하드웨어의 성능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기관 또는 연구소가 제재의 허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씽크탱크 랜드코퍼레이션은 타임에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 허점은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을 벌어줬다”고 말했으며, 버클리리스크보안연구소는 “미국은 ‘두더지 잡기’와 같은 식의 반도체 규제를 실시하는 대신, 대중국 견제 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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