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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조선업 제재 나선 美, 시장은 "中 피해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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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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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법 301조 내세워 中 조선업 제재 예고
글로벌 시장 질주하는 中 조선업계, 美 견제 영향 제한적
컨테이너선 등 넘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급성장'

미국이 중국의 조선업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한 제재에 착수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이 해양·물류·조선 분야에서 불공정 무역 행위를 지속해 왔으며, 향후 무역법 301조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중국이 이미 전 세계 조선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미국의 제재가 중국 조선업계에 미칠 영향은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美 "中, 조선 시장서 불공정 경쟁"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은 중국이 조선·해운 분야에서 불공정하게 경쟁해 미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대응 조치를 예고했다. USTR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해양, 물류, 조선 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국이 이런 분야를 겨냥해 지배하려는 게 불합리하고 미국의 무역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러므로 301조에 따라 행동이 가능하다(actionable)"고 밝혔다. 무역법 301조는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다.

USTR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거의 30년 동안 해양, 물류, 조선 분야를 표적으로 삼아 왔으며, 이들 분야를 지배하겠다는 목적을 대부분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USTR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을 1999년 5% 미만에서 2023년 50% 이상으로 늘렸으며, 2024년 기준 세계 상선단의 19%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USTR은 중국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활용해 시장 지향적인 기업과 노동자에게서 상업 기회를 빼앗으며 경쟁을 줄이고, 시장을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어 경제 안보 위험을 키웠다고 결론지었다.

USTR은 중국이 강제 노동 및 철강 과잉 생산 등을 통해 불공정하게 비용을 낮추고, 중국 기업에 우위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조선 시장에서 지배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다음 조사 단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칼을 쥐게 된 셈이다.

조선업계 내 中의 영향력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조선업 견제가 중국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평이 많다. 이미 중국이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갖춘 만큼, 제재의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주 태즈매니아대학교 소속 제임스 친 아시아학 교수는 "중국 조선소들이 일본, 한국을 비롯한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했다"며 “중국 조선소는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도 앞으로 2년 동안은 끄떡없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실제 최근 중국 조선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전 세계 선박 건조 수요를 흡수하며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산 선박 가격은 한국산 선박에 비해 1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의 배경에는 중국의 낮은 인건비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중국 정부는 조선 업체를 대상으로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등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불황기엔 정부와 국영기업이 선제적으로 발주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렴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하락, 대형 조선사들의 수직 계열화 등도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 수주를 앞세워 컨테이너선 시장 등에서 존재감을 키우던 중국은 최근 들어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초 2025년까지 전 세계 친환경 선박의 절반 이상을 중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자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메탄올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선박 제조 역량이 확보되면 중국은 압도적인 조선업 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짚었다.

中 수주 점유율 71% 육박

중국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략 의지는 지난해 본격화한 '조선소 구조조정' 움직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재 중국 1위 국영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2위 중국선박중공업그룹(CSIC)은 정부 주도하에 흡수합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 사의 자산 규모는 4,000억 위안(약 75조원)으로 국내 최대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약 17조원)의 4배 수준이며, 연간 영업이익은 1,000억 위안(약 18조8,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두 회사의 합병으로 만들어질 신설 국영 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세계 조선 시장의 3분의 1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양 사 합병을 계기로 불필요한 자국 내 경쟁을 줄이고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며 고부가가치 선박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지원을 필두로 합병 조선사의 질적 성장이 본격화할 경우,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내 중국의 영향력은 눈에 띄게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조선사가 선제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경험을 쌓으며 도약 기반을 마련해 둔 상태기 때문이다. 특히 CSSC는 지난해 4월에 이어 9월에도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총 24척을 따내며 LNG 운반선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 공략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중국의 세계 조선 시장 내 입지도 굳건해지는 추세다. 글로벌 조선산업 리서치 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 세계 신규 선박 수주 점유율은 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024년 세계 수주량 6,581만 CGT(표준선환산톤수) 중 4,645만 CGT를 확보한 것이다. CGT는 단순 선박의 크기나 무게가 아닌 선박 건조의 난이도와 부가가치를 반영한 ‘기술적 가치’를 표현하는 단위로, 조선사의 실질적인 작업량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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