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한계 인정했나” 테슬라 ‘완전자율주행’ 정의 변경, 감독 없는 자율주행 불가능
입력
수정
테슬라, 판매 명칭 변경 및 약관 조항 추가 머스크 CEO 보상안에도 반영된 ‘재정의’ 완전자율주행, 혁신일까 위험한 실험일까

테슬라가 자사의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Capability, FSD)’ 시스템의 정의를 변경했다. 그동안 강조해 온 ‘운전자 개입 없는 명실상부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철회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의 한계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완전자율주행’에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8일(현지시간)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릭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는 FSD의 의미를 ‘FSD (Supervised)’로 변경하며, 운전자 감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테슬라가 수정한 세부약관을 보면 “차량은 자율주행(autonomous) 차량이 아니며 해당 기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이와 함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새로운 보상 패키지에도 FSD가 '감독 없는 자율주행'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해당 조항 역시 FSD를 “특정 조건에서 자율 또는 유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고급 주행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운전자가 계속 지켜봐야 하는 고급 보조 기능으로 FSD의 위상을 하향 조정한 셈이다.
테슬라는 지난 2016년부터 모든 차량이 무인 자율주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머스크 CEO는 2018년부터 매년 연말까지 이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고객들에게 1만5,000달러(약 2,000만원) 상당의 FSD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며 자율주행 기능이 무선 업데이트로 제공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2016~2023년 생산된 차량의 경우 아예 무인 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AI는 인간보다 더 안전한가?
테슬라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 변경을 넘어, 자율주행 산업 전체의 발전 방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는 평가다. 지난 10년간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자율주행이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완전자율주행이 과연 인간보다 더 안전한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테슬라의 FSD 기술은 기존 제조사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부분 기업이 라이다(LiDAR)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하는 반면, 테슬라는 오직 카메라와 신경망 기반 인공지능(AI)을 통해 도로를 인식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문제는 AI의 판단 능력이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테슬라 자율주행 차량이 관여된 교통사고는 736건에 달하며, 이 중 일부는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AI는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행하지만,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상황에서는 인간보다 빠르게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이라는 명칭도 논란이다. 그간 기술자들은 운전자를 보조한다는 의미의 '코파일럿'(Copilot)으로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머스크 CEO가 이를 강행하면서 반대했던 기술자들이 대거 사직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주 교통국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광고가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며 집단 소송을 허용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테슬라 전 AI 책임자, “완전 자율주행, 아직 멀었다”
테슬라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이끌었던 안드레이 카르파티 전 AI 책임자가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낙관론에 경계심을 나타낸 것도 FSD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카르파티 전 책임자는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가 주최한 ‘AI 스타트업 스쿨’ 행사에 참석해 “완전자율주행은 여전히 미해결 과제”라며 “자율주행 시대가 곧 온다는 믿음은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당시 구글의 자율주행 프로젝트(현재 웨이모)를 체험했는데 팔로알토 시내를 약 30분간 완벽히 주행했다”며 “당시엔 자율주행이 곧 실현될 줄 알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웨이모 차량이 마치 사람 없이 달리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원격 통제가 빈번하게 개입되고 있고 사람의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르파티는 자율주행을 포함한 AI 에이전트(인간을 대신해 특정 임무를 수행하는 AI)의 발전이 단기간에 실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2025년이 아니라 2020년대 전체가 AI 에이전트 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르파티의 이같은 발언은 테슬라가 지난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당시 외신들은 “머스크 CEO는 완전자율주행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그의 핵심 기술자가 전혀 다른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렉트렉은 테슬라의 로보택시 첫 출시에 대해 “실제로는 운전석 대신 조수석에 테슬라 직원이 앉아 있고 차량 통제를 위한 원격 조작 요원도 대기 중인 상태”라며 “이는 완전자율주행이라기보다는 감시자의 위치만 바뀐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렉트렉은 또 “테슬라가 10년 넘게 반복해 온 약속과 출시 지연, 그리고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로보택시 상용화’를 외치는 모습은 단지 홍보 전략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테슬라의 FSD는 중대한 시스템 개입 전까지 수백마일 주행이 가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진정한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서는 수만 마일의 무개입 주행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