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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 아이돌 편중 K팝 K팝 음반 수출액 사실상 '제자리' 시장 확대 및 수익 다변화 과제로

K팝 시장이 글로벌 이벤트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지만, 여전히 소수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의존과 국내 중심의 정형화된 산업 구조는 한계로 지목된다. 음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데 이어 스트리밍 시장 내 점유율도 부진한 가운데, K팝 산업은 글로벌 시장 확대과 수익 다변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K팝 이벤트 시장, 2031년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
22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얼라이드마켓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1억 달러(약 11조1,400억원)였던 세계 K팝 이벤트 시장은 2022년부터 2031년까지 해마다 평균 7.3%씩 늘어 200억 달러 규모(약 27조6,8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2021년 재무 통계에 따르면 유명 K팝 기업들이 상반기 해외 매출에서 큰 증가를 보였다"며 "해외에 자리잡은 팬들의 수와 영향력이 현지 음악 차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장의 주요 힘으로는 라이브 공연 수요 증가와 세계 팬덤 확산이 꼽혔다. 보고서는 "음반 판매 감소로 라이브 음악 공연 수요가 늘어나면서 K팝 이벤트를 포함한 전 세계 음악 이벤트 부문 확장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관객과 아티스트들 사이 음악 관광 활동 증가가 K팝 이벤트 산업 확장을 촉진했다"며 "여러 신생 기업과 기존 대기업들의 투자 증가로 브랜드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음악 이벤트 후원 수입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회복과 가처분소득 증가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9년 유럽과 중국 금융위기 이후 경제가 개선되고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서 K팝 이벤트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의 강력한 경제성장과 중간소득층의 재량소득 증가로 중산층 인구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정체한 K팝 산업, 비관적 전망 다수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이 내놓은 K팝 시장 전망은 현재보다 희망적이지 않다. 유건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KBS 시청자서비스부)와 남승석 연세대 매체와예술연구소 연구교수가 한국방송콘텐츠수출협의회 회원 30명을 대상으로 'K팝의 경쟁력 전망'을 물은 결과, 부정적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BTS·블랙핑크 등 일부 아이돌그룹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응답자 전원이 K팝 시장에 대해 “BTS·블랙핑크 등 소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으며, 13명은 “상위 아티스트에 편중된 산업으로 아티스트 개인의 인적 리스크에 취약하다”고 했다. 아이돌 위주의 K팝 산업에 대한 문제 지적도 제기됐다. 응답자들은 “정형화된 아이돌 위주의 K팝 현실은 장기적으로 독소 요인이 될 수도 있다”(22명), “(한국 음악시장은) 음악성보다 스타성에 치중한 아이돌 일색이다”(2명) 등의 의견을 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간 급성장을 거듭한 K팝 시장은 지난해 실물 음반 판매량이 감소하고 수출액도 정체하는 등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음반 수출액은 2억9,183만 달러(약 4,000억원)로 전년도 2억9,000만 달러보다 0.55% 증가했다. 사실상 거의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
‘덜’ 한국적으로 변화 추구
이에 K팝 산업은 전략 변화를 구사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멤버 구성을 국제적으로 바꾸는가 하면 가사도 영어로 짓는 등 보다 ‘덜’ 한국화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한국이 고령화하면서 인구 통계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팝 시장 규모는 연간 92억 달러(약 12조7,300억원)에 달하지만 앨범, 오디오 및 비디오 스트리밍, 콘서트를 포함한 글로벌 음악 시장이 1,300억 달러(약 180조원)에 이른다는 것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여기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앨범 판매 규모는 지난 15년 동안 절반으로 줄었고, 대신 콘서트와 스트리밍이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콘서트와 스트리밍에서 K팝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 4곳(하이브, SM, YG, JYP)의 스트리밍 수익은 2023년 기준 4,000만 달러(약 553억6,800억원) 수준이다. 글로벌 전체 수익(193억 달러·약 26조7,000억원)의 0.2%에 불과하다. K팝의 앨범 판매 수익은 9,000만 달러(약 1,245억원)로 이 역시 글로벌 시장(51억 달러·7조원)의 1.7%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