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은 보물고" 심해 희토류 개발에 박차 가하는 日, 美와 협력 가능성도 천명
"서태평양은 보물고" 심해 희토류 개발에 박차 가하는 日, 美와 협력 가능성도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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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의존도 낮추자" 日, 심해 희토류 채굴 속도 韓도 인근 해역 매장량 발견, 탐사 속도가 주도권 좌우한다 다카이치 총리 통해 美와의 협력 구상 공식화

일본이 서태평양 심해에서 희토류 채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복되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공급망 리스크가 가중되자, 공급망 다변화는 물론 자체 희토류 생산 역량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이는 추가 매장량 발견 가능성 및 공해(High Seas) 자원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이에 더해 일본은 심해 희토류 특유의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심해 희토류에 주목하는 日
23일(현지시간) 미국 기술·과학 전문 매체 WIRED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의 탐사선 '지큐'는 지난 2월 미나미토리섬(南鳥島) 인근 배타적 경제수역(EEZ) 수심 5,700m 지점에서 희토류가 함유된 진흙을 끌어 올리는 데 성공했다. 거대 파이프를 해저까지 연결한 뒤 해저 유전·천연가스 굴착 방식에서 착안한 '라이저 시스템'을 활용해 진흙을 선상으로 밀어 올린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를 위해 400억 엔(약 3,760억원)을 들여 진흙 파쇄 장치, 특수 파이프 등을 개발했다.
앞서 도쿄대 연구팀 등은 지난 2013년 미나미토리섬 일대에서 디스프로슘과 네오디뮴, 터븀 등의 희토류가 고농도로 포함된 진흙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추산 매장량은 최소 1,600만 톤(t)으로, 국가별 매장량 기준으로 중국(4,400만 톤), 브라질(2,100만 톤)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에 해당한다. 일본 정부는 시험 채굴 성공을 발판으로 내년 2월부터 하루 최대 350톤의 진흙층을 끌어 올리는 작업에 착수하고, 2028년 봄께 실질적인 해저 채굴 비용을 고려한 미나미토리섬 희토류의 상업성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미나미토리섬 희토류 개발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4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 바 있다. 같은 해 11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사시 대만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에는 민간과 군사 겸용 제품의 대(對)일본 수출을 막으며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10년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 분쟁이 벌어졌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다. 당시 중국은 두 달 가까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규제했다.
심해 희토류가 품은 가능성
일본이 심해 희토류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인근 해역에서 추가 매장량이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실제로 한국 연구진이 서태평양에서 고농도 희토류 부존을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1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최첨단 물리탐사 연구선 탐해3호로 진행한 서태평양 공해상 첫 대양 탐사에서 고농도 희토류 부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수심 5,800m 지점에서 ‘피스톤 코어링’ 시추를 통해 최대 3,100ppm(100만분의 1 농도), 평균 2,000ppm 이상의 고농도 희토류를 채취했다는 설명이다. 피스톤 코어링은 피스톤의 진공 흡입력을 이용해 해저 퇴적물을 변형 없이 채취하는 기법이다.
전체 해양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공해의 '특성' 역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이유로 꼽힌다. 기본적으로 공해는 특정 국가의 관할에 속하지 않지만, 심해 자원은 국제해저기구(ISA)가 ‘인류 공동 유산’으로 관리한다. 먼저 탐사에 나서 데이터를 확보한 국가에 심해 자원 개발의 우선권을 제공하는 구조다. 결국 심해 희토류의 주도권 확보 여부는 탐사·채굴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심해 채굴이 기존 육상 채굴의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주목받는 추세다. 육상 희토류 채굴은 대표적인 고오염 산업으로 분류된다. 희토류는 다양한 원소가 섞인 광석 형태로 존재하며, 채굴 이후 강산(황산·염산 등)을 이용한 화학 분리 공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량의 폐수와 찌꺼기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부 광석에는 토륨·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야기하기도 한다. 반면 심해 희토류는 주로 진흙 형태를 띠며, 암석을 폭파하거나 광산을 굴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저 표층의 퇴적물을 흡입·회수하는 방식으로 채취된다. 대규모 산림 훼손이나 지표면 붕괴, 지하수 오염과 같은 육상 채굴 특유의 환경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셈이다. 아울러 심해 진흙의 방사성 물질 농도가 육상 희토류보다 낮아 정제 과정에서의 위험성이 비교적 적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美-日 협력 여지 확대돼
일본은 미국과 함께 심해 희토류를 개발해 나가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심해 희토류는 탐사·채굴 장비 개발 및 운용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뿐더러,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아직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일본이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비용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의미다. 미국과 일본은 최근 수년간 정상회담과 경제 안보 대화를 통해 핵심 광물 확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뤄 온 동맹국이다. 이 과정에서 희토류는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 자원으로 반복적으로 언급됐으며,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성 확보가 공동 목표로 설정되기도 했다.
최근 들어서는 이러한 협력 구도가 점차 형태를 갖춰 나가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양해각서(MOU)가 대표적인 예다. 양국은 MOU 체결을 계기로 광물의 채굴, 정제, 가공 등 전 단계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공공·민간 투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공급망 교란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공유 및 정책 공조를 추진하고, 전략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제3국 자원 개발과 추가 공급망 확보에도 나선다.
다만 양국의 심해 희토류 협력 논의 자체가 공식화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의회 발언에서 "미나미토리섬 인근 심해 희토류 개발과 관련해 미국과의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당시 자원 개발 협력이 논의됐으며, 이후 해양 광물자원 개발을 둘러싼 구체적인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간 언론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양국이 심해 희토류와 관련해 손을 맞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일본 정부가 해당 사안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협력 의제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