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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일부 직장폐쇄”, 임단협 둘러싼 노사 강대강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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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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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그룹사 수준 임금 인상안 요구
부분 폐쇄 손실액 최대 254억원 추정
지역경제 위축 등 우려에 비판 거세져

현대제철이 195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폐쇄에 들어갔다. 임금 협상 등을 둘러싸고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노조가 게릴라식 파업을 이어가자, 사측도 직장 폐쇄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제품 공습과 미국의 고율 관세 우려에 시름하던 철강 업계는 이번 사태에도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노조 요구 수용 시 650억원 적자 전환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전날 대표이사 명의의 성명을 내고 “24일 정오 이후 당진제철소 1·2 냉연공장의 일부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폐쇄된 부분은 산세 압연 설비(PL/TCM·Pickling Line/Tandem Cold Mill)로, 해당 설비가 가동되지 않으면 소재 고갈로 후공정이 불가능해져 냉연강판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현대제철 노사는 작년 9월 상견례를 시작으로 5개월 가까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회사가 기본급 450%에 정액 1,000만원을 더한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에서 그룹사인 현대차가 기본급의 500%와 1,800만원 등을 지급한 것과 같은 수준에 달라고 요구하면서다.

회사는 애초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473억원으로 흑자 상태였으나, 이번 성과금을 적용하면 약 650억원 적자로 전환된다며 양보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21일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하루 멈추는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이달 11일에는 전국 사업장 조업을 중단하는 총파업을 벌이는 등 쟁의행위를 지속 중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 폐쇄로 27만 톤(t)가량의 생산 손실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2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1일부터 노조가 총파업과 부분·일시 파업을 반복하면서 전체 생산 일정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방어적 차원에서 부분 직장 폐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하면 사용자(회사)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 직장폐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 기간 임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사진=현대제철

되풀이된 관세 위협에 공급과잉까지 ‘이중고’

이번 현대제철 직장 폐쇄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안타까움이 주를 이룬다. 가뜩이나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와 미국 정부의 관세 리스크로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노사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현대제철의 사업성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평가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노조에 강대강으로 맞서는 양상”이라며 “이번 힘겨루기에서 밀릴 경우 실적 악화가 가팔라질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된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공급과잉과 관세 리스크는 철강업계 전반이 공통으로 받아 든 과제다. 과거보다 품질이 향상되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접한 고객사들이 국내 철강사 대신 중국산을 선택하면서 매출 하락이 본격화한 것이다. 2023년 1월 기준 국산 후판의 유통가는 1톤당 105만원이었지만, 중국산 수입 원가는 74만8,000원에 그쳤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품질이라면 30%가량 저렴한 중국산을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고율관세 위협은 7년 전에서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한국산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다. 당시 우리 정부는 협상 끝에 대미 수출량을 2015∼2017년의 70%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했다. 철강재 54개 품목, 263만 톤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이를 초과하는 물량은 수출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협력사·지역경제에도 빨간 불

포항, 광양, 당진 등 철강업 의존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지역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역경제의 중심인 제철소들이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 기업과 연계된 수백 개의 협력사는 물론 부동산 임대차 시장, 소매업 등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포항시는 광양·당진시와 협력해 중앙 정부에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지정을 건의하는 등 철강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강성 노조의 무리한 파업을 둘러싼 여론이 갈수록 비판 일색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철소 한 곳이 멈추면,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인다는 지적이다. 비교적 최근의 사례로는 지난해 말 전개된 포스코 노조의 파업 선언을 꼽을 수 있다. 포스코 노조는 지난해 11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각각 파업 출정식을 열고 조합원들의 의지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무려 11회에 걸친 임단협 교섭에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다.

1968년 포스코 창사 이래 56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실행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협력사와 시민단체는 파업 자제 촉구에 나섰다. 포항제철소 파트너사협회는 “노조의 쟁의행위는 포스코 생산에 차질을 줄 뿐만 아니라 고객사들마저 떠나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협력사 및 용역사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쟁의행위에 앞서 사회적 책무도 고려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제철 또한 비슷한 시기 포항 2공장 가동 중단을 두고 노사가 갈등을 빚었다. 회사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부 생산 라인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반면, 해당 공장에 근무하는 현대제철 직원 약 200명과 자회사 현대IMC 소속 직원 약 200명이 극렬히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불황 속에서도 생산량을 줄이며 버텨왔지만 노조 갈등과 파업 등 여러 악재가 닥치면서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며 “갈등이 길어지면, 철강 생산과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결국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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