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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루미늄 대기업 "트럼프 관세, 산업계·노동자에 좋지 않아" 韓·EU 등 줄줄이 '사정권' 들었다 보복 시사한 EU, 트럼프는 '모든 제품 25% 관세'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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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알루미늄 관세 강화 조치로 인해 미국에서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장벽'이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산업계의 부담 역시 눈에 띄게 가중되는 양상이다.
알코아 CEO, 관세 관련 우려 표명
2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알루미늄 대기업 알코아의 윌리엄 오플링거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국제 금속·광업 협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5%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플링거 CEO는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알루미늄 업계에서 약 2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관련 지원 부문에서 8만 개의 일자리가 추가로 사라질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알루미늄 산업과 미국 노동자에게 모두 좋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알루미늄협회에 따르면 미국 알루미늄 산업은 16만4,000명의 직접 고용과 27만2,000명의 간접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면제를 허용해 전체 수입의 3분의 2가 무관세로 미국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아는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고객들이 연간 15억∼20억 달러(약 2조1,590억~2조8,790억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각국 시장 혼란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정책은 자국 산업계를 넘어 세계 각국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대미 철강 수출 시 연간 263만 톤(t) 규모 물량에 한해 관세를 면제받았으나, 다음 달 12일부터는 예외 없이 25%의 관세를 물게 됐다.
문제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인한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한층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VOA(Voice Of 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3월부터 시행되는 25% 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은 더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하지만 관세 부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제약 분야에 대한 관세 부과로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직접적 영향권에 들었다. 22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로 인해 최대 280억 유로(약 42조원) 규모의 수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철강과 알루미늄을 소재로 하는 파생 제품들까지 포함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알루미늄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해당 조치로 인해 관세가 부과된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은 약 70억 유로(약 10조4,990억원) 규모였다. 이에 맞서 EU는 당시 보복 조치로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과 농산물, 의류 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2021년 미국이 일정 수량을 초과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할당제'를 도입했고, EU는 모든 보복 조치를 유예하며 양국의 1차 관세 전쟁이 일단락됐다. EU는 이번에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신속하고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첫 단계로 이전에 유예했던 보복 관세를 되살릴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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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EU '관세 장벽' 오히려 강화
EU가 보복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지난 16일 플로리다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EU의 보복 관세 추진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상관없으니 그들이 그렇게 하게 둬라"라며 "그건 결국 스스로를 해치는 것일 뿐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상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그들이 부과하는 게 무엇이든 간에 우리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EU 무역 장벽을 오히려 강화하겠다고 선언하며 양국 관계에 긴장감을 더했다. 그는 26일 열린 첫 내각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EU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에 대해 일반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은 정말 (미국을) 이용했으며 그들은 우리 자동차와 농산물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3,000억 달러(약 430조원, 실제로는 작년 미국 통계 기준 2,356억 달러)의 대EU 무역적자가 있다”며 “EU는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형성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예고에 EU는 즉각 반발했다. 올로프 질 EU 집행위원회 무역 담당 대변인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대해 “EU는 합법적이고 차별 없는 정책에 도전할 목적으로 관세가 사용될 때를 포함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대한 정당화될 수 없는 장벽에 맞서 단호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EU는 언제나 유럽 산업과 노동자, 소비자를 정당화될 수 없는 관세들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