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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동아시아로 기울어진 ‘해산물 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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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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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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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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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양식 어업, ‘아시아가 지배’
‘기후 대응’ 결합해 금융 시장도 주목
서구 경제권 ‘수입 의존도’는 심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단백질 생산을 책임지던 서구의 ‘곡물 벨트’(grain belt, 미국, 유럽의 대규모 농업 지역)가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전 세계 양식 어류의 90% 이상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돼 식량 안보와 기후 대응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ChatGPT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세계 양식 어류 ‘90% 넘게 생산’

유엔의 자료가 정확한 내용을 말해 준다. 2022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1억 3,009만 톤의 양식 수산물 중 1억 1,970만 톤이 아시아에서 나왔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셈인데, 수요 증가와 적합한 기후, 공급망 통합 등이 결합해 오랜 기간 만들어진 비교 우위 때문이다.

양식 산업 생산량 비교(2002년, 단위: 백만 톤)
주: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유럽 및 북미, 기타(좌측부터)

그중에서도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앞서 나가고 있다. 광둥성의 민물고기 어장부터 하루가 안 걸려 내륙으로 수산물을 나르는 냉장 트럭까지 합세해, 늘어나는 전 세계 중산층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늘어난 가구 소득이 생선 소비 급증으로 이어져 가격 인상이 문제가 안 될 정도다. 생선 가격 벤치마크(benchmark, 상품 시장에서의 가격 기준)가 위안화로 하는 경매에서 결정돼 전통적 상품시장인 시카고 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와 로테르담 항구가 뒷전으로 밀려날 정도다.

탄소 배출량도 ‘이상적’

해산물 소비의 증가는 기후 변화 대응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육지에서 생산된 고기와 비교하면 양식 어류의 탄소 배출량이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잉어와 틸라피아(tilapia, 열대 지역에서 나는 민물고기)가 생산량 1㎏당 3~4㎏을 배출하고 홍합 같은 조개류는 1㎏이 안 되는 데 비해 소고기는 60㎏을 배출한다. 가정이지만 작년에 동아시아에서 생산된 5,400만 톤의 민물고기가 육류를 대체했다면 EU 전체의 한 해 탄소 배출량이 사라졌을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비교(1㎏당 배출량, 단위: ㎏)
주: 조개류, 잉어, 틸라피아,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좌측부터)

이를 인식한 각국은 기후 정책에 양식업을 통합하고 있다. 일본은 탄소 거래제에 바다 양식을 결합해 태양광에너지를 사용하는 해안 지역에 점수를 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도네시아는 한 발 더 나가 2023년에 세계 최초로 국부 해양 채권(sovereign blue bond)까지 만들었다. 210억 엔(약 2천억원) 규모의 해당 펀드는 환경친화적 연못 인프라(pond infrastructure)를 조성해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해안 지역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할 전망이다.

양식 산업 겨냥한 해양 채권 ‘봇물’

금융 시장도 저탄소에 높은 영양가를 제공하는 해산물에 주목하고 있다. 2021~2024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 경제 채권(blue economy bonds) 발행 액수는 연간 40% 가까이 증가해 친환경 채권 시장을 앞지를 정도다. 지속 가능성 지표(sustainability metrics)를 눈여겨보는 투자자들 덕분에 베트남의 한 켈프(kelp, 해초의 일종) 양식장은 탄소 배출량과 영양 데이터를 사업 설명서에 포함해 미국 국채보다 낮은 이자율로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ESG(환경, 사회, 지배 구조 지표) 점수에서 최상위를 차지한 덕분이었다.

해양 채권은 환경 보호에 노동 보호과 질병 감시(disease monitoring)를 결합해 정치 안정과 식량 안보를 함께 해결하는 기능도 한다. 투자자들이 양식 자산(aquaculture assets)을 과거 유전 개발을 위한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s)만큼 중요하게 취급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시아가 생산을 지배하면서 서구 경제권은 갈수록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은 연간 1인당 해산물 소비량이 23.5㎏인데 자체 생산 비중이 40%가 되지 못한다. 미국도 사정은 비슷해서 작년에 200억 달러(약 27조5천억원)의 해산물 무역 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아시아가 미국 중서부에서 생산하는 곡물에 의존했듯 이제는 서구 소비자들이 동아시아의 양식에 의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나친 의존은 위험을 부른다. 중국의 태풍이나 페루의 엘니뇨(El Niño) 같은 기상 현상은 어분(fishmeal, 생선과 생선 부산물로 만든 분말) 공급망을 와해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식적인 해산물 비축량이 없고 허가 절차도 느린 미국과 유럽은 태평양 기후에 식량안보를 맡기고 있는 격이다.

식량 자원 아시아 의존도 ‘심화할 것’

해산물이 인기라고 해서 모든 공급자가 풍족해진 것은 아니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기반 시설이 부족한 태평양 도서국들이 가장 어렵다. 해산물 감염병 위험에 노출돼 있고 냉장 배송 시스템과 번식용 개체(broodstock)가 부족해 규모를 늘리기도 어렵다. 또 아시아의 해산물 가공 과정은 주로 단기 계약을 통한 이민자 여성에 의존해 노동권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물론 진전도 보인다. 인도네시아의 신규 채권들은 노동 감사를 통해 임금 착취나 위험한 주거 환경 등이 적발되면 불이익을 주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수 세기 동안 해양 자원을 관리해 온 토착민 사회를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도 생기고 있다. 호주의 조개류 산호초(shellfish reefs)나 폴리네시아의 라후이(rāhui, 자원 재생을 위해 어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관습) 등이 지속 가능하고 문화에 뿌리를 둔 해양 관리 시스템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해산물은 더 이상 틈새시장 정도가 아니라 글로벌 단백질 공급의 핵심이자 기후 대응의 선봉이며 국제 금융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는 서구 국가들은 식량 안보와 지정학 모두에서 동아시아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하게 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쇼바 수리(Shoba Suri) 옵저버 연구 재단(Observer Research Foundation) 선임 연구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lue food making waves for sustainability and security in East Asia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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