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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난달 미국산 농산물 수입 43% 급감 "1차 무역 전쟁의 악몽 되살아나" 美 농가 비명 美 빈자리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이 채워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하며 양국 간 무역이 사실상 마비되자, 중국이 남미 등 농산물 대체 공급처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통상 갈등의 후폭풍
2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관세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 특히 미국 농업 부문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은 가치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이상 급감했다. 고율 관세 부과의 여파로 여러 품목의 선적이 사실상 중단된 결과다.
특히 미국산 뼈 없는 신선 쇠고기와 식용 수수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97% 이상 감소했으며, 옥수수와 빗질하지 않은 면사 수입도 각각 93%, 94%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냉동 쇠고기 수입도 절반가량 위축됐고, 냉동 및 보존 닭고기 품목의 수입량 역시 60% 이상 축소됐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초부터 미국 농산물에 10~1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매긴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이후 지난 4월 양측은 보복 관세 인상 릴레이를 통해 서로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100% 이상까지 끌어올렸으며, 5월 중순이 돼서야 관세율 조정을 위한 '임시 휴전' 협상에 합의했다.

美 농가 휩쓴 '대두 전쟁'
미국 농가가 미·중 통상 갈등으로 인해 치명타를 입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6월 트럼프 1기 행정부는 340억 달러(약 46조3,76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중 1차 무역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에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자동차 등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를 매겼고, 미국은 9월 추가로 2,000억 달러(약 272조 8,000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며 갈등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2월 개최된 아르헨티나 G20 정상 회의에서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때 시작된 미·중 무역 협상은 2019년 5월에 결렬됐다. 협상이 결렬된 후 미국은 즉각적으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25%로 인상했고, 중국은 이에 맞서 600억 달러(약 81조8,400억원) 규모의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했다. 양국 간 갈등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은 1단계 무역 합의가 체결된 이듬해 1월이었다. 중국은 2021년까지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약속했고, 미국은 일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농가들은 거대한 후폭풍에 휩쓸렸다. 특히 큰 피해를 입은 품목은 대두였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이른바 '대두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중국의 대두 수입 의존도는 약 80%에 달하며, 지난 18년간 중국의 전체 대두 수입 중 평균 57%가 미국에서 흘러 들어왔다. 중국과의 거래가 끊기면 미국 대두 농가는 핵심 수요처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실제 1차 무역 전쟁 당시 미국의 대중국 대두 수출량은 79% 급감했고, 미국 농가들은 무역 전쟁이 지속되는 2년간 15조8,18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남미권 국가 수혜 가시화
최근 이어지는 양국 간 통상 갈등으로 1차 무역 전쟁 당시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의 농산물 수요를 흡수할 기회를 거머쥔 남미권 국가의 농가들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1차 무역 전쟁 당시 이미 남미를 중심으로 농산물 공급망을 다각화한 상태다. 미국 농가의 피해가 언제든지 다른 국가 농민들의 이익으로 전환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최대 수혜국으로는 브라질이 꼽힌다. 브라질은 1차 무역 전쟁 이후로 중국의 핵심 농산물 공급처로 자리 잡으며 엄청난 반사이익을 누린 국가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의 식품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20.7%에서 2023년 13.5%로 폭락한 반면, 브라질의 비중은 같은 기간 17.2%에서 25.2%로 확대됐다. 특히 대중국 대두 수출량은 지난해 기준 7,252만 톤까지 늘었다. 이는 2010년 대비 280% 확대된 수준이자,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의 73%에 달하는 규모다.
대표적인 대두·옥수수 생산국인 아르헨티나 역시 '무역 전쟁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달 아르헨티나 수출 업체들과 약 9억 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의 대두, 옥수수, 식물성 기름 구매 의향서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이미 아르헨티나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며, 일부 대두유도 수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