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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마천4구역 조합에 토허제 적용 통보 강남구 청담르엘 등, 기존 입주권 사례 적용 국토부, 조만간 확정된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재개발·재건축 입주권 거래에 대해 실거주 2년 의무의 적용 시점을 '새 주택 사용 승인일'로 유예하기로 했다.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철거돼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사례가 발생하면서 자치구별로 혼선이 빚어진 데 따른 조치다. 이에 정부는 실거주 요건의 합리적 적용을 위해 적용 시점을 조정하되, 입주권 거래 자체에 대해서는 토거래허가제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은 '새 주택 사용 승인일'
1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설명자료를 내고 "입주권에 대한 실거주 의무 등과 관련해 국토부와 협의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규정을 확정해 토지거래허가 업무처리 기준을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토허구역 내 주택을 구입하려면 거래허가 신청일로부터 3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고 6개월 안에 입주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그러나 통상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곳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주택이 아닌 입주권으로 거래가 이뤄져 실거주 의무를 이행할 방법이 없어진다.
입주권 거래의 토허제 적용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달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가 토허구역으로 확대·재지정되면서 발생했다.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마다 적용 기준을 개별적으로 논의하면서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송파구는 첫 적용 사례인 마천4구역 조합에 '입주권 거래에 토허제를 적용하고 실거주 2년 의무를 부과한다'고 이미 통보했고, 강남구는 기존 청담르엘(청담삼익), 아크로삼성(홍실) 등 입주권 거래 10건에 '사용 승인 후 2년 실거주'를 조건으로 승인한 전례가 있어 동일 기준을 유지할 방침이었다.
현재 서울시와 국토부는 입주권 거래에 토허제를 일괄 적용하고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을 '주택 취득일'에서 '새 주택 사용 승인일'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새 아파트가 완공돼 사용 승인이 나면 실제 입주가 가능한 만큼, 그때부터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당초 정부는 '허가 신청일 6개월 이내 입주' 단지에만 실거주 의무 유예 적용을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과거 토허구역에서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 사례, 해당 자치구의 의견 등을 반영해 모든 입주권 거래에 동일한 유예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실거주 2년 의무 적용 우려에 입주권 거래 '0건'
현재 강남3구와 용산구에서 입주권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 단지는 먼저 강남구의 경우 △청담르엘 △청담삼익 △대치구마을3지구 △도곡삼호 등이 있다. 서초구는 △방배13구역 △방배 14구역 △방배신동아 △반포1·2·4주구 △반포3주구 △신반포4지구 △신반포18차337동 △신반포21차 △신반포22차 △방배5구역 △방배6구역 △방배삼익 △서초신동아 등이 해당한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미성크로바 △잠실르엘, 용산구에서는 △한남3구역 △이촌 현대멘션(리모델링) 등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용산구 한남3구역(송파), 방배 5·6·13·14구역(송파) 등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재개발 단지에 새 가이드라인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029년 6,000가구 규모 대단지 조성이 예정된 한남3구역의 경우 현재 대부분의 주민이 이주를 마쳤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 철거도 시작됐다. 새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이 지역 조합원에게서 입주권을 사는 매수인은 2029년부터 2년간 실거주하겠다는 확약을 하고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입주권을 지금 미리 산다고 해도 최소 2031년까지는 해당 아파트에 거주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실거주 의무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실제 시장에서도 거래가 뚝 끊겼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토허구역 확대 지정이 이뤄진 지난달 24일 이후 강남 3구와 용산구 입주권 거래는 '0건'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지정 전날인 지난달 23일까지는 28건의 거래가 신고됐으나 24일부터 거래가 사라졌다. 11월 입주 예정인 청담르엘은 지난달 21일 전용면적 111.8㎡ 입주권이 70억원에 신고가 계약된 이후 거래가 끊겼고, 6월 입주하는 서초구 메이플자이도 올 들어 7건의 입주권 계약이 있었지만 지난달 24일 이후에는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토허제 해제 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 96억원에 거래
정부는 입주권 거래에 토허제와 실거주 의무를 적용함으로써 재건축·재개발 지역의 과열된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정비사업 단계와 무관하게 재건축·재개발 지역도 토허제 적용 대상"이라며 "입주권 역시 실제 주택 소유권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남 3구 등에서 입주권을 노린 단기 투자가 급증하며 집값이 뛰자, 실수요 중심의 거래 질서를 회복하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제도적 개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토허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압구정 재건축 단지는 규제 해제 직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례로 압구정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82㎡ 아파트는 96억원에 거래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5월 같은 평형이 7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21억 원이 상승한 것이다. 토허제 해제로 규제 부담이 사라지자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호가가 급격히 올라갔고, 일부 매도자는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시장이 빠르게 과열 양상을 보였다.
토허구역 확대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도 무뎌지고 있다. 지난 4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3월 31일 기준)은 전주와 같은 0.11%를 기록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 0.21%, 서초구 0.16%로 각각 전주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토허제 규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아파트 매수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우려되던 마포구(0.18%)·성동구(0.3%)·양천구(0.2%) 등도 규제 확대로 인한 매수 심리 위축과 관망세 확산의 영향으로 일주일 새 상승 폭이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