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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에서 4,000억원대" 기업가치 내려앉은 컬리, 美 상장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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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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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4조원 달하던 컬리, 장외시장 기업가치 4,100억원으로
국내 상장 포기하고 뉴욕 증시 우회상장 가능성
"나스닥, 무조건 기회의 땅 아냐" 시장선 비관적 전망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컬리의 기업가치가 과거 대비 10분의 1 수준까지 미끄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매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며 시장 기대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컬리가 향후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국내 증시를 과감히 포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을 통해 미국 증시에서 우회상장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컬리, 기업가치 '폭삭'

5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현재 장외시장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는 약 4,110억원가량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 2021년 총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했을 당시 인정받은 몸값(4조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한때 주당 1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던 주식은 최근에는 8,000~9,000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컬리 기업가치 하락의 배경에는 성장세 둔화가 있다. 지난해 상반기 컬리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779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컬리의 과거 성장세를 고려하면 상당히 부진한 성적이다. 컬리의 매출은 2019년 4,260억원에서 2020년 9,531억원, 2021년 1조5,614억원, 2022년 2조372억원 등 매년 급속도로 성장해 왔으나, 2023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세가 둔화된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나스닥 문 두드릴까

증권가에서는 컬리가 가까운 시일 내 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기업가치가 폭락한 현 상황에 상장을 강행하면 투자자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긴다"며 "특히 최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 원금을 지키기 위한 컬리의 지분 가치 하한선은 2조8,000억원 수준으로, 최소한의 몸값은 맞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컬리가 국내 증시를 떠나 스팩을 통한 미국 우회상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앞서 컬리는 2021년 IPO를 준비하면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외국계 증권사를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며 나스닥 상장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앞서 경쟁사인 쿠팡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고, 경영권 방어에도 용이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컬리는 국내 상장으로 돌연 방향을 틀었고, 기업가치 하락 등 악재로 인해 2023년 1월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컬리가 뉴욕 증시에 재도전해도 '제값'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의 컬리'로 불리는 식료품 구매 대행 업체 인스타카트가 나스닥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상장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IPO를 앞두고 있던 인스타카트는 기업가치 86억~93억 달러(약 11조5,000억~12조4,000억원)를 목표로 삼았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390억 달러(약 52조원)에 달하던 기업가치가 4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당시 인스타카트는 사업 기틀인 배송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며 점차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다.

컬리, '토스'와 닮은꼴?

시장에서는 컬리의 사례에서 토스(비바리퍼블리카)의 상장 행보가 연상된다는 평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토스는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국내 상장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현재 토스는 최소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상장 중단을 결정했을 당시 토스의 장외 시가총액은 8조1,000억원 남짓이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종목들이 국내 증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도 토스의 미국행을 부추겼다. 미국 시장의 경우 자금 동원 규모가 국내보다 크고,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토스뱅크, 카카오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3사로 언급되는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소식도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방증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고 향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뉴욕 증시 상장이 토스, 컬리 등 국내 대형 스타트업에 있어 '완벽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쿠팡, 웹툰엔터테인먼트 등 토스에 앞서 미국 증시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줄줄이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 들었다"며 "나스닥 시장이 무조건 '기회의 땅'인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컬리, 토스처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성장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행이 최선의 선택지일 수는 있지만, 나스닥 시장 진출 이후 전망이 '장밋빛'일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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