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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 시장 침체에 ‘울상’ 삼성전자, 일본 장비업체 손잡고 원가절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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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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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램리서치 의존도 낮추려는 의도
식각 장비 시장 점유율 15% 이동 전망
낸드 시장은 끝없는 ‘장기 침체’ 터널

삼성전자가 400단대 10세대(V10) 낸드플래시 양산을 위해 일본 도쿄일렉트론(TEL)의 극저온 식각 장비 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전까지 미국 업체 램리서치의 장비만을 활용해 온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로, 시장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변화 및 원가절감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낸드 핵심 공정 ‘식각’에서 공급망 다변화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연내 V10 양산 준비를 마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위해 TEL의 극저온 식각 장비를 신규 도입할 방침이라는 전언이다. 익명의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V8, V9까지는 램리서치의 저온·극저온 식각 장비를 활용해 왔지만, V10 양산부터는 TEL 등 여러 장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낸드플래시 제조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식각은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긴 뒤 불필요한 물질들을 제거하는 공정을 의미한다. 기존 영상 20도에서 진행되는 일반 식각과 달리 영하 30도 이하에서 진행되는 극저온 식각은 화학 반응을 최소화할 수 있어 보호막 없이 정밀하게 표면을 식각할 수 있고, 최대 3배 이상 빠른 작업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식각 장비 제조 분야의 최강자는 램리서치로, 해당 분야에서만 5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램리서치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TEL은 400단 낸드플래시 양산 적용을 목표로 램리서치와 비슷한 시기 극저온 식각 장비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해당 장비를 평택캠퍼스 낸드 라인에 도입해 V10·V11 낸드 양산 적용에 앞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삼성전자는 당장 V10 낸드 양산부터 램리서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원가절감 및 첨단 장비 공급망 안정화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강성철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장비회사 의존도가 과하게 높아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짚으며 “TEL이 필요한 기술력만 갖춘다면, 원가절감은 물론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램리서치 추월 노리는 일본 TEL

일본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와 TEL의 협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그간 일본의 반도체 장비 제조 기술은 미국과 비교해 최대 2년가량 늦은 것으로 평가됐는데, TEL의 차세대 식각 장비 출시로 변화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TEL 역시 지난 9일 진행한 2024 자체회계연도 3분기(10월~12월) 컨퍼런스콜에서 “(극저온 식각 장비가) 올해부터 매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TEL 차세대 식각 장비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했듯 극저온에서 고속으로 식각이 진행된다는 점이다. TEL은 지난해 6월 차세대 식각 장비 관련 논문을 통해 33분 만에 10마이크로미터(㎛)식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신규 소재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TEL 관계자는 “(우리가 만드는) 차세대 식각 장비에는 아르곤 가스와 불화탄소(CF) 계열 가스, 그리고 새로운 레시피의 가스가 사용된다”고 전했다.

낸드 식각 장비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램리서치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램리서치는 지난해 내부 보고서를 통해 TEL의 차세대 식각 장비 영향으로 낸드 식각 장비 시장 점유율을 최대 15% 잃을 수 있다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토 카즈요시 이와코스모증권 연구원 또한 “TEL의 신기술은 고객사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라며 “향후 TEL이 낸드 채널 홀 식각 장비 시장을 모두 점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평택캠퍼스 2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시장 침체에 감산도 불사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의 원가 절감 배경에 더 주목하는 모양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낸드 공급 규모를 늘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인 탓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월에도 낸드 최대 생산 기지인 중국 시안 공장의 웨이퍼 투입량을 기존 대비 10% 이상 줄이기로 하는 등 감산에 나선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낸드 공급 과잉 국면이 이어지면서 올해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전망되자, 삼성전자가 수익성 방어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현재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도 일본 키옥시아,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중국 YMTC 등 여러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생산능력과 점유율은 아직 삼성전자가 1위지만, 주요 수요처인 PC, 모바일, 서버 등에서 가격 경쟁이 심화하면서 점점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번 감산 정책에 따라 평균 20만 장 수준이던 삼성전자 시안 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은 17만 장 수준으로 줄었다. 여기에 화성 12라인과 17라인 역시 공급량 조절에 나서면서 전체 생산능력도 하향 조정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낸드 시장은 공급 과잉으로 1년 이상 장기 침체를 겪다가 올 들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업황 반전의 기미가 포착됐다”면서도 “하지만 기업용 SSD 등 일부 제품에만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 침체를 끝내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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