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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중앙은행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진입 가속화, 기존 통화체계 위협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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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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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서구권 국가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본격 추진
英 중앙은행 “스테이블코인 확산, 화폐 신뢰 위협” 경고
韓 이창용 총재 “자본 유출·정책 무력화 등 부작용 우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진입 움직임이 가속화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이러한 흐름이 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의 기능을 잠식하고, 통화 주권과 자본 흐름 통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허용될 경우 자본유출과 정책 무력화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통화 주권에 위협 요인 될 것"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지난 3일 공개된 연설문에서 “각국 중앙은행은 결제 시스템의 혁신이 기존 화폐 체계에 새로운 취약성을 초래할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이 새로운 형태의 화폐로 자리 잡는다면 화폐의 단일성과 이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유지할지, 준비통화 개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일리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기존 통화 질서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일리 총재는 이날 “오늘날 외환보유고는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안정성을 유지하고, 극단적 위기 상황에서는 금융 시스템의 유동성을 뒷받침하는 기능을 한다”며 “이제는 주요 경제권에서 ‘공식 외환보유고’의 의미 자체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에 미칠 잠재적 위협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경고해 왔으며, 오는 8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감독하는 다국적 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 의장으로 취임하면 이 사안을 주요 의제로 다룰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유럽중앙은행 정책포럼(ECB Forum on Central Banking)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사진=ECB 유튜브

이상거래 탐지 등 완벽히 통제하기도 어려워

한국은행도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정책포럼에 토론자로 참석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급격한 자본 유출이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 총재는 "지난달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의 규제와 관련한 법안이 통과한 이후 많은 핀테크 회사들이 정부에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한은의 권한을 넘어서 정부 기관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총재는 "규제되지 않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경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의 교환이 가속화돼 자본유출 관리가 약화되고 통화정책의 실효성이 약화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고객확인(KYC)과 이상거래 탐지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완벽하게 통제가 가능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은행 등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한 기관부터 허용하되 추이를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카즈오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들도 토론자로 참여해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파월 의장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및 주 정부 차원의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 총재는 “화폐는 공공재이며 화폐의 사유화는 공공 이익에 반한다'며 "스테이블코인의 무분벼한 확산은 한 나라의 통화정책 수행 능력과 통화 주권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佛·獨·英 등도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움직임

그러나 각국 정부와 금융권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을 비롯해 서구 금융권에서는 달러, 유로 등 법정화폐나 금·채권 등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있고, 이미 발행 및 제도화를 추진하며 규제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미국 상원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발행과 운영에 대한 기준 마련을 골자로 하는 지니어스법(GENIUS Act)이 통과됐고, 현재 하원 의결 및 대통령 최종 서명 절차를 남겨 두고 있다.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은 이더리움 기반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할 예정이며, 초기 서비스는 기관투자자 전용으로 유럽연합(EU)에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독일 도이치뱅크는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업계 이니셔티브 참여 등 여러 스테이블코인 옵션을 평가 중이며, 결제에 사용 가능한 자체 디지털 예금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영국의 금융감독청(FCA)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암호자산 수탁과 암호자산 기업의 건전성 관리 체계에 관한 초안을 발표했으며 이달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개도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자국 화폐보다 신뢰받고 있다. 현금 뭉치를 벽돌처럼 쌓아놓고 공예품으로 팔거나 휴지로 썼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했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급여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하는 회사들이 등장했다. 브라질은 소액거래의 30%가량을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며 최근에는 이를 식료품점과 숙박 업소 등에서 불편 없이 쓸 정도로 일상의 화폐로 자리잡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부패 척결로 곤경에 놓인 일부 중국인들은 보유 현금의 상당액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면서 가상화폐 시장의 ‘큰손’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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