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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 금융위 제재에 영업정지 위기 놓여 처분 확정 시 경쟁사 빗썸에는 '호재' 정부는 가상자산 추가 규제 논의 지속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확인된 미흡한 KYC(고객확인제도) 이행 상황이 제재의 원인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업비트의 영업정지가 최종 확정될 경우 경쟁사인 빗썸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당국, 업비트에 '영업정지' 철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9일 업비트에 대해 특정금융거래정보법 위반 혐의로 영업정지를 포함한 제재 내용을 사전 통지했다. 해당 처분이 확정되면 업비트는 최장 6개월 동안 신규 고객 유치와 관련한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단 기존 고객들은 정상적으로 업비트 내에서 거래할 수 있다.
앞서 FIU는 지난해 8월 말부터 업비트가 제출한 사업자 면허 갱신 신고 신청에 대해 현장 검사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업비트가 KYC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사례를 70만 건 발견한 바 있다. KYC는 자금 세탁 및 테러 자금 조달을 방지하기 위해 고객 신원을 확인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업비트가 KYC 이행을 소홀히 해 자금 세탁 방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강력한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비트는 오는 20일까지 FIU에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소명 의견서를 제출할 수 있으며, 최종 처분은 21일 제재심에서 확정된다. 이와 관련해 업비트 측은 "제재 결과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며 "제재심의위원회 등 향후 절차를 통해 충실하게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빗썸 '반사이익' 누릴까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1위 업체인 업비트가 영업정지 위기에 놓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2위 거래소인 빗썸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빗썸이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힐 것이라는 시각이다.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최근 업비트와 빗썸의 이용자 수 증가율은 눈에 띄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의 이용자 수는 지난해 11월 463만 명에서 12월 499만 명으로 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빗썸의 이용자 수는 224만 명에서 291만 명으로 무려 139% 늘어났다.
빗썸의 추격은 새로운 입출금계정(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KB국민은행과의 협력이 본격화하는 오는 3월부터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업비트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핵심 발판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의 이용자 수가 기존 제휴 은행인 NH농협,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 등의 이용자 수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KB스타뱅킹’ 이용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394만3,842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의 모바일 뱅킹 이용자 수는 431만8,986명, 케이뱅크는 470만7,272명이었다.
업계에서는 차후 빗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이 KB국민은행과 제휴한 것을 계기로 가상자산 시장 점유율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업비트가 제재를 받는 기간 동안 거래소들의 법인 영업이 확대될 경우, 법인 계좌 확보에 있어 빗썸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정부 추가 규제는 '변수'
문제는 '시장 점유율' 외에도 차후 가상자산 시장에 닥쳐올 변화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상자산 규제 강화를 위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관계부처, 기관 및 민간 위원들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날 가상자산위원회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시 검토가 필요한 주요 과제들이 선정됐으며, 과제별 고려 사항과 입법 방향에 대한 위원들의 논의가 진행됐다.
위원들은 가상자산사업자 관련 과제를 검토하기 위해 가상자산 매매, 중개, 보관, 관리, 자문, 평가 등 다양한 가상자산업 유형을 포괄하는 해외 입법례 등을 점검했으며, 이용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 등을 위한 불건전 영업 행위 규제의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서는 투명한 상장, 공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핵심 요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위원들은 현재 자율 규제인 '모범 규준'으로 규율하고 있는 ‘거래 지원(상장)’의 이행 효율성을 제고하고, 정기공시 및 수시공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2단계 입법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스테이블 코인 규율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위원들은 스테이블 코인 발행자의 준비 자산에 엄격한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용자의 상환 청구권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등의 최근 글로벌 주요 규제 흐름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관계기관 TF 및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2단계 입법 주요 과제별로 세부 내용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법안은 가상자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하반기 중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