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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고 눈물 흘렸다" 부산 세계라면축제, 0점대 평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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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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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세계 라면축제' 두고 비판 쏟아져
방문객들 "살면서 본 축제 중 최악이다" 
흥행 대실패, 어설픈 벤치마킹의 말로인가
사진=세계라면축제 공식 홈페이지

부산 기장에서 열린 '2025 세계라면축제'가 굴욕적인 평점을 기록했다. 주최진의 미흡한 운영, 비위생적이고 불편한 축제 환경 등을 접한 방문객들이 혹평을 쏟아낸 것이다.

2025 세계라면축제, 2일 개막

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사단법인 부산 16개구군 장애인법인연합회와 비영리법인 희망보트가 주최하는 '2025 세계라면축제'가 지난 2일 개막했다. 오는 11일까지 부산시 기장군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국내 대표 라면 브랜드를 비롯해 일본, 태국, 베트남,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 15개국 이상의 라면 브랜드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료는 1인 1만원이다.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 축제는 전 세계의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글로벌 푸드 페스티벌'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세계 라면을 직접 조리해 보는 체험존과 이색적인 요리법을 소개하는 쇼케이스 등을 운영, 관람객들이 직접 라면을 요리하고 비교하며 각국의 라면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존을 고려한 ‘클린 축제’로의 전환도 마케팅 포인트로 꼽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축제'를 목표로 운영 전반에 친환경 요소를 적극 반영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축제장에 클린 화장실, 클린 식수대, 클린 요금제 등 ‘3클린(3Clean)’ 시스템을 도입하고, 친환경 소재로 제조된 라면 용기를 사용해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방문객들 혹평 이어져

하지만 개막 이후 실제 방문객들이 전한 축제 현장의 모습은 '총체적 난국'에 가까웠다. 축제가 열린 장소는 황량한 공터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축제'라는 목표가 무색하게도 음식물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바닥에는 라면 박스가 널브러져 있었다. 행사 첫날 오전 9시부터 관람객이 입장할 예정이었으나, 준비가 지연되면서 오후 5시부터 입장했다는 후기도 있었다. 국내 라면 종류는 단 2종뿐이었으며, 한편에서는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라면을 먹지 못하는 촌극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예정된 공연 일부도 사전 공지 없이 돌연 취소됐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세계라면축제를 예매하고 방문한 이들의 평점은 지난 6일 기준 0.7에 그쳤다. 네티즌들은 "살면서 본 축제 중 최악이다", "입구부터 휑하고 라면 종류도 두 개뿐이라 황당했다", "주차비까지 내고 눈물 흘리고 돌아왔다", "첫날은 전날 비로 인해 오픈이 늦어졌는데 공지도 없었다", "동네 야시장 느낌", "베트남 라면과 신라면, 오징어짬뽕 등 라면이 몇 개 없더라", "세계라면 축제장보다 우리 집에 있는 라면이 더 다양하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단체들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아예 연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단법인 부산 16개구군 장애인법인연합회 관계자는 "지역 장애인들이 많이 방문해 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 주최 측에 이름만 올려둔 것일 뿐, 실질적으로 행사를 준비한 단체는 따로 있다"며 "축제 반응을 보고 많이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최진인 비영리법인 희망보트 측은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2024년 개최된 구미라면축제 현장/사진=구미라면축제 공식 홈페이지

'제2의 구미라면축제' 노렸나

시장에서는 세계라면축제의 실패가 어설픈 벤치마킹의 결과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2025 세계라면축제 주최진은 인기 행사인 구미라면축제의 명성에 편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주최 측의 미숙한 운영 실태를 고려하면, 구미라면축제와 유사한 경험을 기대했던 방문객들이 실망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라고 짚었다.

구미라면축제는 지난해 역대급 흥행을 이끌어내며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은 행사다. 구미시가 통신사에 의뢰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3일 열린 구미라면축제에 찾아온 방문객은 17만1,000명에 달한다. 이 중 48%인 8만2,080명이 구미가 아닌 타지역에서 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사가 진행되는 3일간 15억원의 지역소비가 창출됐고, 라면 부스 18곳의 총매출은 2억5,000만원에 육박했다.

시는 실제 행사가 개최된 구미역전로를 넘어 문화로, 금리단길, 금오산 일대까지 축제 공간을 확대, 다채로운 행사와 콘텐츠를 선보였다. 라면 전문가를 뽑는 라믈리에 선발대회, 라면 공작소 등 흥미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여 관광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축제 기간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노력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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