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좀비기업 퇴출' 속도내는 거래소, 실질심사 상장폐지 칼바람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상폐 결정 유보적이던 거래소
쌍방울·이아이디 상폐 결정
상장 문턱 높인 개선안 예고도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에서 8년 만에 ‘실질심사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좀비 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량 조건에 미달하면 상폐 절차를 밟게 되는 형식적 심사와 달리 기업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실질심사를 통해서는 상폐가 없었지만, 제도 개선 원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든 것이다.

한계기업 퇴출 본격화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쳐 코스피 종목에 상폐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주 쌍방울과 이아이디의 상폐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최근 10년간을 살펴봐도 2건에 불과했다. 쌍방울·이아이디를 제외한 가장 최근 사례는 8년여 전인 2017년 6월에 상폐된 보루네오가구다. 당시 보루네오가구는 임직원이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됐으나 5년 새 최대주주가 10차례 넘게 바뀌고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지는 등 한계까지 몰린 끝에 상폐 결정을 받았다.

2015년에 상폐된 이코리아리츠 역시 횡령·배임 사건에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상폐 결정을 내렸다. 실질심사 사유로 상폐 절차에 들어선 경우 한국거래소가 기업과 조율을 거쳐 상장 유지를 끌어내 왔기에 최근의 연이은 상폐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온정적인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개선 기회를 또다시 주면서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발 빠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피 종목의 경우 상폐 심사에 4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 쌍방울과 이아이디 모두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상폐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쌍방울과 이아이디가 제출한 개선 계획에 따라 개선 기간을 부여했으나 심사 결과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개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상장공시위원회가 결국 상폐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건전성 강화 드라이브

한국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칼을 빼 들면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들의 퇴출 가능성도 커졌다. 2020년부터 심사를 받아온 주성코퍼레이션(컨버즈)의 경우 지난달 개선 기간이 끝나 상폐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에이리츠는 오는 6월에 개선 기간이 종료되고, 선도전기와 부산주공은 실질심사의 1심 수순인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퇴출 강화 제도 개선 발표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다. 당국은 2028년부터는 시가총액 500억원(유가증권시장), 300억원(코스닥시장)에 미달하는 한계기업을 퇴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폐 제도 개선안에 따른 상폐 관련 세칙 개정 역시 마무리 단계다. 이번 주 안에 시행세칙 개정 예고를 발표하고 일주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오는 3월부터는 상폐지 과정에서 부여되는 개선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형식적 상폐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함께 발생할 경우 형식 심사만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두 심사를 병행해 진행한다.

거래 부진 기업은 퇴출 대상 아냐

예전에 비해 유독 올해 상폐 결정 기업이 대거 확대된 배경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가 자리한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받는 원흉 중 하나로 부실기업을 꼽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올해 초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는 등 부실기업의 증시 퇴출에 대해 같은 입장을 내비쳤다. 증시의 건정성 측면에서 이 같은 당국의 행보는 반길 만한 소식이다.

다만 ‘주식 거래량’ 기준은 유지되고 있어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한국거래소는 엄밀히 따져볼 때 거래량은 기업의 본질과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량 상폐 기준을 타이트하게 잡을 경우 한국거래소가 거래를 부추긴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코스피 상장 기업의 경우 2개 반기 연속으로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이면 상폐될 수 있다. 코스닥 상장 기업은 코스피보다 기간이 더 짧다. 코스닥은 2개 분기 연속 월평균 거래량이 유동주식수 1% 미만일 때 상폐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부실기업이라고 판단하는 1% 미만이라는 거래량 기준은 정해진 지 약 20년이 됐다. 2005년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증권시장, 코스닥위원회, 선물거래소 등이 통합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사명 변경 후 한국거래소)가 출범할 때의 수치가 여전한 것이다. 당시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거래량이 유동주식 수의 1% 미만인 기업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1% 미만이라는 기준은 그대로 상폐 요건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거의 사문화된 조항이다. 거래량 부진을 이유로 상폐된 종목은 많지 않아서다. 우선주를 제외하고 가장 최근에 거래량 미달로 상폐된 건 2008년 디씨씨다. 그 이후 16년간 거래량 요건을 맞추지 못해 상폐된 종목은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거래량이 현저히 낮은 기업들은 시장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지난해 8월 이복현 금감원장은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좀비기업의 경우 일반 주주들이 빠져나갈 수단이 없다”며 “상장 제도의 좋은 면(자금 조달)만 취하고 책임이 없는 이런 기업을 계속 유지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거래량 요건을 손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거래량 1% 미만’이라는 상폐 기준의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투자자와 기업의 반발이 있겠지만 1%가 적정한 수준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Picture

Member for

4 months
Real name
김차수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정확성은 신속성에 우선하는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여러분께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