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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연세대마저” 아시아권에서도 밀리는 한국 대학, 재정이 교육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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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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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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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굳히기’, 한국과 격차 벌려
국내 대학 다수 운영 불능 수준
재정난 심화에 고등교육 붕괴 목전

아시아 대학 순위에서 서울대, 연세대 등 한국 주요 대학이 줄줄이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국내 고등교육 시스템의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심각한 재정난이 꼽힌다. 대다수 대학이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과 열악한 재정 지원 속 운영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일부 대학은 교육부에 폐교 허가를 요청하는 실정이다. 현장에서는 이 같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사회적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 환경·재정·국제화 지표’ 전반에서 밀려

8일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에 따르면 올해 아시아 대학평가 순위에서 서울대학교는 15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1위에서 지난해 14위로 내려온 데 이어 3년 연속 하락한 성적이다. 작년 18였던 KAIST는 17위로 한 계단 올랐으며, 성균관대와 연세대는 공동 19위를 차지했다. THE는 연구품질(30%), 연구환경(28%), 교육환경(24.5%), 산학협력(10%), 국제화(7.5%) 등 5개 지표를 활용한 대학평가 결과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다.

이번 아시아 대학평가에서는 중국 대학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수년째 1·2위인 칭화대와 베이징대가 그대로 자리를 지켰고, 푸단대와 저장대는 전년 대비 한 계단씩 오른 7위와 8위를 각각 기록했다. 유일하게 중국상하이교통대가 7위에서 10위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THE는 “올해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중국 대학이 25개에 달했다”며 “중국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쟁력 향상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2015년 세계 일류 대학과 학과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쌍일류(Double First-Class) 프로젝트를 시작해 총 137개 대학을 선정하고, 이 가운데 42개 대학을 세계 톱클래스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대학으로 지정한 바 있다. 빌리 웡 THE 수석 연구원은 “2022년까지는 쌍일류 프로젝트 선정 대학과 다른 대학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았으나, 지난해부터는 그 차이가 거의 두 배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학들은 산학협력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지만, 국제화와 연구환경 및 교육환경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대학 중 이번 순위에서 50위 안에 든 9곳(서울대·KAIST·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고려대·울산과기대·한양대·경희대)은 모두 산합협력에서 97점 이상의 고득점을 얻었다. 하지만 연구환경과 교육환경에서는 40점대부터 70점대 수준에 머물며 타국 경쟁 대학들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현장에서는 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가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맡은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67개 국가 중 20위인 데 비해 대학 교육 경쟁력은 46위로 하위권이지 않느냐”며 “지방 거점 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집중적으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 압박으로 연구·투자 중단 상태

한국 대학들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위기는 단연 ‘재정난’이다. 세계 대학 순위 하락의 이면에는 단순히 교육의 질 저하가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운영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원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최근 몇 년간 등록금 동결 기조가 유지되면서 다수 대학이 극심한 운영난을 겪고 있으며, 일부 대학은 교육부에 ‘폐교 허가’를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요청이 나오는 배경에는 대학 재정의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지원은 2023년 기준 7조7,000억원가량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은 국립대 운영비, 연구개발(R&D) 지원비 등 재정이 투입될 곳이 상세히 정해져 있어 대학이 임의로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은 1원도 되지 않는다. 수익 구조가 없는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외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데, 이마저 묶인 채로 “세계와 경쟁하라”는 주문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극심한 재정난으로 연구에 몰두할 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서 최근 5년간 국내 대학 교수들의 저술 실적도 약 20% 감소했다.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연구활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4년제 대학 전임교원이 낸 학술 전문서적은 2018년 5,686건에서 △2019년 5,356건 △2020년 4,935건 △2021년 4,611건 △2022년 4,567건 등 매년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부는 “대학은 공공재”라는 원칙을 외치며 폐교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존속만 강요하는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실제로 일부 사립대학은 폐교 승인 지연으로 수년째 적자만 누적 중이며, 건물 유지비와 퇴직금까지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부실 관리와 관리 회피라는 비판으로 연결된다. 무작정 생존을 강요하는 대신 구조조정과 퇴출, 통폐합까지 포함한 고등교육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총장 10명 중 7명 “교육보다 재정”

대학 총장들의 관심도 교육 자체보다는 등록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 등 대학의 재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해 12월 192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77.1%(복수응답)의 응답자가 가장 큰 관심을 두는 영역으로 ‘정부 및 지자체 재정 지원 사업’을 꼽았다. 이어 ‘신입생 모집 및 충원(62.9%)’, ‘등록금 인상(55.7%)’ 등이 뒤를 이었다. 학령인구 감소와 오랜 등록금 동결 속에서 경영난에 시달리는 대학이 교육보다는 재정과 학생 충원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향후 5년간 대학의 재정 상태에 대해선 75%가 현재보다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보다 조금 악화’는 43.6%, ‘현재보다 매우 악화’는 31.4%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반면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응답률은 19.3%, ‘현 상태보다 안정적’이라고 예상한 대학은 5.7%에 그쳤다. 재정 악화의 이유(복수응답)로는 ‘물가 상승으로 인한 관리운영비 증가(86.7%)’, ‘학생 모집 및 유지의 어려움(62.9%)’, ‘교육을 위한 재정 투자 증가(57.1%)’ 등이 꼽혔다.

응답자들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과 같은 재정난을 개별 대학의 무능이나 부실 때문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등록금 규제와 지원 부족, 구조조정 기피 등 정책적 실패의 복합 결과로 봐야 한단 지적이다. 한 지방대학 총장은 “정부가 고등교육을 ‘복지’로 볼 것인지, ‘투자’로 볼 것인지 명확한 방향을 세우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폐교 위기에 몰리는 대학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곧 교육 경쟁력 저하로 직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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