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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 65층 정비계획 확정되자 전용 118㎡가 30억원 돌파 "강남권 아파트 대비 저평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규제 강화에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노후 단지에서 연일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데다 강남권 단지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의도 아파트 일대, 현금 부자들 투자 랠리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영등포구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16%로, 전주(0.10%) 대비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달 24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 지정된 이후 서울 대부분 자치구의 집값 상승폭이 줄었지만 영등포구만은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특히 노후 단지가 몰려 있는 여의도동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국지적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실제 재건축 속도가 빠른 여의도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1971년 지어진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국민평형 가격이 30억원을 넘어서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시범아파트 전용면적 118㎡(36평)가 지난 1일 30억원에 중개 거래된 것이다. 갭투자 등이 제한되는 규제가 있지만 현금 부자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단지 전용 79㎡(24평)도 지난 1일 2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23일 23억5,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찍었는데 약 일주일 만에 1억5,000만원이 오르며 기록이 깨졌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근 65층 높이, 2,473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이 확정된 바 있다. 연내 시공사 선정과 사업시행계획인가 절차를 밟는 게 목표다.
여의도 노후 단지 가운데 재건축 속도가 가장 빠른 대교아파트(1975년)에서도 신고가가 나왔다. 이 단지 전용 133㎡(43평)는 지난달 24일 31억5,000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작년 9월 같은 평형이 28억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단지 중 1호로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 위해 오는 26일 조합 총회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여의도 진주·공작·미성아파트에서 최근 2주 사이 최고가 거래가 나왔다. 여의도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재건축 속도를 내는 대교, 시범, 공작, 한양아파트를 위주로 호가가 많이 올라 있다. 재건축 기대감이 확실히 높다”며 “강남·서초가 워낙 많이 오르다 보니 마찬가지로 업무지구에 있는 여의도 단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교·시범 등 갈등 해결 후 행정절차 속도
길게는 50년이 넘는 단지들이 주거 불편을 호소하고 있어도 사업 진척은 없었던 여의도 지역은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분쟁이 해결되면서 탄력이 붙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대교아파트는 최근 서울시에서 열린 5개(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영향평가) 통합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대교아파트는 인근 장미아파트, 삼부아파트와 일조권 갈등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가 지연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공청회를 열었고, 같은 해 12월 장미아파트 부근에 계획했던 15층 단지 2개 동을 없애고 기존 4개 동을 더 높게 짓는 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삼부아파트 근처에 들어서는 단지는 단지 안쪽으로 10m 이동하는 것으로 설계안을 바꿨다. 이후 사업 추진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오는 3분기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통합심의안에 따르면 재건축 이후 최고 49층, 4개 동, 912가구 규모 단지로 조성된다. 신속통합기획 1호 단지인 시범아파트도 약 1년간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가 지난달 재시동을 걸었다. 지난 2023년 10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던 정비계획안에는 최고 65층, 2500가구 규모에 용적률 최대 400%를 인센티브로 주는 대신 공공기여시설로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센터)를 설치하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를 두고 갈등이 빚어졌고, 시범아파트 측이 최종적으로 해당조건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지난 2월 13일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정비구역·정비계획 결정 변경안’이 고시됐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인 한양아파트도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통합심의를 통과한 뒤 현대건설로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공작아파트도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했다.
"압구정·반포에 준하는 수준까지 오를 것"
상업·준주거지역 규제 완화도 여의도 일대에 호재로 작용했다. 서울시는 상업·준주거지역에 적용되는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을 기존 20%에서 10%로 낮출 계획이다. 여의도는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에 위치한 단지들이 많아 규제 완화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단지들은 규제 완화에 맞춰 상업시설 최소화하고 주택 비중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여의도 광장아파트 1·2동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 시 주택 비중을 최대 1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단지의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으면서 후발 재건축 단지들의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유지에도 거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부동산 시장의 전언이다.
이 같은 재건축 순항에 여의도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값은 지속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양을 비롯해 시범단지, 삼부, 광장과 같은 재건축단지 대부분의 매매호가가 대치한보미도, 대치선경, 개포우성과 유사한 가격대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여의도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통기획 참여에 따른 빠른 사업 속도가 일대 집값 강세의 근본 원인"이라며 "여의도 재건축은 압구정, 반포에 준하는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