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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DK 차이나 등 중국 현지법인 청산 최근 1년간 카카오 해외 계열사 16% 감소 창업자 부재로 해외 사업 추진 동력 약화

카카오가 중국 현지 법인 'DK 차이나(DK China)'를 청산하며 중국 시장에서 사실상 완전히 철수했다. 모바일게임 퍼블리싱과 포털 서비스 운영 등 복수의 진출 시도가 있었지만, 외산 게임 콘텐츠 및 포털에 대한 통제 강화로 실질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 업계는 이번 철수를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 재편 흐름과 AI 중심 체제 전환 기조에 따른 조치로 보고 있다.
퍼블리싱 사업 부진 속 다음 접속 차단까지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게시된 카카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중국 현지 법인 DK차이나의 청산을 완료했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DK차이나는 2012년 '다음서비스차이나'로 설립된 후, 2015년 카카오의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됐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설립 초기 모바일게임 퍼블리싱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당시 세계 최대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부상하던 중국 현지에서 퍼블리싱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50여 명 규모의 조직을 꾸렸다.
DK차이나는 국내 게임 개발사와 중국 앱 마켓 간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구조로 운영됐는데 K-POP 리듬게임인 '슈퍼스타 SMTOWN' 현지 출시, 통합 SDK(Software Development Kit) 개발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는 판호 취득 실패와 유통 구조 적응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려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판호(유통 허가)가 필요하지만, 발급 과정이 불투명하고 진입 장벽도 높다.
퍼블리싱 사업이 멈춘 뒤 DK 차이나는 포털 '다음(Daum)'의 백오피스 업무를 맡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 다음 내 쇼핑하우 상품 데이터 분류·가격 매칭, 장소 정보 검수, 콘텐츠 모니터링 등 운영 지원 업무에 현지 인력을 채용해 왔지만, 이마저도 2019년 1월 중국 당국이 다음 접속을 차단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2018년 DK차이나 매출은 약 4억9,000만원 수준이었지만, 다음 접속이 차단된 2019년부터는 수백만원대로 급감했다. 현재까지도 중국 내에서는 다음 접속이 차단된 상태다.
업계는 카카오가 사실상 중국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최근 몇 년간 중화권에서 사업을 순차적으로 정리해왔다. 지난해에는 '카카오프렌즈'의 중국·홍콩 사업을 담당하던 '카카오IX 차이나'와 '카카오IX 홍콩'을 차례로 정리했다. 현재는 SM엔터테인먼트 등 일부 계열사 만이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텐센트가 합작법인(JV)을 통해 중국 현지에 출시한 웹툰 플랫폼 '포도만화'도 오는 7월 서비스를 종료한다.
'해외 매출 30%' 비욘드 코리아 달성 어려워져
올 1분기 카카오 해외 계열사 수는 67개로 2023년(80개) 대비 16% 감소했다.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상품 유통 및 캐릭터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 사업을 하는 해외법인 카카오IX도 청산했다. 2021년 ‘카카오IX UK’(영국)을 기점으로, 2022년 ‘카카오IX US’(미국), 2023년 ‘카카오IX 재팬’(일본) 법인을 잇달아 청산했다. 작년에는 ‘카카오IX 차이나’와 ‘카카오IX HK’(홍콩) 마저 정리했다. 카카오가 2021년 9월 프랑스에 설립한 ‘픽코마 유럽’ 법인도 작년 9월 현지 서비스를 종료하고 법인을 청산했다
업계 안팎에선 2025년까지 해외매출 비중 30% 달성이라는 김범수 창업자의 ‘비욘드 코리아’ 목표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잇따른 해외법인 철수로 카카오의 해외매출 확대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김 창업자가 CA협의체 공동 의장직을 사임하면서 비욘드 코리아의 추진 동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다. 비욘드 코리아 비전을 선포한 2022년 카카오의 해외매출 비중은 20.6%였고, 이듬해인 2023년 19.5%를 기록했다가 2024년 20.8%로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2024년 대표직에 취임한 데 이어 단독 의장까지 맡게 된 정신아 대표는 인공지능(AI)에 중점을 둔 경영 쇄신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해외 진출 역시 규제 리스크가 낮은 일본·동남아 중심으로 이어가는 흐름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확장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중국의 현지 시장 상황과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 사업 확대 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카카오의 중국 재진출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AI와 커머스 중심으로 수익 구조 전환 가속화
현재 카카오를 비롯해 네이버 등 토종 플랫폼들은 커머스와 AI 중심의 수익 구조로 전환을 가속하며 생존 전략을 새로 설계하고 있다. 실제 네이버와 카카오의 실적을 살펴봐도 최근 커머스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는 듯 보인다. 경기 침체로 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외부 플랫폼으로 콘텐츠 소비 양분과 글로벌 AI 검색 서비스와의 기술 격차가 복합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7868억원, 영업이익 50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3%, 15.0% 증가했다. 커머스 부문 매출은 7879억원으로 12% 성장했고 커머스 광고 매출은 4242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검색은 36%, 커머스가 28%를 차지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현재까지 생성형 AI 서비스로 인한 검색 쿼리 감소는 없으며, 오히려 탐색적·비즈니스적 쿼리는 증가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AI 기반 콘텐츠 탐색을 고도화한 통합검색 개편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같은 기간 매출 1조8,637억원, 영업이익 1,054억원으로 각각 6.3%, 12.4% 감소했다. 광고·커머스 부문(톡비즈)은 7% 성장했지만, 전체 실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콘텐츠 사업(게임·음악·웹툰 등)이 16% 줄며 전체 하락을 주도했다. 현재 '카나나' 등 대화형 AI 서비스와 '카카오톡 발견탭', 피드형 광고, 선물하기 추천 기능 등의 커머스 연계 전략을 강화하며 플랫폼 내 체류 시간과 상거래 접점을 확대해 나가는 양상이다.
카카오 커머스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사용자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커머스 연계 기능을 도입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톡딜 등 커머스 영역에 AI 추천 기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라며 "AI와 커머스,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카카오는 동시에 계열사 수를 128개에서 104개로 줄이는 조직 재편을 단행하며 AI 중심 구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