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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향한 두 시선 ‘미국은 때리고, 중국은 숨고’ 드러난 반미블록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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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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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친구’ 외교 전략 무색해져
각자도생 및낯 드러낸 반미연대
中, 대만해협 노린 계산된 침묵?
4월 23일 베이징에서 딩쉐샹 중국 국무원 부총리(오른쪽)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중국 국무원

미국의 이란 핵 시설 타격 이후 중국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반미연대’의 실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핵심 우방국이 위협받는 상황에서조차 중국은 실질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고, 이에 중동 내 중국의 영향력 또한 급격히 약화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미국은 중동에서 군사·외교적 존재감을 강화하며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침묵이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을 포함한 우방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교적 타격 또한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맹국 위기에 원론적 메시지만

24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대국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12일 간의 전쟁이 일단락됐다”며 “이번 전쟁 종식은 우리 의지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자국 국방장관과 방위군 참모총장, 모사드 국장 등이 참석한 각료 회의에서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비롯한 작전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평가하며 사실상 휴전을 인정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은 지난 12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 거점을 공습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군사 위협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나탄즈, 이스파한, 테헤란 등 주요 핵심 지역을 타격했으며, 이 공습으로 이란군 참모총장, 혁명수비대 사령관, 핵 과학자 등 고위 인사들이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에 나섰고, 이후 양국은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러한 긴장 속에서 미군은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이란의 핵시설 3곳(나탄즈, 이스파한, 포르도)을 정밀 타격했다. 이틀 후 이란이 카타르에 위치한 미군 기지에 탄도미사일 14발을 발사했지만, 사전 통보된 공격으로 피해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였다”며 “이제는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소식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하루 일찍 전 세계에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정밀 타격한 직후, 국제사회는 이란의 동맹국인 중국의 반응에 주목했다. 당시 상황은 호르무즈 해협 차단이라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거론될 정도로 위태로웠고, 중동 전역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뚜렷한 메시지도,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핵심 우방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인 이란이 직접적인 군사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도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와 안정 유지가 국제사회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물리적 억제력을 통해 중동 지역의 실질적 질서 유지를 이끌며 확고한 존재감을 보인 미국과 상반된 행보다.

이는 그간 중동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 온 중국의 태도와도 매우 대비된다. 최근 수년간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이란 양측과 경제적·외교적 관계를 병행하며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다져 왔고, 브릭스(BRICS) 협력체를 중심으로 비서구권 블록 강화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이란과는 석유 수입 및 군사 협력 등을 통해 ‘형제국’ 수준의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중국은 기대와 달리 아무런 실질적 대응도 하지 않으면서 이란의 고립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대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중동 내 외교 지형 또한 전환점을 맞게 됐단 진단이 나온다. 미국은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적 의제 설정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했고, 이란 공격을 계기로 중동 내 파트너 국가들과의 결속력을 재확인했다. 반면 중국은 존재감 없이 그림자처럼 물러서면서 스스로 ‘중동 중재자’라는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이 같은 상황은 중국이 더 이상 중동에서 ‘대체 리더십’을 내세우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공통의 기조에도 군사·외교적 연대는 부재

이 같은 의도된 침묵은 비단 중국만의 일이 아니다.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반미 전선을 형성해 온 국가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미온적이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으로 묶이던 이들 연대는 위기 상황에서 기대와 달리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식적인 유감을 표하는 수준에 그쳤고, 북한 역시 외교 채널을 통한 형식적 지지 외에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 겉으로는 반미를 외치면서도 실제 전쟁의 위기 앞에서는 자국의 안위만을 우선하는 각자도생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반미연대의 균열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대표적 예다. 중국은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수준에 그쳤고, 이란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대를 우려하는 메시지를 내놨을 뿐 실질적인 군사적 지원이나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들 국가 모두가 반미 정서를 자산 삼아 다양한 외교전을 펼쳐 왔지만, 실질적인 군사 및 외교적 연대가 부재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연대가 아닌 전략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느슨한 공조에 불과했던 반미 블록의 실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동안 이란은 극도의 무력감과 고립감에 직면했을 공산이 크다. 그러는 사이 미국은 전통적 동맹국과의 협력 수준을 재확인하며 외교적 입지를 강화했다. 중동과 동북아를 아우르는 미국의 전략적 외교 구도가 반미 연대 국가들을 더욱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미국 전력 분산 효과 노렸나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중국의 무대응이 ‘계산된 침묵’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미국이 중동 군사력 투사에 집중하는 사이,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등 자국 인접 해역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국 입장에선 훨씬 실익 있는 행동이란 설명이다. 실제로 이란 사태 직후 중국 해군은 대만 주변 해역에서 정례 훈련 일정을 확대했고, 일부 무인 정찰기 활동을 펼치는 등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계산된 침묵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분산을 통한 힘의 공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이 중동에 병력을 재배치하는 동안 동아시아 지역 방위에 상대적으로 여력이 부족해지는 구조적 취약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주도권을 다시 조정할 기회로 작용한다. 이란 사태를 계기로 미국의 자원이 중동에 분산되면, 대만 해협 주변의 군사적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단 분석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적 침묵이 중국의 중동 전략에 대한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그간 중국은 이란·사우디 양측을 조율하며 중동 내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였지만, 정작 위기 국면에서는 아무런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이는 이란뿐 아니라 향후 중국에 기대를 걸고 있던 중동 국가들까지 이탈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이중 전략은 대만 등 인접한 지역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지만, 중동에서는 뚜렷한 외교적 손실을 야기했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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