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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자율성 vs, 공정위 판단, 법원은 카카오모빌리티 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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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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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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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부과 논리 인정 안 돼
잇따른 소송전에 미칠 여파 촉각
기술적 중립·자율성 보장 본격 논의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가 ‘호출 몰아주기’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며 법원이 플랫폼 알고리즘 운영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조정을 경쟁 제한 행위로 판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논리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향후 플랫폼 규제의 판단 기준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쟁 제한 효과 증거 불충분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카카오모빌리티(카모)가 270억원대 과징금 명령이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 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정위 처분은 1심과 같은 효력이 있어 이에 불복하면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되며, 재차 이후 다툼이 계속될 경우엔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카모가 배차 알고리즘을 인위 조정해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호출을 우선 배정했다며 과징금 271억2,000만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카모가 비가맹 택시가 승객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어도 일정 시간 내 도착 가능한 가맹 기사에게 우선 배차하는 식으로 시장 질서를 위반했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배차 과정에서도 가맹 기사가 수익성 낮은 1㎞ 미만 단거리 호출을 제외하도록 설정하는 등 차별적 배차가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카모는 반박했다. 가맹택시는 호출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없어 호출을 거부할 유인이 낮고, 이에 따라 수락률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위치가 가까운 택시보다 실제 호출에 응답할 가능성이 높은 기사에게 배차하는 것이 이용자 편익에 더 부합한다는 것이다. 카모는 공정위의 주장에 대해 “호출 택시는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배정된 것으로, 특정 기사군을 우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시한 ‘배차 알고리즘의 인위적 조작’이나 ‘경쟁 제한 효과’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맹택시에 일정한 우선권을 부여한 것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공정위의 플랫폼 기업 규제에도 현실적 한계가 드러난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공정위는 향후 판결문을 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사안은 과징금이 약 271억원으로 규모 자체도 크지만, 규제의 정당성을 법원이 부정했다는 부담을 외면할 수 없는 탓이다. 이는 향후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정책이 ‘명확한 위법성’보다 추상적 우려에 근거할 경우, 다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판결로 규제 당국의 정책 설계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연이은 소송전, 긍정적 전환점 될까

이번 판결이 별도로 진행 중인 카모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카모는 비슷한 사안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아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카모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자사 가맹택시 실시간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카카오T 일반 호출 기능을 차단했다며 과징금 151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카모는 이에 대해 같은 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올해 2월에는 경쟁 사업자인 타다가 “카모의 콜 차단 조치로 인해 가맹 기사 이탈과 가맹계약 해지가 늘었고, 그 결과 약 1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타다 관계자는 “카모의 반복되는 불공정 행위로 인해 모빌리티 업계의 발전이 저해됐을 뿐 아니라 혁신 기업의 생존도 위협받고 있다”며 “소송을 통해 정당한 보상을 받는 동시에 업계 전반에 공정한 경쟁 풍토를 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나온 이번 법원의 판결은 카카오 내부적으로 매우 중요한 신호로 읽힌다. 그간 연이은 과징금 부과와 피소로 기업 이미지와 투자자 신뢰 모두 타격을 입었던 만큼 이번 사안이 긍정적 전환점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다만 아직 모든 혐의가 해소되지 않은 만큼 카모로서는 잇따른 소송전에서 법적 근거를 확보하며 점진적으로 여론 반전을 꾀해야 하는 상황이다.

알고리즘 투명성 논란에 이정표 남겨

업계는 법원이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간 공정위는 알고리즘이 특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동되도록 설계됐을 가능성에 주목해 규제 근거를 마련해 왔지만, 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배차 알고리즘은 효율적인 수요 분산을 위한 기술적 판단의 결과”라며 “기업의 고의적 시장 통제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기술적 운영에 있어 기업의 자유를 일정 부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해석은 앞으로 플랫폼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 알고리즘은 블랙박스화된 구조를 갖고 있어 이용자나 규제 기관이 작동 원리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런 특성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의 원인이 됐으며, 특히 ‘추천’, ‘노출’과 같은 결정이 사업 성패에 직결되는 플랫폼 환경에서는 더 뜨거운 논란을 낳곤 했다. 그럼에도 법원이 기술의 편익에 무게를 둔 것은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 기업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단순히 공정위의 과징금 취소 여부를 넘어 플랫폼 시대를 관통하는 규제 철학의 방향을 묻는 사건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의 기술적 자율성을 무제한으로 허용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균형 문제, 그리고 반대로 과도한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문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법원이 ‘기술 운영의 자율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규제기관과 기업 간의 균형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 또한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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