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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장악한 ARM '자체 칩' 생산 추진, 엔비디아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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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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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乙' 영국 ARM, 칩 직접 제작
글로벌 반도체 생산 체제 변화 예고
엔비디아 등 반도체 업체와 경쟁 본격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AI(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의 첨병으로 삼은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ARM이 자체 칩 개발에 뛰어든다. 반도체 설계에 그쳤던 사업구조를 자체 개발까지 확장해 본격적인 AI 칩 경쟁에 뛰어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열풍으로 반도체 지형도가 급변한 가운데 빅테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설계만 하던 ARM, 올여름 자체 칩 공개

13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을 인용해 ARM 최고경영자(CEO)인 르네 하스(Rene Haas)가 이르면 오는 여름 자체 제작한 첫 칩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ARM은 새로운 칩의 첫 고객으로 이미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는 대만 TSMC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ARM은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으로 삼성,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ARM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모든 칩의 골자가 되는 아키텍처 선행 라이선스와 실제 칩 내부에 탑재되는 코어 디자인을 파는 로열티다. 다수 칩 회사가 ARM에 라이선스 요금을 낸 뒤 아키텍처 사용권을 얻고, ARM 코어를 칩 안에 배열해 완성품 칩 설계도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모두 'ARM 생태계'에 속해 있다.

특히 ARM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칩의 90% 이상이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사실상 ARM의 독점 생태계라 해도 무방하다. 이처럼 ARM은 칩을 자체적으로 만들지 않고 대신 칩 설계 자산을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ARM 사업 모델의 딜레마

이런 가운데 ARM의 자체 칩 개발은 기존의 칩 설계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의미한다. ARM의 비즈니스 모델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지만, 동시에 빠른 매출 확장을 꾀하기 힘들다는 치명적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라이선스에서 이 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 ARM은 여러 고객사와 협상을 통해 ARM 아키텍처의 사용권을 수개월에서 연 단위로 판매하는데, 2010년 무료로 이용 가능한 오픈소스 아키텍처 'RISC-V(리스크-V)'가 탄생한 뒤로 라이선스 사업 모델이 흔들렸다. 리스크-V의 확장을 막기 위해 구형 ARM 아키텍처 라이선스 비용을 낮추거나, 무료로 푸는 등 저가 공세를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만 해도 ARM의 수익 구조에서 라이선스 매출과 로열티 매출 비중은 거의 동등했으나 2021년 기준으론 라이선스 매출(11억 달러, 약 1조5,900억원)이 로열티 매출(15억 달러)보다 확연히 뒤처졌다. 이 추세는 최근까지 두드러지고 있다. 대신 ARM의 성장을 이끌어온 사업은 시스템 반도체의 코어, 즉 로열티 매출이었다. 코어 로열티는 라이선스처럼 협상을 통해 사용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칩 매출액의 일부를 ARM에 환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반도체 호황기에 더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로열티 사업에도 한계가 있다. 통상 ARM의 로열티는 칩 판매가의 1~2% 수준에 불과하다. ARM 입장에서는 매년 수천억 개씩 팔려나가는 ARM 반도체 생태계 전체 매출 중 티끌만 한 분량만 떼가는 셈이니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즉 ARM 입장에서는 자체 칩 개발이 시장도 확장하고 매출도 증대할 절호의 기회다.

ARM은 먼저 미국 인텔과 AMD의 점유율을 노릴 전망이다. ARM이 첫 시험대로 낙점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은 두 기업이 사실상 양분해 왔는데, 이들 기업은 ARM의 명령어집합 대신 ‘x86’을 기반으로 반도체를 설계한다. ARM이 이 시장에 직접 뛰어들게 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ARM의 대주주 손정의 회장은 이를 위해 CPU를 설계하는 미국 스타트업 암페어를 인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ARM

차세대 네오버스 생태계 조성에도 박차

ARM의 이런 행보는 총 10조 엔(약 88조원)을 들여 소프트뱅크를 AI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손 회장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손 회장은 AI 사업 생태계를 데이터센터와 로봇, 전력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최신 AI와 반도체 및 로봇 기술을 통합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을 촉진할 방침이다. 이 계획에서 AI 칩은 핵심에 자리하고 있다. 실제 ARM은 궁극적으로 AI 칩을 직접 만든다는 구상이다. 손 회장이 AI 인프라 확장을 목표로 ARM을 핵심 사업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자체 칩 출시는 AI 칩 시장 진출의 중요한 단계인 셈이다.

또한 ARM은 AI 시대를 맞아 폭증하고 있는 커스텀 칩 수요에 발맞춰 네오버스(Neoverse) 생태계 구축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AI 워크로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전체 AI 스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긴밀하게 결합된 CPU 컴퓨팅이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ARM의 네오버스 기반 CPU는 데이터 전처리, 오케스트레이션, 검색 증강 생성(RAG)과 같은 데이터베이스 증강 기술 등에서 이점을 제공한다.

현재 ARM의 아키텍처는 모바일용인 코텍스(Cortex)군과 서버용인 네오버스군으로 나뉜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새로운 기술은 네오버스 제품군인 네오버스 CSS N3와 V3다. 네오버스 CSS N3는 N2에 비해 와트당 성능이 20% 향상됐으며, 성능에 중점을 둔 V시리즈인 V3는 N2에 비해 소켓당 성능이 50% 증가됐다. 네오버스 CSS는 메모리⋅I/O(입출력)⋅가속⋅토폴로지(연결방식) 등 SoC(시스템온칩)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ARM이 사전에 통합 검증해 놓은 덩어리로, 고객사들은 이를 그대로 갖다 쓰거나, 일부 요소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칩 개발 속도를 단축할 수 있다.

이처럼 ARM은 전 세계가 AI를 수용함에 따라 가장 작은 센서에서부터 가장 큰 데이터 센터에 이르기까지 ARM 아키텍처 활용 범위를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인프라 내에서 범용 CPU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되면서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들이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새로운 커스텀 칩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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