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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외국인투자심의위 보고서 검토 중 일본제철, 인수 금액 맞먹는 투자 계획 제시 트럼프의 '미국 내 투자' 기조 부응 전략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성사 여부가 다음 달 초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제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에 당초 계획의 10배에 달하는 140억 달러(약 19조원)를 추가 투자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지며 전임 조 바이든 정부가 불허했던 인수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CFIUS, 보안 리스크 완화 판단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국가안보위원회(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는 21일(현지 시각)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한 재심사를 마무리했다. CFIUS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는 보안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정부 내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안보적으로 전면 불허될 사안은 아니며, 특정 조건만 충족하면 승인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한 핵심 절차 중 하나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위협 우려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거래 불허를 권고할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CFIUS의 보고서 내용은 아직 비공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바이든 전 대통령이 결정한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불허’에 대해 재검토를 명령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CFIUS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합병의 적절성을 검토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5일까지 인수 계획 수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트럼프, '인수' 아닌 '투자' 형태라면 재검토
앞서 일본제철은 2023년 12월 US스틸 주식 전체를 149억 달러(약 20조6,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US스틸 인수를 먼저 추진했던 미국 클리블랜드-클리프스의 제안(72억 달러)의 2배 규모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인 올해 1월 국가 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인수를 불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전문가들은 “인수 불허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고, 인수를 반대한 노동조합에 확실한 승리를 선사해 바이든의 치적을 부각할 기회였다는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제철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10년간 생산능력 축소 거부권 보장 등 유화책을 제안했으나 결국 바이든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이 외국 기업에 매각되는 데 대해 애초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취임 후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며 인수가 아닌 투자 형태라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지난달 이시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후엔 CFIUS에 거래 재심사를 지시했다. 당시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인수 불허 결정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제철 140억 달러 '베팅' 통했나
일본제철이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전제로 띄운 마지막 승부수는 140억 달러 상당의 투자금 보따리다. 이는 미국 내 철강 수요 확대, 특히 초당적 인프라법 시행에 따른 수요 증가를 겨냥한 전략으로, 처음 제시한 투자액(14억 달러)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일본 제철은 14억 달러 투자 금액을 27억 달러까지 늘리며 투자 계획을 확대해 왔다. 또한 회사 본사를 펜실베이니아에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본제철은 신규 제철소 건설에 10억 달러(약 1조3,900억원)를 먼저 투자하고 몇 년 뒤 30억 달러(약 4조1,700억원)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이후 2028년까지 US스틸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1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러한 투자 계획이 합병 승인을 얻기 위한 마지막 시도의 일환으로 제시됐다"고 짚었다.
닉 클라인 법률회사 DLA 파이퍼 변호사는 로이터에 “미국 내 철강 생산을 확대하는 투자는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 점을 인식하고 인수안을 승인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가 무산되면 US스틸에 5억6,500만 달러 규모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철강 품목에 부과된 25% 관세율이 적용된다. US스틸 인수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