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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만 자이언트 자전거 수입 전격 금지, 글로벌 제조 생태계 흔드는 무역패권 전략 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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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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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세관국경보호청, 대만 자이언트 자전거 수입 차단 결정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 적용, 글로벌 기업 제재 확산 양상
한화큐셀도 일부 물품 압류, 동맹국 기업까지 피해 
사진=자이언트

미국 세관당국이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인 대만 자이언트 매뉴팩처링(Giant Manufacturing Co. Ltd.)이 생산하는 제품의 수입을 전격 차단했다. 명분은 이주노동자 대상 채무 예속과 임금 체불, 초과근무 등 강제노동 의혹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와 공급망 재편을 겨냥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세관국경보호청, 자이언트 출하보류명령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청(CBP)은 대만에서 자이언트가 제조한 자전거, 부품 및 액세서리를 즉시 억류하는 '출하보류명령(WRO·Withhold Release Order)'을 내렸다. CBP는 자이언트를 조사한 결과 학대에 해당하는 근무 및 생활조건, 채무 예속, 임금 체불, 과도한 초과 근무 등 강제 노동의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미 노동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타이중 다자 공장에서 근무하는 베트남·태국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 지불한 모집 수수료와 보증금, 매월 대만 브로커 수수료 등으로 사실상 부채 구속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증언이 확보됐다. CBP는 이런 요인들이 자이언트가 미국 자전거 제조업체들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수백만 달러의 부당 이익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번 CBP 명령은 양국 정부가 무역 협정을 협상하는 와중에 내려진 것이다. 자이언트 매뉴팩처링은 1970년대 대만에서 설립됐으며 중국, 네덜란드, 헝가리, 베트남에도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CBP가 출하보류명령을 내린 제품은 현재 53개 품목에 달한다. 대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내려진 것들이다. 출하보류명령이 내려진 수입품은 폐기, 반송되거나 합법적 수입품임을 다툴 수 있다.

자이언트는 세계 최대의 자전거 제조업체로 월마트 등 미국의 대형 소매 매장은 물론 소규모 자전거 점포에서도 널리 취급돼 왔다. 미국은 2023년 기준 수입 자전거의 약 40%를 대만에서 들여왔으며 자이언트는 지난해 전 세계 400만 대 판매, 매출 23억 달러(약 3조2,200억원)를 기록한 글로벌 자전거 업계 1위 업체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단기적으로 미국 내 자이언트 제품 공급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中 강제노동 부품 안돼" 美 UFLPA 칼날

자이언트에 대한 출하보류명령은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에 따른 것이다. UFLPA는 중국 신장 위구르 거점 기업이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강제 노동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검증 가능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미국으로 제품 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완제품은 물론 부품과 부자재도 대상이다. 또한 미 당국은 규정한 11개 강제 노동 지표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면 해당 국가 제품에 출하보류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농수산물 재배·양식업장에서 강제 노동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많아 CBP가 이를 문제 삼으면 해당 제품·농수산물의 미국 수입이 막힐 수 있다.

UFLPA는 2021년 초당적 지지를 받아 미 의회에서 채택돼 이듬해인 2022년 6월부터 시행됐다. CBP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3억 달러(약 1조8,3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4,000건 이상의 화물을 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대기업도 법망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VW) 그룹의 최고급 승용차들을 압류했다. UFLPA를 어기고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강제 노동으로 만든 현지 부품을 해당 차량에 사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압류된 대상은 포르쉐 스포츠카와 SUV, 벤틀리와 아우디 등 모두 1만4,000여 대로, 이후 폭스바겐 측은 문제가 된 구동 제어 장치에 사용된 소형 전자 부품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카멜 그룹, 향신료 및 추출물 회사 첸광 바이오테크 그룹도 UFLPA 대상 목록에 올렸다. 이후 중국의 프린터 제조업체 나인스타, 화학제품 회사 신장 종태 케미컬도 이 법에 따른 수입 제한 대상 목록에 추가시켰다. 미 당국은 해당 기업들이 중국 정부와 협력해 강제 노동을 시켜 제품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한화큐셀도 '강제노동 물품' 혐의로 태양광 전지 압류

한화솔루션 계열 태양광 기업 한화큐셀도 지난달 CBP로부터 태양광 전지 일부를 압류당한 바 있다. 세관은 압류한 제품 수량이나 가격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이번 압류가 UFLPA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화큐셀은 해당 태양광 전지에 신장 위구르산 소재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세관 당국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이런 조사가 일상적 절차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화큐셀의 스콧 모스코위츠 전략담당 부사장은 “최근 공급망에 들어간 모든 제품은 중국 외에서 조달했다”며 “미국 세관 절차도 일상적인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압류당한 물품은 이달 25일 문제가 없다는 세관의 심사 결과가 나오면서 통관 절차가 재개됐다.

한화큐셀에 대한 강제 노동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한화큐셀이 강제 노동으로 인해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은 중국 업체로부터 재료를 공급받으면서 미국에서 거액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블룸버그는 이전에 보고되지 않는 중국 문서를 인용하며 한화큐셀의 중국 공급 업체 두 곳에 폴리실리콘을 공급한 업체가 강제 노동과 관련해 미국 정부 제재 명단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해당 업체들의 물품은 연방법에 따라 미국으로의 반입이 금지됐다”면서 “이 금지 품목들이 포함된 구성요소가 한화큐셀 패널에서 발견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한화큐셀이 중국에서 공급망을 얼마나 잘 감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고 전했다.

한화큐셀은 블룸버그의 이 같은 주장에 전면 반박했다. 당시 데브라 드송 한화큐셀 미국 법인 대변인 겸 부사장은 “원자재가 신장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고, 강제노동이 투입되지 않았음을 확인하도록 공급사들에 요구한다”며 “이를 위해 진술서와 제품 추적 검사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 불공정 노동을 통해 제조된 제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내에 30억 달러(약 4조2,300억원)를 투입하기로 한 한화큐셀이 지난 2021년에는 미국 제재 기준에 맞지 않는 공급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것을 중단했다”며 “2022년에 해당 회사가 제품 추적 검사에서 탈락했을 때 아예 계약을 끊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UFLPA를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재편하는 통상 무기로 활용하는 가운데, 그 여파가 동맹국에까지 미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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