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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하반기 중 4번째 상장 도전 투자자 엑시트, SK이노베이션 자금 수혈 이번 상장에 달렸다 시가총액·공모 구조 유사한 LG CNS, 흥행 선례 남겨
SK엔무브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2013년부터 총 3차례 IPO에 실패한 이후 재차 증시 입성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IPO에 핵심 투자자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SK이노베이션의 현금 창출 등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만큼, SK엔무브가 '성과'를 보여야 할 때라는 평이 나온다.
SK엔무브, IPO 채비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윤활유 사업 자회사 SK엔무브(옛 SK루브리컨츠)는 오는 6~7월 상장을 목표로 IPO 채비에 나섰다. 희망 기업가치는 최소 5~6조원 수준으로, 준수한 현금 창출력을 근거로 높은 몸값을 책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3년 SK엔무브는 약 1조1,400억원에 달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8,000억~9,000억원 수준의 EBITDA를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엔무브의 상장 도전은 이번이 무려 네 번째다. SK엔무브는 지난 2013년과 2015년, 2018년에 걸쳐 총 3차례 증시 입성을 노렸지만, 번번이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가장 최근인 2018년의 전례를 살펴보면, 당시 SK엔무브는 멀티플을 10.1배 적용해 목표 시가총액을 4조3,000억~5조2,000억원대로 잡았다. 당시 매출액은 3조4,719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5,182억원 수준이었다. 이에 기관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며 SK엔무브를 외면했고,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SK엔무브는 상장 의사를 철회했다.
SK엔무브 상장 둘러싼 이해관계
업계에서는 SK엔무브가 이번 IPO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SK엔무브의 이번 상장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IPO는 SK엔무브의 주요 투자자인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ICS)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가 될 수 있다. 앞서 ICS는 지난 2021년 1조1,195억원을 투자해 SK엔무브 지분 40%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하반기 지분을 SK에 일부분 매각해 현재 지분율은 30% 수준이다.
2021년 투자 당시 ICS는 내부수익률(IRR) 5.7%를 보장받기로 했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려면 SK엔무브의 기업가치가 최소 3조5,000억원 수준이어야 한다. 현재 SK엔무브의 희망 기업가치가 5~6조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CS에 있어 이번 IPO는 적절한 투자금 회수 기회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 시점 대비 두 배 이상의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만큼 FI(재무적 투자자)가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라면서도 "다만 SK엔무브의 호실적을 고려하면 안정적인 배당주로서 가치도 있어 장기 투자도 검토할 만하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의 구주매출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엔무브는 SK온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합병 대상으로 거론될 만큼 우량한 자회사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하고 있는 SK엔무브 지분 중 일부만 매각해도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엔무브가 상장되고 나면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며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진다고 봐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이 이번 상장에서 구주를 매각해 재원 마련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LG CNS의 흥행
한편 현시점 SK엔무브 IPO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시가총액이나 공모 구조 등이 비슷한 LG CNS가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압도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SK엔무브의 IPO 성공 가능성이 일부분 입증됐기 때문이다.
LG CNS는 지난달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희망범위(5만3,700~6만1,900원) 최상단인 6만1,900원에 확정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2,059곳 중 약 99%가 희망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률은 114대 1 수준이었으며, 수요예측에 모인 자금은 약 76조원에 달한다. 이후 실시한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 역시 122.9대1로 높았으며, 모인 청약 증거금은 21조1,441억원에 육박했다.
다만 LG CNS의 이 같은 흥행 흐름이 상장 첫날부터 끊겼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상장 첫날인 5일 오후 2시 6분 기준 LG CNS는 공모가(6만1,900원) 대비 약 11% 내린 55,1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중이 주가 하락세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 수요예측에 참여한 2,059곳의 기관 중 의무보유 미확약 기업은 1,741곳으로, 이들이 보유한 물량만 10억9,021만2,255주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의무보유확약이 설정되지 않은 주식은 상장 직후 곧바로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투자자가 배정받은 290만6,579주(전체 공모주식의 15%) 매물 역시 주가에 하방 압력을 더했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