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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이 투자할 3,500억 달러는 선불” vs. “일본과 다르다” 선 그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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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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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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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투자금 ‘선불’ 성격으로 규정
협상 불확실성에 환율 불안 고조
韓 강경 기조에 美 정치적 부담↑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8월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결단의 책상'에 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대미 투자금 3,500억 달러(약 490조원)를 ‘현금으로 먼저 지불해야 하는 액수’로 규정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한국은 외환 리스크를 이유로 거부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 이러한 협상 불확실성은 외환 시장으로 번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고, 향후 1,600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미국, 단순 방어→ 추가 압박

25일(이하 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은 3,500억 달러”라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압박성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5,500만 달러(약 776억8,000만원) 투자금을 확보한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 역시 확정된 금액을 선제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역시 한국에 대미 투자금의 증액을 요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의 합의안이 일본 사례와 비교해 지나치게 완화돼 있다”고 지적하며 “일정 수준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보다는 현금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했고, 투자 대상의 결정권 역시 미국이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이 일본과 달리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출·보증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려는 계획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일본은 앞서 미국에 5,500억 달러의 ‘백지수표’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당시 일본은 투자금 상당액을 현금으로 제공했고, 투자 대상 결정권도 사실상 미국에 일임했다. 더 나아가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에 양보하는 조건까지 받아들였다. 이 같은 선례는 미국이 한국에도 동일한 방식을 요구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일본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결국 한국과 미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방식을 두고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현재 한국은 현금 제공 시 외환 리스크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들어 한미 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국은 투자금을 현금 선불 형태로 받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더해 러트닉 장관의 증액 요구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는 한층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금 투자 현실화, 원·달러 환율 1,600원 가능성도

외환 시장은 이 같은 불확실성을 이미 반영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이던 1,400원을 돌파하며 시장 불안을 키웠다. 지난 24일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1,403.8원까지 치솟으며 4개월 만에 1,400원 선을 넘어섰고, 25일에도 1,400.6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 같은 달러 강세는 비슷한 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가운데서도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한층 더 가중했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의 통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달러 강세를 떠받쳤다. 영국의 재정적자 확대, 프랑스의 재정 리스크 심화, 일본의 금리 인상 지연 등으로 파운드·유로·엔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인덱스는 기존 96에서 97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달러의 강세만으로는 원화 약세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 5월 환율이 1,400원 수준에 도달했을 때 달러인덱스는 102였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4%가량 약해졌다. 그럼에도 원화는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며 환율 부담이 더욱 커졌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배경이 바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협상에서 비롯된 불확실성이다. 미국은 일본과 유사한 방식으로 한국이 현금 투자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대로 현금을 집행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의 뜻을 표출 중이다. 이처럼 협상 교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외환 시장은 한국의 관세 부담과 외환 유출 압력 등 대외건전성에 대한 불안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증권가의 전망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초 연구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기 평균 추세를 이어간다는 전제에서 내년 말 1,431원에 머무를 것으로 예측됐다”면서 “그러나 대미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되면, 1,579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4년간 분산투자로 진행되더라도 1,536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단기간 투자 집행 시 외화 유출 규모가 커지면서 환율을 100원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협상이 원만히 마무리되면 달러 수급 여건이 개선되며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안정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과 국채 매수 확대, 경상수지 흑자, 내년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대한 기대감 등 우호적 요인이 잠재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iM증권은 “협상이 타결되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지면서 관세 충격을 일부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협상 난항에 미국 책임론과 역풍 조짐

그러나 이 같은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면서 불확실성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전날 뉴욕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직접 만나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며 상업적 합리성에 기반한 협상을 강조했다고 밝히며 “이 대통령은 베센트 장관에게 한미 관계에서 안보 측면 협력은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통상 분야에서도 좋은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협상이 관세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국이 초기 구두 합의와 달리 양해각서(MOU)에 전혀 다른 조건을 삽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7월 말 합의에서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펀드의 대부분이 대출이나 보증으로 구성되고 투자는 일부에 그칠 것이란 내용이 비망록에 기재 됐지만, 이후 미국이 MOU에 보낸 문서에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국 정부는 이를 일방적인 조건 변경으로 해석하며 통화 스와프 협상과 연계해 대응하는 태도를 굳혔다.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 역시 협상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합의가 지연될수록 미국의 관세 협상 동력은 약화하고, 여타 국가들이 한국의 사례를 근거로 완화된 조건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한국의 외환 위기 가능성이 미국의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부담 또한 크다. 미국이 무리하게 현금 투자를 고집하다 한국 경제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는 이를 ‘과도한 요구의 결과’로 규정하며 비난의 화살을 미국으로 돌릴 공산이 크다. 한국이 단호히 버티는 가운데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미국으로선 국제 여론의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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