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딥테크] 첨단 무기도 유능한 병사 없으면 무용지물
Picture

Member for

6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수정

유럽 군사력 증강, ‘장비’에만 치중
장병들 역량과 훈련도 ‘못지않게 중요’
군사 예산 배정 ‘재조정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유럽 국가들이 지정학적 위협에 맞서 군사력 현대화를 서두르는 가운데 대부분의 관심사는 탱크와 제트기, 미사일 시스템 등 군사 장비에 쏠려 있다. 하지만 목전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은 ‘기술만으로는 전쟁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첨단 무기가 탑재된 탱크도 승조원들이 작동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유럽이 강력한 전쟁 억지력과 전투태세를 갖추고 싶다면 장비만큼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사진=ChatGPT

유럽 군사력 현대화, ‘장비에만 초점’

전쟁 초기 러시아는 첨단 탱크와 전투기, 촘촘한 방공 시스템을 포함해 가공할 만한 무기들을 선보였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확연한 약점을 드러냈다. 러시아군은 부족한 보급과 부적절한 계획, 부족한 훈련으로 악전고투했다. 많은 전투 차량들이 파괴되거나 버려졌는데 문제는 성능이 아닌 병사들의 운용 능력에 있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병력도 적고 장비도 열악했지만 놀라운 민첩성과 적응력을 보여줬다. 2014년부터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원한 훈련으로 육성된 차세대 장병들은 자율적이고 분권화된 전술 수행에 능숙했다. 지원받은 무기를 효율적으로 사용했고 정찰용 드론도 잘 다루며 전황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결국 역량이 뛰어나고 잘 훈련된 병력이라면 다수의 적군과 맞설 수 있음을 입증했다.

유능한 병사 없으면 최첨단 장비도 ‘무용지물’

하지만 2023년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서 서구의 무기가 대규모로 지원되며 다시 한번 반전이 일어났다. 지급된 무기로 충분한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레오파드 탱크(Leopard tank)와 브래들리 장갑차(Bradley Vehicle)는 기계 고장이 아닌 병사들의 조작 미숙으로 멈춰 서기 일쑤였다. 부정확한 포격과 보급 차질에 정비 미숙까지 겹쳐 전방 부대가 고난을 겪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 유럽에 주는 시사점은 심대하다.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 예산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1/3가량이 장비에 지출되고 절반이 병력에 사용되고 있다. 물론 폴란드나 핀란드처럼 50% 이상을 장비에 쓰는 경우도 있고 독일처럼 인적 자원에 집중 투자하는 국가도 있다.

나토 회원국 국방 예산 배정 현황(장비 및 병력, 2023년)
주: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핀란드(좌측부터), 시뮬레이션 훈련 반복 횟수(X축), 장비 예산 비중(짙은 청색), 병력 예산 비중(청색)

각국의 전략과 철학에 따라 다른 선택이 가능하겠지만 변하지 않는 중요한 사실은 장비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장병들의 숙련도와 리더십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복잡해진 장비를 효과적으로 다루려면 기술적 노하우뿐만 아니라 위급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및 적응력이 따라줘야 한다.

장비보다 훈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2003~2005년 기간 한국군은 주한미군과 포격 훈련장을 공유했다. 그런데 최첨단 야간투시경과 GPS 시스템, 전산화된 조준 장비를 갖추고도 미군은 한국군의 박격포와 정찰부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훈련을 마치고 한국군 병사는 일갈했다. “최첨단 장비도 활용할 수 있는 병력이 없으면 쓸모없다. 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왜 고생했는지 알겠다.”

‘시뮬레이션 훈련’ 적극 도입 필요

이런 면에서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군사 훈련은 시간과 예산의 제약을 고려할 때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호주가 운용 중인 무기 훈련 시뮬레이션 시스템(Weapon Training Simulation System)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해당 시스템하에서 병사들은 실전 상황을 본뜬 가상훈련 과정을 거쳐 놀라운 전투력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한 첫 사격 명중률(%) 개선 현황(호주)
주: 반복 횟수(X축), 명중률(Y축)

현대전에서는 장병 개인의 능력에 대한 정의도 달라지고 있다. 점점 더 개인의 전투력은 물리적인 힘만이 아닌 훈련과 인지 능력에서 발휘된다. 시뮬레이션은 보병을 포함한 다양한 병과의 장병들이 안전하고 측정 가능하며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투력을 숙달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또한 예비군과 벽지 주둔 병력의 전투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사이버전 대응 ‘기술 인력 육성’도 중요

한편 각국의 군이 겪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사이버전(cyber warfare)과 첨단 시스템을 다룰 기술 인력의 부족이다. 미국 육군의 2022년 신병 모집 목표는 25% 미달했으며 특히 사이버전 대응 부대는 필요 전력의 25%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기술 인력들이 더 나은 보수와 문화를 제공하는 민간 기업을 두고 군을 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같이 군 기술 병력 육성에 성공한 국가도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The Israel Defense Forces, IDF) 산하에서 사이버전을 담당하는 ‘8200 부대’는 최고 인재들이 군에 계속 남거나 창업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나토 회원국들이 참고할 만하다.

전쟁의 역사를 살펴봐도 인적 자본의 중요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압도적인 화력을 보유하고도 훈련이 부족한 신병들과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전략적 우위를 잃었다. 하지만 1991년 걸프전에서는 장기간의 훈련과 준비를 마친 미군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이라크군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유럽이 확실한 방위력을 보유하려면 군사 예산 배정 방식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탱크와 전투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잘 훈련된 인력이 없으면 모두 값비싼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원문의 저자는 마누엘 트라이텐베르크(Manuel Trajtenberg) 텔아비브 대학교(Tel Aviv University)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Human capital formation as a key component in Europe’s defence build-up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Picture

Member for

6 months 4 weeks
Real name
김영욱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