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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압박 수위 조절 나선 트럼프 “파월 의장 해임 의사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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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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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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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외환시장 충격에 수습 움직임
공화당 정통 보수파도 “자제 요망”
연준 책무 강조→정서적 압박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해임과 관련한 발언을 닷새 만에 거둬들였다. 연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 같은 수위 조절은 자칫 시장의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압박 화법은 여전하지만, 시장 충격 앞에선 통제 가능한 수위로 선회한 모양새다.

말 바꾼 트럼프? 표현 바꾼 트럼프!

22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파월 의장)를 해고할 생각이 없다”며 “지금은 금리를 낮춰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지만, 그가 인하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이 망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연준이 너무 늦게 움직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준 의장을 해임할 뜻은 없다”면서 “언론이 지나치게 앞서나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불과 닷새 전 공개적으로 파월 의장을 지목하며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던 경고성 메시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퇴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도 “파월의 해임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항상 늦고, 틀리는 파월이 또 전형적인 엉망진창 보고서를 냈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 갔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을 일시적 속도 조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 시장의 반응을 살펴 가며 연준을 압박한 사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으며, 이번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통해 금리 인하 압박을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실제로는 ‘해임’이라는 단어만 피하면서 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 또한 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시각이다.

출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공화당도 자제 촉구하고 나서

연준의 금리 조절 시기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공화당 내부에서도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전통적 보수 진영 인사들을 중심으로 연준의 독립성을 흔드는 발언은 위험하다는 경고가 이어진 것이다. 프랭크 루카스 하원의원은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연준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며 “정치 세력이 물가 안정 등 연준 본연의 임무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더 높고 튼튼한 장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루카스 의원은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미 연방대법원에는 대통령의 독립기관 고위직 해임 권한과 관련된 판례가 계류 중인데, 연준은 그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단 설명이다. 그러면서 “혹여 파월 의장의 해임이 추진된다 해도, 연준은 이사진과 12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이 함께 통화정책을 결정하기 때문에 백악관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앞선 20일에는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존 케네디 의원이 NBC 방송에 출연해 “어느 대통령도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은 없다”며 “연준은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월 의장을 가리켜 “그는 반드시 옳다고 믿는 일을 할 것이며, 물가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는 상황에서 손을 놓는 인물로 역사에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트럼프식 발언 방식에 익숙한 내부 지지층과 정책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정통 보수 사이의 균열을 재조명한 사례기도 하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통화, 외교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강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공화당 중심의 정책 라인과 간극이 더욱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트럼프의 공화당’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당 전체가 그의 방식에 침묵으로 동의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특유의 ‘밀당’ 전술, 금융시장엔 악재로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 의도는 없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여전히 명확하다. 바로 연준의 금리 인하 유도다. 21일에도 그는 파월 의장을 “중대 실패자(a major loser)”라고 직격하면서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경기 둔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입을 빌려 “많은 사람이 금리의 선제적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직접적인 해고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연준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압박의 기조는 더 정교해진 셈이다.

연준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줄곧 “파월 의장이 지난해 대선 기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를 ‘돕기 위해’ 금리를 내렸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결정이 너무 늦었다”며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자신의 취임 직전인 작년 12월 연준이 금리를 인하했을 때는 “내가 옳았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바빴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두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던질 경우 시장의 금리 전망은 왜곡될 수밖에 없으며, 통화정책 예측 가능성 또한 떨어진다. 금리를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정책 결정에 대한 정치적 간섭 가능성을 시장이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와도 같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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