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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쌓였다" SMR 시장 공략 나선 국내 기업들, 관건은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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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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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산업계, SMR 미래 먹거리로 낙점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 트럼프 취임 등 호재도
"기대와 현실 격차 커" 관건은 기술력 확보  

한국 산업계가 소형모듈원전(SMR) 산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MR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시장 호재에 주목한 기업들이 속속 관련 투자를 확대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SMR 시장이 기술 상용화에 난항을 겪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 여부가 시장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MR 시장 진출하는 韓 기업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은 SMR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관련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SMR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대표적인 국내 기업으로는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중공업, DL이앤씨,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꼽힌다. 두산과 HD현대는 테라파워 SMR과 원자로 지지 구조물·원자로 용기 등 핵심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가 설계한 SMR의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맡기로 했다.

삼성물산 역시 지난해 7월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 설계(FEED∙Front-End Engineering Design)에 참여하며 글로벌 SMR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플루어, 뉴스케일, 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3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기본 설계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홀텍이 개발한 SMR-300의 설계·구매·시공 사업 독점 권한을 확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상업화를 위한 표준모델 상세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SMR 기술 개발은 산업계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부터 한국형 SMR인 ‘i-SMR’을 개발 중이다. 향후 2028년까지 총 3,992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표준설계인가를 취득하고, 2035년까지 모듈 건설을 완료해 실증 가동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SMR의 성장 잠재력

이처럼 SMR이 각광받는 배경에는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 SMR은 인공지능(AI) 열풍과 함께 고개를 든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SMR의 발전 단가가 화력 발전 대비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대형 원전의 킬로와트시(㎾h)당 발전 단가는 72원으로 유연탄(143원)과 태양광(131원)의 절반 수준이며, SMR 발전 단가는 대형 원전 발전 단가의 65% 수준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대형 원전 대비 안전성이 높아 데이터센터 근처에 설치가 가능하고, 설치 비용 부담이 낮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장점으로 꼽힌다.

향후 조선업 등으로 기술의 활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해운·조선업계는 SMR을 선박의 주요 동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에즈 운하를 통한 해상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북극항로(북극해를 따라 유럽과 북미, 아시아를 연결하는 운송 경로)가 대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극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원자력 추진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영향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도 SMR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SMR 산업에 호의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공약 패키지 ‘아젠다 47’을 통해 SMR 인허가 절차 간소화, SMR 개발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지명자 역시 15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에너지·천연자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전량이 1기가와트(GW)에 달하는 대형 원전보다는 SMR을 대안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SMR 친화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상용화는 '지지부진'

SMR의 잠재력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업계에서는 차후 시장 선점의 관건이 '기술력 확보'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SMR 기술 수준이 아직 상용화가 어려운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세계 각국의 원자력 발전 전문가 21명의 다중지표 분석을 토대로 발간된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NISR) 2024’에 따르면, 현재 SMR을 가동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이다. 보고서는 “SMR에 대한 기대와 산업 현실 사이의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면서 “원자력 업계와 여러 정부는 금전적, 정치적 측면에서 SMR에 대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현장은 이러한 노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각국은 SMR 기술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SMR 개발을 위해 계속해서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건설 중인 원자로는 단 한 기도 없다. SMR 개발 업체 중 유일하게 미국 정부로부터 인가를 받은 뉴스케일파워는 2023년 사업비 문제로 유타주에서 추진하던 SMR 실증 사업을 취소한 상태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2022년 정부 차원에서 랑스전력공사(EDF)의 SMR ‘뉴워드’를 비롯한 혁신형 원자로 개발에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으나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30년 착공할 예정이었던 뉴워드 프로젝트가 건설 비용·기간에 대한 우려로 좌초한 결과다. 한국의 경우 2012년 시스템 통합형 모듈형 첨단 원자로(SMART) 설계가 안전당국의 승인을 받았지만, 이후 좀처럼 수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i-SMR을 비롯한 여타 설계는 개발 초기 단계이며 아직 표준 설계 승인 신청도 받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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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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