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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노 인수 말라" 日 시장서 종횡무진하던 MBK, 정부 경제 안보 장벽에 가로막혀

"마키노 인수 말라" 日 시장서 종횡무진하던 MBK, 정부 경제 안보 장벽에 가로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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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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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MBK에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 인수 중단 권고
美 CFIUS 닮은 보수적 태도, 라인야후 사태 당시에도 부각
제동 걸린 MBK의 日 투자 행보, 전략 조정 나설까

일본 정부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현지 공작기계 제조 기업 마키노후라이스제작소(이하 마키노)의 인수 중단을 권고했다. 앞서 라인야후 사태 당시에도 드러났던 일본의 보수적인 경제 안보 기조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재차 장애물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대규모 시세차익을 거둬 오던 MBK의 자금 운용 전략에도 강력한 제동이 걸리게 됐다.

MBK, 마키노 인수 중단 위기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MBK가 마키노 인수를 위해 설립한 현지 특수목적법인(SPC) MM홀딩스에 “비(非)일본기업이 자국의 방산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서한을 발송했다. MM홀딩스가 조세 회피처 케이맨 제도에 설립돼 있다는 점을 근거 삼아 MBK를 비일본 기업으로 판단한 것이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은 이날 재무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키노가 세계적인 수준의 공작기계를 제조하며 일본의 방위 장비 제조업체들에도 널리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이번 투자가 국가의 안전을 훼손하는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MBK가 마키노 인수를 추진한 건 지난해 6월부터다. 당시 일본의 모터 생산 회사 니덱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세를 직면한 마키노 경영진은 ‘백기사’ MBK와 손을 잡았다. MBK는 공개매수를 진행해 마키노 자사주를 제외한 주식 전량을 직전 거래일 종가에 40%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거래 규모는 최대 2,748억 엔(약 2조5,5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닛케이는 이번 인수 중단 권고와 관련해 "공작기계의 해외 유출에 대한 정부의 경계는 과잉 반응이 아니라 과거 경험에 근거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MBK의 인수 시도가 일본산 고성능 공작기계가 불법 수출됐던 '도시바기계(현 시바우라기계) 코콤 위반 사건'을 상기시켰다는 진단이다. 해당 사건은 서방국들이 공산권으로의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대공산권 수출통제위원회(코콤)를 운영하던 1987년에 발생했다. 도시바기계가 코콤 규정을 위반하고 고성능 공작기계를 옛 소련에 수출한 것이다.

공작기계는 금속을 절삭·연마해 정밀 부품을 제조하는 설비다. 자동차·항공기·반도체 제조 장비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부품은 물론, 미사일·잠수함·전투기 등 방위 장비용 부품도 기본적인 가공 공정은 동일하다. 공작기계 기업이 일본 법률상 핵심 업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실제 소련은 도시바기계의 기술을 이용해 잠수함 소음을 획기적으로 경감했고, 미국은 소련 잠수함 탐지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사건은 미국에서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모회사인 도시바 경영진은 사임 압박을 받았으며, 도시바기계는 3년간 미국에서 판매 활동이 금지됐다. 닛케이는 "공작기계가 동서 진영의 군사 균형에 영향을 미친 이 사건은 민간 기술 수출이 안보를 흔들 수 있다는 현실을 일본에 각인시켰다"고 전했다.

日 정부의 보수적 기조

일본이 미국식 경제 안보 모델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미국은 대미외국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앞세워 외국 자본의 핵심 기술 기업 인수 시도를 차단해 왔다. 지난 2024~2025년에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미국 내에서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외국환 및 외국무역법(외환법) 개정을 기점으로 미국 CFIUS를 벤치마킹하듯 외국인 투자 심사 체계 강화를 추진해 왔다. 지난달에는 외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본격적인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법안에는 △간접투자까지 심사 범위 확대 △안보 위험이 큰 투자에 대한 사전 심사 의무화 △사후 지분 매각 명령을 비롯한 정부 권한 강화 등 해외 자본의 투자 장벽을 높이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수년 전 한일 관계를 대폭 악화시켰던 라인야후 사태는 이 같은 일본의 보수적 안보 기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23년 11월 네이버클라우드 협력사 PC에 악성코드가 유입되며 발생한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였다. 일본 총무성은 이를 계기로 2024년 3~4월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주문했다. 이후 해당 사안은 한국에서 경영권 침탈 논란이 일며 외교 갈등으로 비화했고, 일본 총무성은 같은 해 5월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된 뒤에야 지분 매각 요구를 철회했다.

갈등은 라인야후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에 의존했던 서버·네트워크 등을 별개로 구분해 운영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라인야후는 올해 3월을 기점으로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와의 시스템·인증·네트워크 분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전해지며, 국내외 자회사 등을 포함한 구조적 분리도 같은 시점에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분리 과정에서 남은 일부 데이터는 회계감사 및 백업 목적상 보관 중이며, 올해 6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삭제될 예정이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운영에 기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차단된 셈이다.

日 시장 투자 전략 '비상'

일본의 강력한 견제 속 MBK는 사실상 궁지에 몰렸다. 지금까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일본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려 왔기 때문이다. 일본 고급 주얼리 브랜드 '타사키' 투자 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08년 타사키는 경영 주도권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MBK에 지분 약 80%를 약 70억 엔(약 650억원)에 매각했다. 이후 MBK는 △진주 양식장 일부 폐쇄 △희망퇴직 실시 △부동산 매각 등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렸고, 2016년 1월 타사키 지분을 처분해 투자 원금의 2배에 달하는 차익을 손에 쥐었다. 이후 2017년에는 특수목적회사(SPC) 스타더스트를 통해 다시 315억 엔(약 2,920억원)에 타사키 지분 100%를 확보한 뒤 상장폐지했으며, 지난 2024년 1,000억 엔(약 9,270억원)에 매각해 재차 대규모 투자 이익을 거뒀다.

일본 테마파크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USJ)도 핵심 거래 중 하나로 꼽힌다. MBK는 2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2009년 5월 USJ에 처음 투자했으며, 7년 11개월 만인 2017년 4월 엑시트에 성공했다. 인수 당시 1,350억 엔(약 1조2,500억원)이었던 USJ 기업가치는 엑시트 시점 7,500억 엔(약 6조9,500억원)으로 6배 가까이 불어났다. 2021년에는 2017년 인수했던 일본 골프장 운영사 아코디아골프를 소프트뱅크그룹 계열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에 4,000억 엔(약 3조7,0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인수 당시 MBK와 공동 투자자가 투입한 자기자본은 원화 기준 8,000억 원대 후반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당시 환율로 환산하면 대략 800억~900억 엔 수준이다. 사실상 4배에 가까운 투자 차익을 거둔 셈이다.

이 같은 MBK의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져 왔다. MBK는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기판·유리 제조사 FICT를 인수했으며, 현재 일본 의료·간병기업 솔라스토 인수도 추진 중이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마키노 인수 계획이 사실상 중단된 이상 이들 기업에 대한 투자 전략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8조원 규모로 조성된 6호 바이아웃 펀드에서 마키노 인수 거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자금 배분 계획 및 투자 일정이 재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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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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