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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수입 감소분 메우려다 보니" 정부, 올해 한은 '마통' 71조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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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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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해 1~4월 한국은행에서 71조원 빌려
지난해 '세수 펑크'도 대정부 일시대출로 메워
전문가 "대출 늘리기보단 씀씀이 줄여야"

정부가 올해 들어 한국은행에서 71조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 부진 상황이 장기화하며 국세 수입이 감소하자, 한은에 터놓은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자금을 끌어다 쓴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빚을 내 세수 펑크를 메우는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 한은 돈으로 국세 공백 메꿨다

6일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제출받은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정부가 한은에서 빌린 자금 규모는 총 70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국세수입 진도율이 낮은 상황에 경기 침체 대응을 위해 재정 신속 집행에 나서며 일시대출 규모가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국세수입은 총 93조3,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산의 24.4%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진도율이 25.2%, 최근 5년 평균 진도율이 25.4%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은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일시적 자금 부족이 발생할 때 이를 메우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시대출 규모가 확대됐다는 것은 결국 돈을 쓸 곳에 비해 걷힌 세금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방편으로 마련한 일이 잦았다는 의미다.

일시대출이 늘어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늘어난다. 일시대출 이자율은 ‘대출 직전 분기 마지막 달 중 91일물 한은 통화안정증권의 일평균 유통 수익률에 0.10%포인트를 더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발생한 일시대출 이자는 총 445억3,00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자금 차입

정부는 지난해에도 한은으로부터 많은 돈을 빌렸다. 지난 1월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 한은에서 총 173조원을 84차례에 걸쳐 일시 차입했다. 이는 직전 최대치인 2023년(117조6,000억원)보다 47% 큰 규모다. 차입 횟수 역시 2023년(64회)보다 20차례 더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에만 10차례에 걸쳐 15조4,000억원을 일시 차입했고, 지난해 12월 30일과 31일에도 2조5,000억원씩 5조 원을 추가로 빌렸다. 지난해 누적 대출에 따라 발생한 이자액은 2,092억원으로, 이 역시 2023년 연간 이자액(1,506억 원)을 크게 웃돈다.

지난해 정부의 일시대출 규모가 확대된 것은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국세수입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 수입은 336조5,000억원으로 본예산(367조3,000억원)보다 30조8,000억원 덜 걷혔다. 정부가 한 해 걷을 것으로 예상한 세수보다 실제 걷은 세금이 약 8.4% 적었던 셈이다.

줄어드는 법인세 수입

지난해 세수 펑크의 핵심 원인은 법인세였다. 지난해 국세 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8.6%로 2005년 이래 최소 수준이었다. 2023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46조9,000억원)이 전년(84조원) 대비 반토막 나면서 법인세 수입이 급감한 것이다.

국내 기업 중 법인세를 가장 많이 내 왔던 삼성전자는 2023년 11조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은 1972년 이후 52년 만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법인세 큰손'으로 꼽히는 SK하이닉스 역시 2023년 4조6,7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에 줄줄이 '먹구름'이 끼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법인세 감소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정부 일시대출을 활용하는 대신 보다 근본적인 재정 안정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경제 전문가는 "법인세 수입이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이상, 지금과 같은 씀씀이를 유지할 수는 없다"며 "세수 감소 문제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각오하고 예산 편성 시부터 면밀히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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