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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믿고 산 영양제 가짜였다, 소비자 안전 공백에도 판매사·식약처 소극적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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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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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서 美 브랜드 영양제 구매 뒤 이상 증상 호소
소비자들 "큰 배신감", SNS상에선 '가품 판별법' 공유
식약처 등 관계당국의 엄격한 조치 촉구

쿠팡 등 국내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해외 유명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1번가나 G마켓 등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업계에서는 전자 상거래 플랫폼 1위인 쿠팡의 로켓직구 사용자 환경(UX)과 아이템위너 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짜 영양제 복용 후 간수치 2배 치솟아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영양제가 알고 보니 가짜였다는 신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쿠팡을 통해 구매한 영양제를 복용했다가 간수치가 치솟았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MBC에 따르면 56세 A씨는 두 달 전 쿠팡에서 미국 유명 브랜드 '쏜 리서치'가 만든 비타민B 보충제를 절반 정도 저렴한 가격에 구매했다. A씨가 구매한 영양제는 약통, 로고, 성분표 등이 한눈에 가짜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았으나 포장을 뜯어보니 살구색을 띄는 진품과 달리 캡슐은 하얀색에 크기도 작았다. 큰 의심을 하지 않았던 A씨는 색깔이 바뀌었겠거니 판단하고 영양제를 복용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복용한 뒤 A씨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영양제를 먹기 전 A씨의 간수치는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복용 이후 진행한 검사에서 기준치의 2배 이상까지 치솟았다. A씨는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 매달 간 기능 검사를 받아 왔지만 이렇게까지 치솟은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후 의사의 조언대로 영양제를 끊은 뒤엔 간수치가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해당 보도 이후 온라인에서는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제보 글이 올라왔다. B씨는 한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고 쿠팡에서 주문 목록을 확인해 봤다"며 글로벌 건강식품 브랜드 '나우푸드'의 제품을 구매했다가 가품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B씨는 정품과 자신이 가진 가품의 로고 및 성분 표시 글씨체 등을 비교한 사진을 올리고 "간에 도움 되라고 한두 달 먹었는데 이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시력이 급격히 안 좋아졌다. 무슨 성분이 들어 있었는지 몰라서 더 두렵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 '개별 검증' 불가

오픈마켓의 가짜 영양제 논란은 해외 브랜드 영양제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수년 전부터 여러 소셜미디어(SNS) 통해 알려져 왔다. 지금도 다수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상품이 가품으로 의심되지만 판매자 연락이 어렵다는 게시물들이 종종 올라오고 있다. 해외 유명 제품인 줄 알았는데 원산지가 다르다거나 케이스 및 로고는 동일하지만 내용물이 다르다는 내용 등이다. 실제로 사기 판매자들은 특정 브랜드의 영양제 포장 용기를 똑같이 따라 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진짜 영양제 용기를 바로 옆에 두고 비교해 봐야 글씨체의 크기나 간자 등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다. 알약(태블릿)의 색도 비슷하게 만들고 있다. 진짜 영양제는 짙은 황색인데, 가짜 영양제는 연한 노란색인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영양제 가품 논란을 오픈마켓 시장 전체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통상 쿠팡과 같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은 크게 직매입과 오픈마켓 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 직매입은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상품을 매입한 뒤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상품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오픈마켓은 개인 판매자가 쿠팡, 네이버 등 특정 이커머스 업체 사이트에 물건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이다. 플랫폼만 빌려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개인 판매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상대적으로 많다. 판매자가 동일한 상품을 쿠팡, 네이버 등 여러 업체에 등록해 판매할 수 있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오픈마켓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가품이 판매되는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짜 영양제 구매 피해 사례의 대부분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 판매자의 상품에서 발생한다"며 "특히 중국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판매자의 경우 신뢰도를 더욱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특허청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최근 3년간 온라인 플랫폼별 위조 상품 적발 현황'을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에서 유통한 위조 상품만 5,531건이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모두 직매입 구조가 아닌 오픈마켓에 의존하고 있다.

쿠팡 사용자 환경 및 정책이 소비자 혼돈 부추겨

오픈마켓 플랫폼의 가품 논란은 사실상 종식이 어려운 문제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쿠팡 정책이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본다. 로켓직구가 대표적이다. 로켓직구는 쿠팡이 직접 물건을 매입해서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서비스다. 11번가 등 다른 오픈마켓도 비슷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지만, 국내·외 물품을 넘나들면서 직매입 판매에 제대로 나설 수 있는 곳은 쿠팡이 유일하다. 해외 직구를 통해 영양제를 구입하고 싶은 소비자들이 쿠팡 로켓직구를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쿠팡을 믿고 거래하는 만큼 가품 위험을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구매 과정에서 가품 논란이 많은 '판매자 매입 배송'과 로켓직구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쿠팡 직구 여정은 물건 검색→로켓직구 표시 확인→수량·색상·사이즈 등 선택사항 변경→결제의 수순을 거친다. 혼란은 로켓직구 표시 확인을 한 이후 선택사항을 고르면서부터다. 선택사항에 따라 로켓직구와 판매자 매입 페이지 두 갈래로 한 번 더 길이 나뉘지만, 소비자는 로켓직구라는 점을 확인한 다음이라 판매자 매입 페이지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쿠팡 고유의 시스템인 아이템위너 정책도 소비자가 혼동을 부추기는 요소다. 아이템위너는 쿠팡에 올라온 동일한 상품들 가운데 가장 저렴한 물건을 대표 상품 판매자로 단독 노출하는 것으로, 같은 상품에 달린 리뷰가 표시된다. 해당 판매자가 판매한 상품이 아닐지라도 상품 리뷰가 따라오는 것인데 좋은 리뷰가 상단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소비자는 “베스트순이 아닌, 최신순으로 리뷰를 정렬해 보면 가끔 ‘가짜인 것 같다’는 리뷰가 뜬다”며 “좋은 리뷰는 다른 판매자의 상품에 달렸던 것인데 사기꾼 판매자의 판매가격이 좀 싸게 올라왔다고 해서 리뷰가 몽땅 이동해서 보여지니 꼼꼼히 보지 않으면 좋은 판매자인 줄 알고 사게 된다”고 지적했다.

가짜 영양제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체에 무해하다면 다행이지만 가짜 영양제의 성분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 문제에 큰 공백이 생긴 와중에도 이렇다 할 조치는 부재한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외직구 가짜 영양제에 대한 검사를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별다른 움직임이 없고, 쿠팡도 즉시 환불에 나서는 정도로만 대응하고 있다. 통상은 물품 회수 후 환불이지만 가짜 상품 구매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바로 환불해 주고 물품은 자진 폐기해달라고 요청하는 정도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쿠팡과 같은 국내 유수 유통업체가 건강에 직결되는 건강보조식품을 팔면서,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하는 것은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식약처 등 관계 당국의 엄격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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