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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안보까지 좌우한다" 반도체 시장 정복한 TSMC·AS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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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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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경쟁사 따돌리고 파운드리 '질주'
'슈퍼 을' ASML, TSMC 앞에선 한 수 접는다
"대만 침공당하면 TSMC·ASML이 걱정" 영향력 압도적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을 갖춘 두 기업이 관련 시장을 휘어잡는 것은 물론, 국가 안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TSMC의 시장 지배력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TSMC와 ASML을 중심으로 독점 현상이 심화하는 추세다. 각각 파운드리와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기업이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TSMC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61%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2나노(nm) 선단 공정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 TSMC는 이미 엔비디아, 퀄컴, 애플, AMD,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을 2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TSMC의 2나노 반도체 웨이퍼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TSMC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은 아직 선단 공정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트랜지스터 기술을 활용해 2나노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TSMC보다 수율이 불안정해 충분한 외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삼성의 2나노 공정 시험 생산 수율은 30~50%에 그친다. 이는 2나노 공정에서 6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한 TSMC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인텔은 18A 및 1.4나노 노드를 목표로 하는 로드맵을 제시하고, 2025년 자본 지출을 120억~140억 달러(약 16조7,000억원~19조5,000억원)으로 늘리는 등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인텔 파운드리의 첨단 제조 공정 완성도, 수율, 비용 효율 등은 여전히 TSMC보다 몇 해 뒤처져 있다는 평을 받는다.

네덜란드 펠트호반의 ASML 본사 전경/사진=ASML

ASML, TSMC에 고개 숙여

TSMC와 함께 최첨단 반도체 시장을 이끄는 ASML은 7나노 이하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로, 관련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TSMC, 인텔, 삼성 등 주요 파운드리 업체들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해 ASML의 장비에 온전히 의지해야 한다. ASML이 반도체 업계 내에서 소위 '슈퍼 을'로 불렸던 이유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TSMC가 ASML이 제조한 하이(High)-NA EUV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ASML과 TSMC의 우위가 뒤집혔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상용화된 하이-NA EUV는 2나노 미만 미세 공정 반도체 생산에 특화한 고사양 반도체 장비다. TSMC는 당초 하이-NA EUV 장비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해 6월 웨이저자 TSMC 회장이 유럽을 방문해 ASML과 대화를 나눈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당시 대만 디지타임스 등 외신은 TSMC가 ASML과 반도체 장비 공급 및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ASML이 자체적으로 장비 공급 가격을 낮추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시점 하이-NA EUV 장비를 지속적으로 구매할 여유가 있는 파운드리 업체는 TSMC뿐"이라며 "수요가 한정돼 있는 이상, 공급자인 ASML이 자세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TSMC는 2024년 9월 ASML로부터 최초의 하이-NA EUV 장비인 'EXE:5000'을 구매했다.

'대만 안보 핵심'으로 떠오른 TSMC

이처럼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양 사는 단순 반도체 업계를 넘어 국가 안보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5월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당시 미국 행정부 관리들은 네덜란드와 대만에 '중국이 세계 첨단 반도체 약 90%를 생산하는 대만을 공격해 점령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에 대해 비공식적 우려를 전달했다. 중국이 대만 반도체 산업, 특히 TSMC 생산 시설을 장악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ASML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TSMC에 공급한 EUV 장비들을 원격으로 비활성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해도 TSMC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유출될 우려는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23년 9월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당시 TSMC 회장도 CNN 인터뷰에서 “누구도 TSMC를 무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군사적 침략이 발생하면 TSMC 공장을 (장악해도) 가동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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