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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자국 이익'을 위한 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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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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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이란 핵 시설 공격한 트럼프에게 감사"
美, 이란 압박해 중국 숨통까지 옥죈다
공습 결단 뒤에 '록브리지 네트워크' 입김 있었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 핵 시설 3곳을 공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양국 간 긴밀한 협조 끝에 실행된 이란 핵 시설 공습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 미국 측에 공을 돌린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국익만을 위해 움직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스라엘을 이용해 중국의 숨통을 옥죄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협공

2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진행한 연설에서 “역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위험한 정권과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막기 위해 행동했다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중동이 기로에 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중동과 그 너머를 번영과 평화의 미래로 이끄는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을 높이 평가하고, 연설 말미에 “나와 이스라엘 국민이 감사드린다”는 말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감사를 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마쳤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 공군 편대는 21일 이란 남부 영공으로 진입, B-2 스텔스 폭격기를 이용해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초대형 폭탄 GBU-57 14발과 75발의 정밀유도탄 등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투하했다. 이란의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은 날아오지 않았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양국은 지난주부터 이번 공습 작전을 두고 긴밀히 협의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번 작전을 승인하고 네타냐후 총리와 본격적으로 공습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공습을 위해)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는 네타냐후 총리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남부의 방공 시스템을 제거해달라고 답했다고 한다. 폭격기들이 목표 지점(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후 JD 밴스 미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공습을 통해 이란의 대공 방어력을 약화시켰다.

교전 '후폭풍'에 흔들리는 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조적인 태도 뒤에 중국을 향한 견제가 숨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네타냐후의 의지대로 트럼프가 움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앞세워 이란의 국력을 깎아내리면, 이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국 역시 큰 피해를 입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스라엘과 이란의 교전이 격화할 경우,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은 막대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연구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현재 이란산 원유의 90% 이상은 중국으로 수출되며, 이 중 대부분이 산둥성에 위치한 소규모 민간 정유사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국영 석유 기업과는 별개로 운영되는 이들 업체는 지난 2022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제재 대상이 된 이란산 원유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중이다.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이란산 원유를 활용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수출 인프라를 공격해 이 같은 유통 구조가 위태로워질 시, 이란산 원유 수출 대부분이 중단되며 중국 정유사들이 줄줄이 후폭풍에 휘말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이란과 '25년 장기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에너지·인프라 등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 이란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이란의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에는 중국발(發) 자금이 대거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교전으로 인해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가 대거 파괴될 경우, 중국의 대이란 투자 중 상당 부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이 전쟁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 양국의 군사적 협력 관계 역시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이란과 협력하는 중국 기업에 전면적인 제재를 가할 시, 중국의 대이란 군사 투자와 무기 거래에 제동이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중국이 이란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서방의 경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이 심화하고, 중국과 이란의 반미(反美) 연대가 무너지며 중국의 외교적 입지 자체가 좁아질 수도 있다.

美 정계 실세 '록브리지', 전쟁에도 개입?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에 우호적 태도를 보이는 미국 정부의 배후에 유대계 자본이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정계 전반을 휘어잡고 있는 '록브리지 네트워크'에 유대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록브리지는 밴스 부통령과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퍼 버스커크가 2019년 활력을 잃은 기존 공화당을 대체하는 신보수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정치 후원 단체다. 2만5,000달러(약 3,400만원)를 내면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종신 회원비는 100만 달러(약 14억원)다. 록브리지가 정치인 후원, 여론 형성, 유권자 조직 등 다양한 정치 활동에 투입하는 비용은 연간 7,500만 달러(약 1,020억원)에 달한다.

록브리지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미 대선 때다. 작년 4월 트럼프 캠프는 선거 자금이 고갈돼 공화당 경선에서 코너에 몰렸다. 코크네트워크 등 공화당의 전통적 돈줄이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전 국제연합(UN) 대사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록브리지다. 이들은 트럼프 캠프에 거액의 선거 자금을 투척하고,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추천했다. 록브리지 회원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록브리지와 아버지 트럼프를 연결한 것이다.

이처럼 록브리지가 거액의 자금을 융통하며 정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몸담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이 상당히 화려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밴스 부통령의 오랜 후원자이자 정신적 멘토로 꼽히는 피터 틸 현 팔란티어 회장은 록브리지의 ‘배후 조종자’로 알려져 있다. 팔란티어는 2024년 1월 이스라엘 국방부와 공식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고, 가자 전쟁에서 AI·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이스라엘 국방부 및 IDF(이스라엘 방위군)의 정보 운영을 지원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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