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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스케일’로 영화 팬 눈길 사로잡은 中 애니, 정부 지원 등에 업고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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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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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자2, 美개봉 5일만에 1천만 달러 수익
中정부 산업 지원책 주효, 투자도 ‘빵빵’
“전통문화에서 잠재력 발산” 자신감

세계 영화 산업 내 중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급격히 높아진 모습이다.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와 캐릭터, 조악한 그래픽 등으로 혹평을 면치 못했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탄탄한 내수 시장이 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의 특색을 살린 참신한 스토리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흥행 돌풍에 나선 ‘너자: 악마소년의 바다 소동(이하 너자2)’이 그 선봉에 섰다.

‘봉신연의’ 모티프, 미국에서도 흥미 끌어

24일 중국 박스오피스 사이트 덩타(燈塔)에 따르면 너자(哪吒·Nezha)2는 지난달 29일 중국에서 개봉한 이후 16일 만에 2억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0일 기준 누적 관객이 2억5,783만 명으로 집계됐다. 극장 수익으로 환산하면 17억2,160만 달러(약 2조4,686억원)로 기존 1위인 미국 디즈니의 ‘인사이드아웃2’(16억9,800만 달러)를 제치고 세계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너자2는 2019년 개봉한 ‘너자, 악동의 탄생(咤之魔童降世·이하 너자1)’의 속편으로, 명나라 때 쓰인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 속 영웅신 너자(나타)의 이야기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삐딱하고 반항적인 모습의 주인공은 옳은 척하는 악당이 만든 질서를 처참히 깨부수며 많은 관람객에게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작품 속 판타지 세계에서 오늘날 중국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중국 내 인기를 발판으로 미국에서도 흥행에 박차를 가했다. 이달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에서 개봉한 너자2는 개봉 닷새 만에 관람 수익 1,000만 달러를 넘었다. 18일 기준 미국 내 상영관은 722곳에 달하며, 박스오피스 순위도 4위까지 올라섰다. 이는 디즈니가 지난해 12월 선보인 실사 영화 <무파사: 라이언킹>보다 앞선 성적이다.

업계는 너자2의 전 세계적 흥행 이면에 자국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자리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TV 방송 채널에서 오후 5~8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은 자국에서 제작된 작품만 송출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2005년에는 항저우가 ‘애니메이션 특화 도시’로서의 도약을 선언하고 매년 5,000만 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항저우 국내총생산(GDP)의 약 16%가 애니메이션 및 게임 산업에서 창출됐다.

이 같은 중국 애니메이션의 분전은 한국과 비교해도 매우 뛰어난 성과다. 한국 영화 시장은 세계 5~6위 규모를 자랑하며 소위 ‘메이저’로 분류되지만,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으로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은 ‘마당을 나온 암탉’(2011년),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2012년), ‘사랑의 하츄핑’(2024년) 등 어린이 영화 3편 뿐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 진출하는 작품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겨냥한 시리즈 작품이 대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신창환 한국애니메이션제작협회장은 “너자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중국 애니메이션의 영상 수준이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정부의 대규모 지원과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어 중국 애니메이션은 급성장했지만,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카’와 ‘오토봇’ 포스터/사진=브에나비스타픽처스, 지뎬

저작권 침해 사례 다수, 법원도 표절 인정

이처럼 중국 애니메이션의 달라진 위상은 ‘상습적 표절’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지난날과 비교해도 매우 달라진 풍경이다. 과거 중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모티프나 줄거리, 캐릭터 표현 및 활용에서 외국 유명 작품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심지어 높은 유사성으로 소송까지 번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대표적으로는 2015년 개봉한 중국 애니메이션 시리즈 ‘오토봇(汽車人總動員)’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말하고 움직이는 레이싱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해당 작품은 개봉과 동시에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Cars)’를 표절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관객들은 두 작품의 콘셉트와 포스터 등이 매우 유사한 점을 들어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디즈니·픽사의 ‘카’는 2006년 개봉했다.

디즈니 측에서도 이 점을 문제 삼았다. 오토봇 제작사가 포스터와 캐릭터 이미지를 거의 흡사하게 도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디즈니와 픽사는 오토봇 제작사 란훼옌(藍火焰·Bluemtv)과 배급사 지뎬(基点·G-Pioint), 스트리밍 업체 PPTV 등 3곳에 저작권 침해와 불공정 경쟁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 400만 위안(약 7억9,000만원)의 손해 배상금을 요구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상하이 푸둥신구 인민 법원은 피고 측에 저작권 침해와 부정한 경쟁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원고 측에 135만 위안(약 2억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줘젠룽 오토봇 감독은 “누군가가 당신을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주장을 펼쳤고, 작품 표절 여부를 둘러싼 논란 또한 한동안 이어졌다.

‘너자1’으로 분위기 반전 신호탄

중국 최대 규모의 애니메이션 제작소 상하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창립 70주년을 바라보는 최근까지도 중국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영화 팬들의 시선은 의구심이 주를 이뤘다. 1957년에 탄생한 상하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500편이 넘는 시리즈·영화를 선보이는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지만, 대부분 작품이 중국 내에서만 유통된 탓에 보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는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나의 붉은고래’, ‘벅스 프렌즈’, ‘꼬마영웅 바비’ 등 일부 영화가 해외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이름을 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애니메이션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건 이번 너자2의 성공 기반이 된 너자1부터다. 2019년 개봉한 해당 작품은 중국 개봉 나흘 만에 8억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고, 전 세계적으로는 50억 위안(약 1조원)가량의 수익을 올리며 중국 애니메이션의 비약적인 성장을 알렸다. 관객들은 5년에 달하는 제작 기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과 실감 나는 그래픽을 너자1의 특장점으로 꼽았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너자 시리즈의 흥행은 중국 애니메이션 업계와 영화 업계에 매우 큰 격려”라고 진단하며 “이는 중국 전통문화에서 영감을 탐구할 잠재력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간 소외됐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는 엄청난 자신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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