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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해운사, 中 조선사와 선박 발주 논의 LNG 컨선 6척, 한화오션 건조의향서 ‘무산’ 수순 미국 대중 규제 완화에 中 발주 재개

독일 해운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가 중국 조선사와 선박 발주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액화천연가스(LNG·Liquified Natural Gas)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것으로, 앞서 한화오션과 건조의향서를 맺었던 물량이지만 다시 중국 조선사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하파그로이드, 양쯔강조선에 1.6만TEU급 컨선 6척 발주 논의
24일 조선·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 등에 따르면 하파그로이드는 최근 중국 조선사 양쯔강조선과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 6척 발주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해당 물량은 하파그로이드가 지난해 양쯔강조선에 같은 규모의 선박 12척 건조 계약을 맡기면서 걸었던 옵션 물량이다. 해당 계약의 선가는 척당 2억1,000만 달러(약 2,873억원)였으며, 선박 인도 기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로 알려졌다.
앞서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8월 초 한국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중국의 강남조선, 상해외 고교조선, DSIC(Dalian Shipbuilding Industry co.,ltd), GSI(Guangzhou Shipbuilding International), 양쯔강조선, 신시대조선 등을 대상으로 초청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하파그로이드가 이들 한·중 조선소들에게 제안한 입찰 조건은 LNG 이중연료 엔진이 적용되는 1만7,000TEU급 10+5척, 9,200TEU급 10+5척 등 최대 30척, 54억 달러(약 7조3,800억원)로 규모였다. 이후 하파그로이드는 한·중 조선소들의 응찰 조건을 검토해 양쯔강조선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세부 계약 사항을 마무리하는 대로 정식 건조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중국 줬던 LNG선 물량 한화오션에 발주했지만
하지만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월 미국의 대중(對中) 규제 영향으로 한화오션과 건조의향서를 맺으며 발주처 변경을 검토했다. 미국이 중국 선사와 관련한 해상 운송 서비스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조의향서는 기한을 정해 발주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것으로 강제력을 갖지 않는다.
지난 2월 미국무역대표부(USTR·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조선·해양·물류 부문을 부당하게 장악하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에 따른 자국 산업 구제책을 제안했다. 구제책은 중국 해운사 소속 선박이 미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1회당 최대 100만 달러(약 14억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순선박 용적물에 톤당 최대 1,00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방안을 담고 있다. 또 중국산 선박을 포함한 복수의 선박을 운영하는 선사의 경우 미국 항구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조건에 따라 최대 150만 달러(약 20억5,000만원)의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USTR의 조치로 중국 선박의 운송 비용이 상승할 상황에 놓이자 하파그로이드는 한화오션에 손을 내밀었다. 한화오션과 맺었던 건조의향서에 따른 계약금은 모두 12억 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앞서 하파그로이드는 지난 2021년 대우조선해양(한화오션의 전신) 시절 같은 선종의 컨테이너선 6척의 건조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계약 금액은 척당 2억 달러~2억5,000만 달러(약 2,730억~3,080억원)로 책정돼 2027년 말부터 인도될 예정이었다. 중국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선가와 2027년이라는 인도 가능 시기 등을 고려해 발주처를 중국 업체에서 한화오션으로 결정했지만 실제 수주로는 이어지진 못하게 됐다.
美 규제 완화 움직임에 中 가성비 부각
하파그로이드의 발주처 선회 추진은 미국의 대중 규제 수위 완화와 중국 조선사의 선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USTR가 중국 선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선주들이 중국 선박을 사용하는 데 따른 입항 수수료를 내더라도 선가가 낮은 중국에 발주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USTR은 중국 제조·소유 선박에 오는 10월 14일부터 순톤(Net ton·907.2㎏)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해당 수수료는 향후 3년간 매년 30달러씩 늘어난다. 중국이 제조하고 다른 나라 기업이 소유한 선박에도 순톤당 18달러를 부과하고, 3년간 매년 5달러씩 인상하기로 했다.
아직 수수료의 상한선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중국 선박에 최대 150만 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던 초기 규제안에 비해 완화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트레이드윈즈는 “1만6,000TEU급 이중 연료 추진 선박의 경우 중국 선가는 1억9,000만 달러(약 2,600억원) 선이지만, 한국 조선사는 최대 2억2,500만 달러 수준”이라며 “선가 차이와 미국 항만 수수료 규제 완화가 하파그로이드의 발주 재고를 유발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