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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中 경기 부진·실험실 다이아 공습에 위상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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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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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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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다이아 가격, 2022년 거래가보다 40% 하락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재고 20억 달러 규모
중국발 수요 감소·실험실 다이아 강세 영향

연간 100조원 규모로 반짝이던 산업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때 모든 보석 중 최고가를 자랑하던 천연 다이아몬드 얘기다. 가격이 급락하면서 업계 최강자 드비어스(De Beers)가 매물로 나오는 등 업계 전반이 추락하는 양상이다. 세계 2위 다이아몬드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데 이어, 실험실에서 만든 랩 그로운(LAB Grown) 다이아몬드의 품질이 높아지며 고객의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천연 다이아 재고, 2008년 이후 ‘최고’

26일(현지시간) 국제다이아몬드거래소(IDEX) 통계에 따르면 이날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은 빠르게 내려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2년 3월 7일보다 무려 40% 하락했다. 블룸버그 표준가격 기준으로도 1캐럿 다이아몬드 가격은 3,420달러(약 493만원)로, 직전 고점인 2022년 5월(6,720달러·970만원)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반등할 기세 없이 꾸준히 하락 중으로, 좀처럼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이아몬드 산업의 추락은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업체인 드비어스의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드비어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다이아몬드 재고량은 20억 달러(약 2조8,800억원)에 달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한 해를 기록했다. 또 매출은 2023년 상반기 28억 달러에서 2024년 상반기 22억 달러로 감소했다. 드비어스는 막대한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원석 가격을 최대 15%나 깎았으나, 성과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드비어스의 모기업인 다국적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Anglo American)은 드비어스 사업부 매각을 검토 중이다. 최근의 손실을 반영해 드비어스 장부가치도 지난해 76억 달러(약 10조9,600억원)에서 40억 달러(약 5조7,700억원)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다. 잠재적 인수자로 글로벌 럭셔리기업과 중동의 국부펀드가 거론되고 있으나, 천연 다이아몬드 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드비어스의 매각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를 다듬는 모습/사진=드비어스의 랩 그로운 다이아 브랜드 '라이트박스'

게임체인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등장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끌어내린 건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다.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광산에서 캐낸 것이 아니라 탄소에 고온과 고압을 가해 만든 인공 보석이다. 탄소화합물을 투명하게 가공한 인조 다이아몬드와는 달리, 물리적·화학적·광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100% 일치한다. 전문 장비를 쓰지 않고는 세공사들조차 천연 다이아몬드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간 천연 다이아몬드는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노동력 착취 논란에 휩싸여 왔다. 특히 시에라리온 등 아프리카의 일부 분쟁 지역에서는 다이아몬드 암거래가 군사적 자금줄로 쓰이면서 어린아이들을 포함한 시민들이 탄광 작업에 동원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다이아몬드에는 착취당한 노동자의 피가 묻어 있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블러드 다이아몬드'라고도 불린다. 반면 실험실에서 만든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는 이런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가격은 천연 다이아몬드의 최대 5분의 1 수준(도매가 기준)이다. 2015년 처음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시장에 등장했을 땐 천연 제품 가격의 90% 수준이었지만, 지난 몇 년간 기술 발전과 공급 급증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이에 판매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판매량은 1년 전보다 무려 47% 급증했다. 또한 2018년까지만 해도 전체 시장에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미미했지만 현재는 10%가 넘는 점유율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확산을 주도한 것 역시 드비어스다. 2018년 드비어스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의 80%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약혼반지 판매업체 클리어컷은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인기에 기름을 부었다. 1만 달러(약 1,430만원) 이상의 반지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랩그로운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대체 다이아몬드를 무료로 제공한 것이다. 당초 드비어스는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의 공급이 가속화하면 천연 다이아몬드와의 가격 차이가 계속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천연 다이아몬드 가격이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의 뒤를 따라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중국인 지갑 얇아지며 수요 급감

천연 다이아몬드 가치 하락의 또 다른 요인은 중국의 수요 붕괴다.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천연 다이아몬드 시장은 그야말로 대활황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보복소비 열풍이 일어난 데다, 미뤘던 결혼식이 한꺼번에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 성장을 떠받쳐온 중국의 다이아몬드 수요는 현재 반토막이 났다. 지난 10년간 유지했던 세계 2위 다이아몬드 구매국 지위(1위는 미국)도 지난해 인도에 내줬다.

중국 수요 하락에는 결혼 감소가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혼인이 가파르게 감소하자 결혼 반지용으로 많이 쓰이는 다이아몬드 수요도 덩달아 급감한 것이다. 중국의 연간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1,346만 건에 달했으나, 2014년부터 9년 연속 감소해 2022년 683만 건을 기록하며 '700만 쌍' 선이 무너졌다. 이후 2023년 코로나19 기간 미뤘던 결혼이 몰리면서 768만 건으로 증가했으나 지난해 660만 건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중국의 경기 부진도 수요 감소를 견인했다. 중국인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실속을 챙기게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의 ‘돈자랑 콘텐츠’ 단속도 한몫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소셜미디어(SNS)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지시에 따라 ‘부를 과시하고 돈을 숭배하는’ 콘텐츠를 내리고 계정을 폐쇄했는데, 이는 가뜩이나 식어버린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다이아몬드값이 떨어지는 걸 목도했다. 가격이 급락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 듯, 다이아몬드 구매도 피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버블이 꺼지는 전형적인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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