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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티밧공항 사업권 CAAP와 TAV-ADP 컨소시엄 등 유럽 공항 꺾어 최종 선정 시 최장 30년간 사업 운영권 확보

인천공항공사가 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 공항 사업 운영권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한국 공항 운영사가 유럽 본토 시장에서 유럽 운영사를 앞지른 첫 사례다. 이번 입찰평가 결과로 최초 유럽 시장 2개 공항 운영권 확보 및 K-공항 수출의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몬테네그로 공항 사업권을 둘러싼 입찰 절차의 투명성 논란과 내부 갈등, 법률 분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최종 확정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유럽 수주전서 처음으로 1위
21일 인천공항공사는 몬테네그로 정부가 추진한 ‘몬테네그로 2개 공항 개발운영(시설확장, 운영, 유지관리) PPP(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의 입찰 결과 1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PPP는 초기 자본 투자를 민간 사업자가 부담하고 일정 기간 개발·운영을 맡으면서 수익을 챙겨가는 방식이다.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를 하는 공공기관 등은 향후 운영 이익을 얻고, 건설사는 해외 수주 먹거리를 채운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으로 꼽힌다.
이번 사업은 유럽 발칸반도 아드리아해 연안에 위치한 몬테네그로의 수도 공항인 포드고리차공항과 주요 관광지(휴양지) 공항인 티밧공항에 대해 30년간 운영권을 부여하는 대규모 국제 입찰 프로젝트다. 유럽연합(EU) 가입을 앞둔 몬테네그로의 관문 인프라 확충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쟁사들이 초기 대규모 투자 및 부동산 중심 개발을 앞세운 전략과 차별화하기 위해 공항 운영 효율성과 장기 수익성을 기반으로 최적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공사가 제안한 핵심 내용은 합리적인 공사 일정, 여객 서비스 품질 개선 프로그램 ‘퀵윈’ 도입,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 항공사의 균형 유치, 러·우 전쟁 종식에 따른 시장 변화 반영, 상업 시설의 지속적인 수익성 확보 등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 180만 명을 처리한 포드고리차공항과 130만 명을 처리한 티밧공항에 총 97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함께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V) 설립해 연말쯤 몬테네그로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특수목적법인 지분은 인천공항공사 50.1%, KIND 49.9%이다.

입찰위원회 일부 위원, 한국 제안서에 0점 부여
몬테네그로 정부가 포드고리차공항과 티밧공항의 PPP 입찰을 본격 시행한 건 지난 2019년이다. 2028년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두 공항을 국가 관문 공항으로 키울 필요가 있어서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1월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주세르비아대한민국대사관, KIND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 5월 국제 입찰에 도전했다. 정부와 KIND는 ‘K-공항 수출’ 전략을, 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은 금융 지원을, KOTRA 베오그라드무역관은 현지 네트워크를 통한 입찰 상황 조사 등을 담당했다.
몬테네그로 공항 입찰에 나선 국가는 한국과 인도, 룩셈부르크, 프랑스, 튀르키예였으나, 5월 초 인도가 철회를 선언하고 프랑스와 튀르키예가 연합체를 형성하면서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나 같은 달 10일 프랑스-튀르키예 연합체인 '에어로포트 드 파리-TAV'가 입찰 자격을 얻었음에도 입찰을 철회하면서 인천공항공사와 룩셈부르크의 '코포라시온 아메리카 에어포츠(Corporacion America Airports SA·CAAP)'만이 최종 경쟁을 벌이게 됐다.
이후 업계에서는 세계적인 공항 운영 노하우를 가진 인천공항공사의 승리를 확실시하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지난 6월 기술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탈락할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몬테네그로 공항 양허권 입찰에서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컨설턴트는 인천공항공사의 기술 제안서에 100점 만점에 95점을 부여한 반면, 몬테네그로 입찰위원회는 같은 제안서에 79.7점을 매겨 최소 통과 기준인 80점에 못 미쳤다. CAAP는 IFC로부터 80점, 입찰위원회로부터 85점을 각각 받았다.
몬테네그로 현지 매체 비예스티에 따르면 입찰위원회 일부 위원은 활주로 확장과 공항 건물 확장 등 인천공항공사의 기술 제안 항목에 0점을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정부 소식통은 "IFC 자문단은 두 제안을 완전히 다르게 평가했다"며 "자문단은 최대 점수에 가까운 훨씬 높은 점수로 입찰자를 평가했지만, 같은 입찰자가 입찰위원회 일부 위원들의 채점으로 실격 처리됐다"고 말했다.
최종점수 96.18, 2위와 30점 이상 격차 벌려
이를 두고 몬테네그로 내에서도 논란이 커지자 IFC는 입찰위원회의 평가 기준을 문제 삼으며 재평가를 요구했고, 이달 초 위원회는 두 번째 평가를 진행했다. 평가 결과 인천공항공사는 81.69점, 경쟁사인 CAAP는 88.72점을 받았고, 입찰위원회는 이 결과를 공식 채택했다. 니코 델요샤이 입찰위원장이 또다시 결과에 반발하며 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채택하지 않은 첫 평가를 문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대다수 위원이 반대했다.
입찰 위원회가 공개한 재정입찰서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와 CAAP는 서로 다른 입찰 전략을 구사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고정 수수료로 1억 달러(약 1,386억원)를 제시하고 연간 수익의 35%를 변동 수수료로 제안했다. 반면 CAAP는 고정 수수료 1억100만 달러(약 1,340억원)와 연간 수익의 17%를 변동 수수료로 제시했다. 이번 입찰에서 인천공항공사는 고정비에서는 CAAP보다 100만 달러 낮게 제안했지만, 연간 수익 분담률에서는 18%포인트 높은 35%를 제시해 장기 수익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재평가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총점 96.18점을 얻어 65.18점에 그친 CAAP를 큰 차이로 제치면서 사업 수주에 청신호가 켜지게 됐다. 다만 입찰위원회 내부의 극심한 갈등과 함께 CAAP의 항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최종 확정까지는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일부 입찰위원들은 델요샤이 위원장의 행동을 두고 CAAP가 항소할 법률상 근거를 만들어 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델요샤이 위원장은 회의 도중 "변호사와 상의했다"고 말했다가 '불법 행위'라는 지적을 받자 퇴장하거나, "(누군가) 문서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따로 반대 의견서를 내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CAAP도 입찰위원회의 결정 과정에 외부의 부당한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예스티에 따르면 앞으로 절차에 따라 입찰위원회는 이달 말까지 모든 문서를 교통부에 내야 한다. 교통부가 이를 공고하면 입찰 참여 기업들은 15일 안에 관련 서류를 살펴보고 항소할 수 있다. 항소가 들어오면 정부 사업권 위원회가 30일 안에 심의해야 하므로 최종 사업자 선정은 9월까지 늦춰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